성명_
‘한나라당의 대운하 총선 공약 제외’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논평(2008.3.19)
등록 2013.09.2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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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비껴가기’ 비겁하다
-언론은 한나라당의 꼼수 방치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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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이 ‘대운하’와 ‘영어공교육강화’를 총선 공약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보완도 안 된 것을 공약에 덜렁 넣어서 괜스레 이슈를 만들 필요는 없다”, “아직 보완책이 안 나온 상태에서 옛날에 했던 얘길 되풀이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게 두 정책을 공약에서 빼겠다는 근거다. 이 의장은 “대선공약에 포함됐다고 해서 총선공약에 꼭 넣어야 하나. 빠질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은 ‘대운하 공약을 폐기했다’는 뜻은 아니라고 한다. 결국 이 의장의 발언은 대운하와 ‘영어공교육강화’를 총선 시기 공론의 장에서 토론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두 정책은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높은 것들이다. 특히 대운하 건설은 지난 대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핵심 공약이었다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후에는 국민의 반대 여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우리 사회 핵심 현안이다. 결국 한나라당은 총선 득표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두 정책을 총선 의제로 만들지 않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대다수 언론들이 한나라당의 이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행태에 대해 무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장이 발언이 나온 이틀 뒤인 18일까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서울신문, 그리고 방송3사는 이 의장 발언에 대해 비판은커녕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17일 10면 구석에 약 270자 정도의 단신으로 <“대운하, 총선 공약서 제외”>를 실어 “불완전한 부분을 잘 다듬어 국민을 설득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이 의장을 발언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
조선일보는 19일이 되어서야 <대운하 반대세력 ‘반한나라 전선’ 형성>이라는 기사를 실었는데 “4·9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대운하에 대한 반대를 고리로 반한나라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며 ‘무소속연대’의 움직임 등을 전했다. 이 과정에서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대운하 문제는 총선공약에 넣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 사실이 언급되는 데 그쳤다.
17일 단신으로 이 의장 발언을 보도한 뒤 후속 기사를 내지 않았던 동아일보는 19일 외부 칼럼 <좋은 일도 잘해야 한다>에서 한신대 윤평중 교수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에 보이는 잘못들을 지적하며 “경부대운하 사업을 당 공약에서 뺀 채 총선을 치르는 것도 비겁한 일”이라고 지적해 그나마 눈에 띄었다.

반면 경향신문은 18일 1면 <대운하·영어교육 정책 당·청 모순>에서 대운하와 영어교육을 두고 “당에선 총선 공약에서 빼겠다고 하고, 청와대와 정부는 추진 의사를 거듭 밝히는 등 ‘이율배반’을 연출하고 있다”며 “정책의 일관성을 앞세우며 강조해온 당·청 일체가 ‘구호’에 그치면서 국가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행태가 “한나라당이 주장해온 ‘정책 선거’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19일 경향신문은 <친박 무소속 연대 “대운하 반대” 포문>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한 의원들이 ‘한반도 대운하 반대’의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며 ‘무소속연대’의 동정을 소개하는 한편 <교수 1500여명 ‘운하반대 모임’>에서 “전국 1500여명의 대학 교수가 참여하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전국 교수 모임’이 오는 25일 닻을 올린다”며 “단일 사안에 대해 교수 사회 전체가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고 시민사회의 대운하 반대 움직임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18일 8면 <‘반 한나라’ 코드는 ‘대운하 심판론’>에서 이 의장의 발언은 “대운하 논란을 두고 전선이 형성되는 걸 피하겠다는 계산”이지만 정작 정치권에서는 이를 계기로 ‘반 이명박 연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보도는 이 의장 발언을 정치공학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다행히 19일 한겨레는 사설 <감춰야 할 공약이라면 폐기하는 게 옳다>에서 “대운하 공약을 놓고 한나라당이 취하는 행동은 치졸하기 짝이 없다”며 “대운하 공약을 뒤로 숨겨 총선에서 표를 얻은 뒤 다시 추진해도 국민이 묵인해줄 거라 생각한다면 이는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한나라당을 질타했다.
또 성한표 전 한겨레 논설주간의 미디어비평칼럼 <‘대운하 총선 비켜가기’ 침묵하는 언론>에서는 “추진은 계속하되 대운하 문제를 공약에서는 왜 빼겠다는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나라당을 비판한 것과 함께 “더욱 황당한 것은 이와 같은 일이 벌어져도 대부분의 언론이 이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방송 보도들 역시 한나라당의 ‘꼼수’를 적극적으로 지적하지 못했다.
18일 MBC가 <‘대운하’ 최대쟁점>에서 한나라당의 의도와 비판 여론을 전달한 정도다. 이 보도는 “총선 공약집을 준비중인 한나라당이 공약집에 ‘대운하’와 ‘영어 공교육’이란 단어 자체를 집어넣지 않기로 했다”며 “포기하는 건 절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거론되는 게 선거에 큰 부담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반대가 찬성보다 두 배 많은 여론조사’ 결과와 “총선공약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을 자신이 없다면 대운하 건설과 영어몰입 교육은 폐기해야 한다”는 야당의 비판, ‘무소속연대’의 움직임 등을 함께 전하며 “대운하가 총선쟁점으로 부각되는 건 어떻게든 피해보려는 한나라당 입장에선 점점 부담스런 상황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MBC의 이 보도를 제외하고는 다른 방송보도를 찾기 어렵다.

선거가 20여 일 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야 출마자들의 윤곽이 드러났을 뿐 각 정당들이 어떤 정책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핵심 공약인 ‘대운하 건설’마저 “우리의 총선 공약이 아니다”라고 발뺌하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총선에서는 대운하 문제에 침묵하고, 총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대운하 건설을 밀어붙이려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대운하는 ‘대선공약’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반짝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엄청난 비용과 환경파괴 등의 대가를 치러야하지만 그 경제성은 미미하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념을 초월해 ‘대운하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잃을 것이 뻔한 정치적 도박에 우리 사회의 미래를 걸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은 지금이라도 한나라당의 의도를 면밀하게 따지고, 대운하를 끊임없이 공론에 장에서 다뤄야 한다. 대운하는 한나라당이 “빼겠다”고 해서 뺄 수 있는 의제가 아니다. 지속적으로 다루고, 심층취재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는 점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끝>
 


2008년 3월 1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