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국회 방통특위 법안소위의 융합기구 관련 ‘합의’ 에 대한 민언련 성명(2007.9.18)
등록 2013.09.0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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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특위 법안소위 ‘잠정합의안’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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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방통특위 법안소위)가 3차 법안소위 회의에서 방송통신융합기구와 관련해 방송진흥 및 규제정책을 독임제 행정부처로 통합하고, 대통령 소속의 위원회에서 규제 집행 기능만 담당하는 안을 합의했다고 한다.
우리 단체는 방통특위 법안소위의 이번 결정을 인정할 수 없으며 전면무효화해 줄 것을 요구한다.


방통특위 법안소위의 이번 합의는, 지난 해 7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방송통신통합기구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발족했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부터 지금까지 이르는 지난한 논의 가운데 가히 최악의 발상이라 할만 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방송의 독립성과 공익성을 내팽개친 천박한 산업논리의 귀결이기 때문이다. 방송의 생명은 독립성이고, 그것의 목적은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방통특위 법안소위의 합의대로라면 앞으로 방송과 관련한 정책은 모조리 정부의 특정 행정부처에서 담당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이 어떻게 정부권력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특히 이번 안으로 인해 방송의 공공적 측면은 무시하고 통신의 산업적 측면만을 최우선시 해온 특정 정부관료 집단이 향후 본격적으로 추진될 방송통신융합 과정에서 진흥과 규제정책이라는 양손의 칼을 들고 휘둘러댈 경우 방통융합 환경은 돈 놓고 돈 먹는 적자생존, 이전투구의 난잡한 자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둘째, 한국 사회가 방송의 민주화와 독립성 쟁취를 위해 걸어왔던 길을 되돌리려는 반역사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지난 99년 방송개혁위원회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방송법을 만들고 이를 근간으로 방송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정부기관이면서도 정부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합의제 행정기구로 방송위원회를 만든 것은 방송의 독립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곧 방송법 제1조에서 규정하다시피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비록 방송위원회가 당리당략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비효율성을 노출시키는 등 부족함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기능을 정부 행정부처로 흡수하겠다는 것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규제집행 기능만 주기로 한 ‘위원회’마저 대통령 소속으로 하겠다는 것 또한 행정편의적 발상을 넘어 방통특위 법안소위 위원들이 얼마나 역사의식과 방송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셋째, 방통특위 법안소위에서 이번 합의가 이뤄진 과정이 석연치 않다. 9월 17일 합의는 전체 법안소위 위원 6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4명만 참가한 가운데 이뤄졌다. 법안소위 위원장인 이재웅 한나라당 의원과 같은 당 서상기 의원, 그리고 대통합민주신당의 홍창선 의원과 국민중심당의 권선택 의원이다.
이 가운데 위원장인 이재웅 의원은 9월초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게 방송통신융합 관련 사안을 보고한 뒤, 지난 14일 있은 법안소위에서 ‘진흥과 규제 기능으로 융합기구 이원화’, ‘융합기구법과 IPTV법 연내 동시 처리’ 등의 ‘원칙’을 정했다. 하지만 진흥과 규제의 분리기준과 폭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특히 정청래 대통합국민신당 의원은 “진흥과 규제를 분리하는 방향으로 정하되, 사업자 진흥은 규제기관에서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며 나머지 진흥기능을 분담하자”고 주장해 17일에 법안소위에서 합의된 안과 전혀 다른 주장을 제시했다. 또한 정종복 한나라당 의원의 경우 “진흥과 규제를 분리한다면 규제기관에 주파수정책권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규제기관의 역할을 높이는 주장을 펼쳤다. 이런 상황에서 6명 중 4명이 참가한 법안소위가 이번 안을 ‘합의’했다는 것은, 그것이 ‘합의’인지 의심스럽다. 더구나 ‘합의’된 안이 한나라당이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규제위원회-진흥정책 부처 분리안’, 즉 ‘정보미디어부안’과 흡사한 점은 당리당략적인 ‘야합’의 결과물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가 당초 국회에 제출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포기해서라도 올해 안에 융합기구법과 IPTV 관련 법을 도입하는 데 목을 매면서 한나라당과 ‘야합’했다는 의구심까지 자아내고 있는 점이다. 국조실 관계자가 방통특위 측에 “정부원안에 수정이 있더라도 두 법안 모두 연내 동시 처리를 당부드린다”며 ‘국조실이 실무적인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다는 점은 ‘야합’의 가능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결국 시민사회와 언론현업계의 반발을 무시하면서까지 ‘방송의 공공성’을 내팽개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던 정부가, 역시 ‘방송의 독립과 공공성’을 저버린 한나라당과 자연스럽게 손바닥을 마주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따라서 우리 단체는 이번 방통특위 법안소위의 ‘합의’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9월 28일 있을 차기 법안소위 회의에서 이번 합의를 전면무효화할 것과 다음과 같은 내용을 논의해줄 것을 요구한다.


첫째, 융합기구는 독립된 합의제 행정기구의 틀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99년 방송개혁위원회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낸 ‘방송위원회’의 목적과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둘째, 규제와 진흥을 분리해야 한다. 규제와 관련된 정책기능과 집행기능은 독립된 통합위원회가 담당하고, 진흥과 관련된 기능은 정부행정부처가 담당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셋째, 만약 융합기구 논의에서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킬 수 없다면, 졸속적으로 법을 처리해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논의를 늦추고 더 많은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기술발전에 따른 방통융합이 현실화되긴 했지만, 사실 지금의 방통융합 논의는 거대 통신자본과 이들과 결탁한 정부관료 집단에 의해 떠밀려 온 측면이 많다. 그 과정에서 방송의 공공성, 시청자주권 등 잃는 것이 많다면 지금 당장 융합기구를 서둘러 만들 필요가 없다. 오히려 ‘무료보편서비스 강화’, ‘디지털전환특별법’ 도입 등을 우선적으로 논의하는 게 더욱 가치 있다.


우리 단체는 28일 회의를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국회 방통특위가 역사의 길이 남을 오점을 만들지 않길 바란다. 그럼에도 이번 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시민사회단체들과 언론단체의 전면적인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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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