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전국언론노조문화방송본부 성명]이 광기(狂氣)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등록 2015.01.30 18:34
조회 793


이 광기(狂氣)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전례를 찾기 힘든 야만적 폭력은 결국 확정됐다. ‘웹툰’ 한번 그렸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던 권성민 PD에 대한 인사위원회 재심 절차가 지난 28일 진행됐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독선’과 ‘아집’에 눈 먼 경영진은 역사에 남을 과오를 되돌릴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권 PD에 대한 해고는 이제 노사 관계를 뛰어넘는 사건이 됐다. ‘표현의 자유’라는 토양 위에서 존재 가치를 찾아야 할 ‘언론사’에서 ‘표현’을 트집 잡아 해고의 칼날을 휘두르는 이 퇴행과 반동에 대해 양심 있는 언론인과 시민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시대착오적 억압이자, 밉보인 직원 개인에 대한 집요한 보복 징계, 힘 있는 자들의 일방통행식 인사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년을 앞둔 권 PD의 고교 시절 은사도‘제자라기보다 젊은 벗으로 함께 했던 권 PD의 해고 소식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하루를 지내고 있다’며 인터넷 공간에서 청원 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사측은 끝까지 귀를 닫고 눈을 감았다. “언론인으로써의 기능을 상실한 방송사의 예능은 마약일 뿐”이라는 권 PD의 2년전 블로그 글을 놓고 사측은 ‘용납할 수 없는 모독’이라고 분개했다.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거나 ‘제 발 저린’ 과민 반응일 뿐이다. “진심어린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왔다”고 말하려면 ‘모독’ 운운하기 전에 언론 기능을 제대로 했는지 반성하는 게 순서이다.

또, 왜 굳이 전직 사장을 희화화하고 조롱했느냐고 따지기도 했는데, 김재철을 희화화하면 해고당해야 하는 것인가? 신문 지면에서 대통령도 만평의 소재가 되는 마당에 페이스북 게시물에 김재철 발언 하나 인용한 게 무슨 대역죄라도 된다는 말인가?

사측은 이번에도 ‘정파’와 ‘노영’ 프레임을 전가의 보도처럼 들이댔다. 그러나, 사측이 ‘시청자와 동고동락하며 웃음과 감동을 전했다’고 평가한 지난 반세기와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노영방송과 특정정파의 가치를 추종하던 시절’이 어떻게 다른지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회사는 권 PD의 해고에 대한 조합의 비판 성명에 대해서도 ‘170일 파업’을 언급하며 억지 주장을 쏟아냈다. 다시 주지시키자면,현재까지 ‘170일 파업’에 대한 법원의 일관된 판단은 ‘수단, 방법, 목적에 있어서 정당하다’는 것이다. 무슨 배짱으로 법원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파업을 ‘해사 행위’라고 우기는 것인지 측은한 마음이 들 정도다. 그러나, 이 적반하장식의 소아병적 행태는 또 하나의 부당 징계로 이어졌다.

 

3년전 파업 참여 이유로 또 부당징계

 

이번 인사위원회에서는 지난 2012년 파업 당시 정보 시스템 담당 부서에서 근부했던 조합원도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파업에 참여하면서 정보 보안 프로그램에 대한 인수 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다. 그러나, 이 얼토당토않은 징계의 실상은 김재철 법인 카드 부정 사용 내역이 공개된 원인을 찾지 못하자 일 잘 하고 있던 보안 담당자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운 분풀이에 불과하다. 이 보안 프로그램이 이른바 ‘정보 유출자’를 찾는데 어떤 단서도 제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사측의 감사를 통해서도 이미 밝혀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 조합원은 법원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게 된 셈이다.


‘유죄 추정’으로 조합 집행부 징계 강행

 

사측은 또, 이미 정직 3개월의 징계를 확정했다가 스스로 ‘절차적 하자’를 인정하고 철회하는 촌극을 벌인 끝에 조합 민실위 간사에 대한 징계도 끝까지 밀어붙였다. 거듭 밝히지만 이는 ‘기자 출신이고 정치인들과 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사내 정보를 유출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근거없는 ‘추정들’에 의지한 엉터리 징계일 뿐이다. 이른바 ‘유죄 추정’의 원칙을 세워놓고 조합의 정당한 비판 활동을 옥죄려는 사측의 무리수일 뿐이다.

 

만화 한번 그렸다고 일터에서 쫓아내는 이 광기에 대해 조합은 물러서지 않고 투쟁할 것이고 결국 바로 잡을 것이다. 전임 사장의 비위 사실이 알려진 데 대한 사측의 엉뚱한 분풀이도 다시 되돌려 놓을 것이다. 노조 활동을 탄압하려는 근거 없는 엉터리 징계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끝까지 따져 물을 것이다.

 

2015년 1월 30일

전국언론노조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