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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D연합회 성명] 굴종을 강요하는 ‘가나안 농군학교’ 교육을 즉각 철폐하라
등록 2014.11.0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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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종을 강요하는 ‘가나안 농군학교’ 교육을 즉각 철폐하라




MBC 경영진의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 


MBC는 지난 31일 인사발령을 단행했다. 해체된 교양제작국 소속의 PD은 대거 비제작부서로 발령 났다. 특히 MBC는 업무 성과가 미흡하다는 구차한 이유를 들어 교육발령을 했는데 그 대상자들을 살펴보면 기가 막힌다. 교육발령 12명 중에는 <불만제로> '잇몸약의 배신'으로 한국PD연합회 작품상을 받은 이우환 PD, 자동차 보험의 문제점을 고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받은 이춘근 PD도 포함돼 있다. 

또  지난 2005년 ‘PD수첩’에서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파헤쳤던 한학수 교양제작국 PD는 사업부서인 신사옥개발센터로, 최근 한국PD연합회 '이달의 PD상'을 받은 김환균 PD는 사업부서인 경인지사로 배치됐다. 전 노조위원장인 이근행 PD, 'PD수첩'에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의 책임PD였던 제작한 조능희 PD, '남극의 눈물'을 제작한 김재영 PD 등은 편성국으로 발령났다. 


더욱이 MBC는 인사발령 대상자 가운데 일부 대표 선수를 '가나안 농군학교'로 보낼 예정이다. ‘가나안 농군학교’는 ‘새마을 운동’의 모태가 되었던 곳이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가나안농군학교를 방문, 새마을 운동의 정신이 된 '근면·자주·협동'과 관련한 사안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나안 농군학교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기치아래 효도교육, 치약 3mm로 양치질, 비누는 3회로 쓰는 절약운동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실제 교육발령 대상자는 '가나안 농군학교'로 보내져 매일 아침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고, 효도교육을 받으며, 농장 실습에 보내질 것으로 보인다. 수년 동안 방송제작을 하면서 공적기능을 수행한 제작진들에게 MBC가 내린 처사다. 굴종과 수모를 강요하는 결정인 것이다. 이는 중국의 ‘하방운동’, 즉  도시의 고학력자들을 반강제적으로 변방지방에 정착시켜 농사를 짓게 하는 정책과 조선시대 유배를 합쳐 놓은 것이라 볼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MBC의 이번 인사를 ‘가나안 농군학교 하방’이라 지칭할 것이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야할 사람들은 누구인가? MBC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키며 경영 악화를 만들고 있는 이들은 누구인가? 경기장에서 멀쩡히 대표선수로 뛰어야할 사람들에게 농사교육을 시키는 것이 과연 효율성 증진을 위한 대책인가?


한국PD연합회는 이번 MBC ‘부당인사’ 사태를 명백히 ‘보복인사’로 규정한다. 제작국내에서 비판적인 프로그램 제작으로 명성이 높은 제작진들을 몰아내고, 오로지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한 포석이다. 또한 제작진의 자율성을 송두리째 빼앗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만 만들겠다는 불순한 의도이며, 공적영역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다. 


분명히 말한다. MBC는 경영진만의 방송사가 아니다. 공공의 재산인 전파가 MBC에게 주어진 것은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다. 또한 언론인들의 자유를 구속해 경영진 자신들의 안위를 챙기라고 주어진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현 경영진의 이 같은 처사는 용서할 수 없고, 묵과할 수도 없는 행태이다. MBC 경영진에게 요구한다. ‘가나안 농군학교 유배’를 즉각 철폐하고, 제작진을 현장으로 보내라. 더 이상 MBC 구성원에게 굴종과 수모를 강요하지 마라. 



2014년 11월 4일 

한국PD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