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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문화방송본부 성명] 노동조합 탄압을 위한 징계, 즉각 철회하라
등록 2015.01.1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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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조합 탄압을 위한 징계, 즉각 철회하라




공영방송사의 엄연한 의무인 ‘공정방송’을 외면하던 사측이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사측은 오늘 (13일) 노동조합 민주방송실천위원회 (이하 민실위) 간사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사람 잡는 엉터리 징계이며 정당한 조합 활동을 옥죄려는 심각한 부당노동행위이다. 


이번 징계는 지난 여름 진행된 “사내 정보 유출 특별감사”에 따른 것이라고 사측은 밝혔다. 그러나 민실위 간사가 이 유출에 어떻게 연관돼 있다는 것인지 사측은 설명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고 앞으로도 못할 것이다.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회사는 감사의 제목이 의미하는 본체는 놔두고, 특정시기 기자들의 뉴스시스템 접속기록만 뒤졌다. 그렇게 해서 회사는 민실위 간사에 대한 중징계를 강행했고, 부부사이인 두 기자가 일시적으로 보도국 아이디를 공유한 일에 대해서도 정직 1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정말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징계의 근거가 된 감사 보고서는 조합 민실위 간사가 사내 정보를 유출했을 것으로 ‘추정’했을 뿐이다. ‘추정’만 가지고 징계의 칼날을 휘두른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그 ‘추정’의 이유 또한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민실위 간사가 기자 출신이고 정치인들과 친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그 어처구니없는 추정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허술한 ‘추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근거없는 ‘추정’이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의 핵심적인 사유가 된 것이다. 대명천지에 이런 억지가 어디 있는가. 일단 잡아넣고 죄인을 만들던 독재시절과 무엇이 다른가. 절차와 결과 모두 인정할 수 없는 징계이다.  


징계 대상이 민실위 간사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민실위는 노동조합보다도 오랜 역사를 가진 MBC 공정방송의 보루이다. 1987년 진실을 말하지 못했던 우리 선배 기자, PD들의 처절한 자기 반성의 결과로 탄생한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MBC의 공정방송을 위한 내부 감시견 역할을 해왔던 기구이다. 민실위의 정신이 곧 노동조합의 정신이며, 조합 활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민실위 활동이다. 


그러나, 함량미달의 경영진이 MBC를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조합과 민실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계속 돼 왔다. 사측은 ‘공정방송’을 위한 내부 견제를 ‘노영’이라는 엉뚱한 프레임으로 몰아가면서, 공정방송을 위한 각종 규정과 기구들을 무력화시켰다. 그리고, 급기야 무너지는 MBC 뉴스의 마지막 감시자 역할을 하던 민실위 간사를 근거 없이 징계하기에 이르렀다. 노동조합의 입을 틀어막고 MBC 뉴스의 치부와 민낯을 드러내는 민실위 활동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심각한 탄압으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른바 ‘유출’에 대한 사측의 과민 반응 또한 우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분명히 하자. 당시 드러난 것은 회사의 기밀이 아니라, 잇따른 보도 누락의 책임을 현장 기자들에게 덮어씌우려던 보도국 수뇌부의 새빨간 거짓말이었을 뿐이다. 그런 거짓말을 은폐하는 것이 사측이 말하는 기밀이고 정보 보안인가? 


지난 2014년 한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교수들은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선정했다. 본질은 호도되고 궤변만 설치는 대한민국의 부조리한 현실들 때문일 것이다. 지금 MBC도 마찬가지이다. 사무장의 바른 소리에 무안해지자 난데없이 ‘땅콩회항’을 지시한 누구처럼 사측은 국회를 상대로 한 거짓말이 탄로나자 엉뚱한 곳에 칼질을 한 것이다. 해가 바뀌었지만 MBC는 여전히 ‘지록위마’의 시절이다. 


이번 징계는 노조 활동을 탄압하려는 부당 노동 행위이며, 근거의 타당성 또한 찾기 힘든 부당 징계이다. 사측은 향후 재심 과정에서 이 엉터리 징계를 즉각 철회하고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조합은 이 일을 책임져야할 대상에게 반드시 형사적 책임을 물릴 것임을 분명히 하는 바이다.  



2015년 1월 13일 

전국언론노조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