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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가을 개편(금요일 저녁 드라마 2회 연속편성)'에 대한 민언련 성명서(2004.9.6)
등록 2013.08.14 15:56
조회 581

 

 

 

드라마 상업주의,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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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상업주의가 노골화되고 있다.
SBS는 오는 10월 가을개편에서 금요일 밤 9시 이후 프라임 시간대에 드라마를 2회 연속 편성할 계획이라 한다. 이미 SBS는 주말에도 8시 45분부터 10시 55분까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2편의 드라마를 연속으로 편성해 '시청률 지상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 SBS가 이번 가을개편에 또 다시 드라마를 2시간 연속편성한다는 계획은 '시청률 지상주의'에 사로잡혀 '갈 때까지 가보자'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미 우리나라의 방송은 '드라마 천국'이라 할 정도다. 일일 아침드라마, 저녁 시간대 일일연속극, 주말드라마, 미니시리즈, 대하드라마, 특별기획 등 제각각 이름을 붙인 수많은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주말 낮시간에 재방송되는 드라마까지 포함한다면 지상파TV는 '드라마 왕국'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SBS가 굳이 '2회 연속편성'이라는 비상식적 방법으로 또다시 드라마를 편성하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지난 5월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에서 방송3사의 봄개편 이후 프로그램 편성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주시청시간대(평일 저녁 7∼11시, 주말 저녁 6∼11시)에서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KBS1TV 18.3%, KBS2TV 32.8%, MBC 40%, SBS 46.9% 순으로 분석돼 SBS의 드라마 편성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는 SBS가 주시청시간대 타방송사와의 '시청률 경쟁'을 위해 드라마 편성에 치중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최근에 이미 <파리의 연인> 등 몇몇 드라마로 '시청률 재미'를 본 바 있는 SBS가 그나마 유일하게 드라마를 편성하지 않았던 금요일 저녁 시간까지 드라마를 채워 넣으려 하는 것은 '상업주의'의 발로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결국 방송3사의 '시청률 경쟁'을 불러오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미 SBS의 주말드라마 연속 편성으로 시청률에서 뒤지게 된 KBS가 주말 9시30분대의 시사프로그램을 다른 시간대로 옮기고 그 시간대에 대하드라마 편성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만약 SBS가 드라마를 연속 편성하는 순간 금요일 저녁 시간대가 어떤 상황에 처해질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금요일 저녁 시간대에 MBC는 <베스트극장>이라는 단막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다. <베스트극장>은 신인 작가와 연출자, 배우들의 '등용문'이자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실험이 이뤄지기도 한다. 하지만 SBS가 예전의 드라마와 큰 차별 없는 '미니시리즈'를 편성하는 순간, 아마 <베스트극장>도 시철률 경쟁에 밀려 '독창성'과 '실험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베스트극장>에 이어 방송되는 <사실은>에도 영향이 갈 것이다. <사실은>은 시사보도프로그램으로써 '매체비평'이라는 가치있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KBS 1TV의 <인물현대사>, 2TV의 <VJ특공대> 등 모든 프로그램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9시 메인뉴스프로그램까지 드라마와 경쟁하기 위한 '모종의 시도'를 할지도 모른다. 여기서만 그치지 않는다. 다른 모든 시간대의 프로그램이 '시청률' 하나에 목매는 악순환이 벌어질게 뻔하다. 바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전형적인 현상이 예상되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가 그 자체로 '나쁜 장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SBS가 제작하는 드라마의 경우 내용과 형식에서 '편식'이 심한 상황이다. SBS는 '단막극'을 시청률 문제로 없앴고, 청소년 드라마나 어린이 드라마같은 다양한 계층을 상대로 한 드라마 제작도 등한시 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SBS의 드라마들은 '간접광고'로도 연일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SBS가 현재의 드라마 제작관행에 대한 반성없이 또 다시 드라마를 늘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SBS 편성기획팀 관계자는 "주 5일 근무제 시행으로 주말분위기가 나는 금요일 저녁에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장르의 드라마를 선보인다는 차원"이라며 이번 개편을 그럴듯하게 포장했다. 마치 SBS가 새로운 드라마 제작을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지금까지 SBS의 운영을 보아 온 우리 시각에는 절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단적으로 지난 아테네 올림픽 기간 중에 SBS가 정규 드라마 편성을 무시한 것을 넘어 'SBS 특별기획'을 내세우며 야심만만하게 준비했다던 새 주말드라마 <매직>의 첫방송일정을 일방적으로 1주일 연기하면서까지 올림픽 경기중계에 매달린 것을 보면 드라마도 언제든지 시청률의 '희생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SBS가 진정 '공익적 민영방송'으로 거듭나겠다고 한다면 비상식적인 드라마 연속편성으로 방송문화의 물을 흐려서는 안 된다. 타방송사의 보도·교양프로그램과 시청률 경쟁이 안 된다면, 보다 참신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한 노력을 우선하는 것이 마땅하다.
분명히 경고한다. SBS의 이번 가을개편을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2004년 9월 6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