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홍석현 주미대사 사퇴와 중앙일보 각성을 촉구하는 성명서(2005.7.23)
등록 2013.08.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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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주미대사는 즉시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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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대선 당시 정치권과 재벌, 언론의 유착실상을 담은 이른바 ‘X파일’의 주인공 홍석현 주미대사의 반응이 어이없다.
홍씨는 MBC가 ‘X파일’을 방송하지 못하도록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내 스스로가 X파일의 당사자임을 드러내더니, 테이프에 담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이학수씨와의 만남이 “오래된 일이라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이 기억나지 않는 일에 대해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이유를 묻자 그는 “그 테이프 내용이 어떻든 사적 자리의 대화가 공개되는 걸 즐겁게 받아들일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대답했다고 한다. 또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여기(워싱턴) 올 때도 내 뜻대로 온 게 아니다. 앞으로도 큰 흐름에 맡기겠다”며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권력형 비리 의혹의 당사자들이 으레 들고 나왔던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을 홍씨로부터 또 한번 들어야 하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다. 대선이라는 국가적 중대사를 놓고 정치권에 제공해야 정치자금의 규모와 전달 방식 등을 의논하는 상황이 그저 식사 자리에서의 사적 대화이고, 오래 전 일이라 생각나지 않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


22일 MBC가 추가 보도한 ‘안기부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홍씨는 삼성그룹과 정치권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삼성의 ‘돈심부름’을 하기도 했으며, 여당 정치인의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정경유착을 감시해야 할 언론사의 사주가 나서 재벌이 여당 후보에게 제공하는 수 십 억원의 정치자금을 전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의외의 결과’에 대비해 야당 후보에게도 일정한 수준의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더블플레이”를 한 것도 모자라 야당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치명적 약점을 찾아 확산시키고자 나섰던 행태는 치밀한 ‘정치공작’을 뺨친다.
결국 이 보고서대로라면 97년 대선에서 중앙일보는 지면을 통해 극심한 편향 보도로 이회창 후보를 ‘지원’했고, 사주인 홍씨는 이회창 후보에게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대선자금을 전달하는 등의 방식으로 그를 지원하는 또 다른 “더블플레이”를 한 셈이다.


이미 우리는 청와대가 홍씨를 주미대사로 내정했을 당시 청와대 인사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제 신문시장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 주도, 탈세, 부동산투기 의혹에 이어 홍씨가 권력-자본-언론의 추한 커넥션을 적극적으로 주도했던 사실까지 드러나고 있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로 얼버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홍씨는 상황의 심각함을 스스로 깨닫고 물러나야 할 것이며, 만일 그가 이와 같은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노무현 정부는 그를 하루라도 빨리 해임해야 한다.
삼성그룹과 홍씨는 언론사들을 상대로 줄소송을 내는 따위의 파렴치한 대응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 나와 97년 대선당시에 금권을 동원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스스로 명명백백 밝히고 사죄해야 한다. MBC 등 언론사에 대한 소송은 국민의 공분을 더욱 키우게 될 뿐임을 명심하라.
중앙일보도 각성하라. 젊은 기자들의 언론인으로서의 양식과 양심에 묻는다. 중앙일보의 젊은 기자들은 이 같은 사태에도 왜 침묵하는가.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홍석현 주미대사는 사퇴하고 중앙일보의 경영에서도 손을 떼라. <끝>


 

2005년 7월 23일


(사) 언론개혁국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