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탄핵관련 방송을 비판하는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성명서 (2004.3.15)
등록 2013.08.0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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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신문 탓은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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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탄핵가결 이후 불길처럼 솟아오르는 국민적 분노와 지지율 하락을 방송 탓으로 돌리고 나서자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수구신문들이 15일 일제히 이에 동조해 방송을 질타하고 나섰다.


지난 14일 한나라당은 최병렬 대표는 "역풍의 진원지는 방송"이라며 "지금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는 세력은 TV와 '노사모'"라고 주장했고, 고흥길 의원은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방송사들이 앞장서 마치 전체 국민이 탄핵가결을 반대하는 양 연신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이는 명백한 편파보도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방송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김경재 상임중앙위원은 지난 14일 "여론조작이 아니고는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없는 일"이라며 '여론조작설'까지 제기하며 "언론이 내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았다. 민주당은 심지어 지난 14일 조순형 대표를 앞세우고 "탄핵정국과 관련, 방송이 탄핵 반대쪽만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등 편파보도를 하고 있다"며 KBS와 MBC를 항의방문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오늘(15일)은 민주당 조대표가 KBS 수신료 거부운동을 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고, 한나라당 일부 의원도 수신료를 무기로 KBS를 압박하는 유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KBS 수신료'가 한나라당이 어려울 때 언제든지 써먹을 수 있는 정치판의 동네북인가.
두 거대야당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일부 신문들은 사설까지 동원해 '방송은 이성을 찾아야 한다'거나 'TV 탄핵 방송 문제 있다'며 동조하고 나섰다.


조선일보 15일자 사설 <방송은 이성을 찾아야 한다>는 "방송만 들어서는 전국이 혼란에 휩싸여 있는 듯하다"며 "일부 프로그램 진행자나 초대된 연사들은 시종일관 자극적 언사를 쏟아 부으며 혼란을 재촉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15일 사설 <TV '탄핵 방송' 문제 있다>에서 "전부터 시청료 거부운동이 일어날 만큼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아 온 KBS는 비상시국에서 극도의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공영방송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며 "방송위원회는 사회적 파급효과를 감안해 '편파 방송'에 즉각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해 의회권력의 언론탄압을 부추기고 나섰다.


중앙일보의 경우 사설을 쓰지는 않았지만 7면 종합면의 반을 털어 <KBS·MBC '불안·혼란' SBS '차분'> 기사를 실어 방송3사의 보도태도를 비교하며 "(KBS가) 탄핵의 원인과 과정을 분석하는 내용보다는 탄핵안 가결 당일의 격렬한 몸싸움 장면과 탄핵 반대 시위현장을 반복해서 방영했다", "KBS·MBC 뉴스와 관련 프로그램에서는 탄핵에 반대하고 야당을 성토하는 전문가 발언과 시민 인터뷰가 주종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입만 열면 '언론자유'를 외치던 거대신문들이 대통령까지 탄핵시킨 '의회권력'의 방송압박에 동조하고 나선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들 일부 신문이 야당의 주장에 화답이라도 하듯 방송의 편파성을 문제삼고, 두 공영방송이 '불안과 혼란'을 부추긴다고 주장했지만 탄핵가결 다음날 신문보도도 방송이 보인 '관심'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13일 신문들은 일제히 <노대통령 직무정지>(경향), <노대통령 탄핵안 가결 권한정지>(동아), <노대통령 탄핵가결·권한정지>(조선), <노 직무정지>(중앙), <탄핵안 가결 노대통령 직무정지>(한겨레) 등 '탄핵가결', '직무정지'를 1면 머리기사로 뽑았다. 또 작은 제목으로는 '헌정사상 초유사태'(경향), '헌정사상 처음'(동아, 조선) 등으로 보내해 초유의 일임을 강조했다. 12일 저녁 방송3사가 <탄핵안 기습가결>(MBC), <헌재판단 기대>(KBS), <노대통령 탄핵안 가결> 등을 첫 보도한 것과 크게 구별되지 않는다. 오히려 KBS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가결에 대한 입장을 차분히 전달해 혼란을 수습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탄핵' 관련 보도량에 있어서도 신문들은 방송에 뒤지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KBS 1TV가 13일에 12시간 동안 '탄핵관련' 특집방송을 편성했다며 비판했지만 조선일보도 절반에 가까운 총 14면, 중앙일보 총 10면, 동아일보 총 11면 등 중요한 모든 지면을 '탄핵 가결' 소식으로 메웠다. 보도태도도 '극도의 냉정함을 유지'하기는커녕 선정적인 어휘와 국회 안을 몸싸움 현장을 담은 사진을 화보로 싣는 등 야당과 수구신문의 표현을 빌리자면 '혼란을 부채질하는 보도'를 보였다.


또 야당들이 '여론조작설'까지 제기하며 방송의 여론조사를 문제삼았지만 신문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왜 방송만 걸고넘어지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방송의 경우 KBS가 '탄핵잘못 70%', '열린우리당 지지 34%', MBC가 '탄핵잘못 70%', '열린우리당 지지 29.7%', SBS는 '탄핵잘못 69.3%', '열린우리당 지지 36.3%'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신문들의 여론조사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동아일보 '탄핵잘못 70.3%, 열린우리당 지지 34.6%', 중앙일보 '탄핵잘못 76%, 열린우리당 지지 34%', 한국일보 '탄핵잘못 73%, 열린우리당 지지 38.2%' 등의 여론조사 결과를 13일자 신문에 일제히 실었으며 문화일보의 조사에서는 '탄핵잘못 76%, 열린우리당지지 47%'라는 결과까지 나왔다. 심지어 가결 직후 자체 여론조사를 하지 않은 조선일보는 방송사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보도하기까지 했다.


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언론의 보도를 꼼꼼히 살피지 않고 무조건 방송만 탓하는가. 일부신문들은 왜 스스로의 보도태도는 돌이켜보지도 않고 방송이 국가를 혼란으로 몰아넣는 것처럼 매도하고 있는가. 국민의 뜻을 외면한 탄핵이 불러온 국민적 분노를 엉뚱한 '방송 탓'으로 돌리는 야당의 행태는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언론들의 표현대로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자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방송이 특집방송을 편성하고, 관련보도를 많이 편성한 것은 당연하다. 신문이 많은 지면으로 관련 소식을 전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국민적 비판여론을 무시하는 것은 언론의 바른 태도가 아니다.


본회는 야당의 방송사 압력에 부화뇌동한 수구언론들의 '방송 딴지걸기'에 주목하고 있다. 야당의 폭거에 분노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선 국민들이 마치 방송에 의해 선동당한 것처럼 여론몰이를 시도하는 야당과 수구언론의 '의도'와 '국민비하' 보도를 우리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국민들은 특정 매체, 특정 세력의 선동에 휘둘릴만큼 어리석지 않다. 국민은 방송 탓을 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행태가 총선용 방송장악 음모임을 이미 감지했다.
우리는 87년 6월항쟁 당시 신문과 방송이 막바지에 '민주화의 대세'에 동참했던 것을 기억한다.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민주주의 수호'라는 시대적 대세를 거스른다면, 이는 곧 거대야당과의 '동반몰락'을 자초한다는 것임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2004년 3월 15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