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KBS의 '디지털방송 전송방식 변경 촉구' 민언련 성명서(2003.8.19)
등록 2013.08.0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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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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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인 KBS가 'DTV 전송방식'과 관련해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정연주사장의 뜻에 따라 각계의 의견을 수렴, 곧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일단 KBS가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개방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난 97년 말 정통부가 디지털 전송방식을 미국식으로 졸속결정한 이후 방송기술인들을 비롯하여 시민사회가 방식재검토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미국방식은 '이동수신'이 불가능하고, 산악과 고층건물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상 난시청문제를 전혀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미국식의 취약함은 DTV 전송방식으로 미국식을 채택한 나라가 극소수에 그쳤다는 사실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나마 미국식을 채택했던 대만과 싱가폴이 비교실험 후 유럽식으로 DTV 방식을 변경한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컸다. 현재 미국방식을 채택한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우리나라밖에 없다. 기실 캐나다는 미국과 같은 권역으로 볼 수 있으므로 결국, 미국식을 채택한 나라는 미국과 한국뿐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미국에서 미국방식을 변경한데 있다. 5월 29일 미국 첨단텔레비전방식위원회(이하 ATSC) 산하의 기술분과는 기존의 '미국식 디지털TV 전송방식'인 '8-VSB'를 포기하고 새로운 전송방식인 'E-VSB'를 채택하기로 했다. 이어 6월 11일에는 미국의 전미방송협회(NAB)가 '8-VSB' 대신 새로운 전송방식을 지지키로 결의해, 사실상 미국에서조차 '미국식 디지털전송방식'을 포기한 상황이다. ATSC는 지난 3년 동안 '이동수신 불가' 등 '8-VSB'의 문제를 인식하고 기술개선에 매달려왔으나 실패했고 결국 '개선포기', '새방식 채택'으로 디지털정책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그 동안 '미국방식'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 "미국에서 기술개선이 이루어지면 문제는 다 해결된다"고 앵무새처럼 되뇌어 왔던 정통부가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정통부는 관료적 경직성에 빠져 복지부동이다.


도대체 미국에서조차 포기한 방식을 정통부가 이토록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정통부의 이러한 '마이동풍'식 대응 행태로 인해 KBS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우리는 KBS가 기왕에 추진해왔던 미국방식을 유럽식으로 변경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액과 미국식을 고집할 경우 생길 국가적 손실을 공정하게 비교 검토해 업계나 정통부관료의 이해에 끄달리거나 눈치보지 말고 시청자와 국민의 입장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그 동안 MBC는 'DTV 방식변경'을 일관되게 주장해왔고 SBS내부에서도 방식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KBS내 양식 있는 방송기술인들도 이미 미국식의 문제점에 인식을 같이 해왔다. 이제 남은 것은 KBS경영진의 결단뿐이다. 우리는 정연주사장을 비롯한 KBS경영진의 용기 있는 결정을 촉구한다.


 

2003년 8월 19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