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재판부의 현명하고 신중한 판단을 촉구한다(2002.9.3)
등록 2013.08.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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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의 현명하고 신중한 판단을 촉구한다
 

 


9월 3일, 서울지법 형사 9단독 박태동 부장판사는 '조선일보의 이승복 군 보도'관련 명예훼손 소송에 대한 판결에서 김주언 언론재단 이사와 김종배 전 미디어 오늘 편집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본회는 이번 소송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소송은 2년여를 진행해오던 판사가 올 3월 교체되었고 재판 과정에서 채택된 증인과 증거들이 무시되는 등 공정성과 신뢰성에 큰 흠집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이 사건의 두 가지 핵심 쟁점 중 이승복의 발언에 대한 진위는 관계인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진술하고 있어 이제는 더 이상 따질 수 없는 문제가 됐고, 조선일보 기자가 현장 취재를 했는지 여부는 조선일보에서 제출한 당시 현장 사진들에 취재기자의 모습이 등장하는 점등에 비춰 두 피고인의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김주언 전 총장과 김종배 전 편집장에게 각각 징역 6개월과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판결문은 다음의 두가지 점에서 심각한 오류를 안고 있다.


첫째, 이승복 군 발언의 진위에 대해서 당시 신문에서 보듯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을 다룬 신문은 조선일보 밖에 없었다. 기사를 쓴 조선일보 강인원 기자는 이 말을 승복 군의 형 이학관씨에게 전해 들었다고 했지만 이학관씨는 92년 강인원 기자를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가 번복하고 있어 '관계인들 모두가 사실이라 진술'하는 것을 신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른 물적 증거와 정황 증거가 갖춰져야 됨을 지적한다.


둘째, 조선일보 강인원 기자의 현장 취재 여부 또한, 조선일보 측에서 핵심 물증으로 사진을 제출하며 강인원 기자가 사진 속에 있다고 한 것에 대해 포토저널리즘학회에서 정밀 감정한 결과 조선일보에서 지목한 사람이 강인원 기자가 아니라는 최종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더불어 사진 속에 등장하는 확인된 다른 인물들이 현장에서 조선일보 기자를 만난 적이 없음을 이미 법정에서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조선일보의 주장에만 무게를 실어 판결을 내린 것은 사법부 판결의 공정성에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언론보도 소송관련 피고인에게 실형까지 선고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판결을 놓고재판부의 편향성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본회는 최근 사법부가 내린 언론과 관련한 일련의 소송결과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부는 지난 8월 16일 '이문열씨 홍위병발언' 관련 소송에서도 원고인 안티조선연대에 패소판결을 내린 것은 물론 8월 30일 '시민단체를 홍위병으로 묘사한 한나라당, 조선일보'관련 소송에서도 잇따라 조선일보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급기야 이승복군 보도관련 소송에서는 증거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조선일보에 손을 들어주었다. 사법부가 언론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사법부의 이러한 편향된 판결 때문이다.
김주언 언개연 전 총장과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장은 9월 3일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할 것이라고 한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라도 증거자료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균형있는 시각으로 현명하고 신중하게 판단하길 진심으로 촉구한다. 본회는 이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2002년 9월 3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