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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성명] 세월호 ‘보도참사’ 즉시 사과하라
등록 2014.05.1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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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보도참사’ 즉시 사과하라

 


참담하고 부끄럽다. 희생자 가족을 폄훼하고도 반성할 줄 모르고,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마저 탄압하려는 사측의 행태가 이제는 원망스럽고 한스럽다. 어제 KBS는 메인뉴스에서 그동안 자사의 보도 행태에 대해 2꼭지에 걸쳐 강도높게 비판했다. SBS 역시 유가족 대표와의 대담을 통해 자사 보도의 문제점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반성했다. 지금까지 사과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지상파는 MBC가 유일하다. 

  


하지만, 과연 MBC가 떳떳하다고, 진실된 보도를 했다고 사측은 자신할 수 있는가. 우리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차마 고개를 들 수 없고, 입을 열 수 없을 정도의 부끄러움과 참담함이 현재 MBC 구성원들의 심정이다. ‘희생자 가족들의 조급증이 잠수사를 죽음으로 몰았다’, ‘왜 중국인처럼 애국 구호를 외치지 않고 일본인처럼 슬픔을 속으로 삭이지 않느냐’고 몰아세운 게 MBC의 보도였다. 희생자 가족들을 향해 차마 입에 옮기기도 민망하고 부끄러운 막말을 쏟아낸 장본인들이 MBC의 간부들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과 비통에 잠긴 희생자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폭력이었다. 믿을 수 없는 참사에 공감하고 아파하던 국민들을 더 분노케 만든 또 다른 참사였다. 

  


그러나 자성의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조합이 민실위 보고서를 통해 유가족을 폄훼한 ‘보도 참사’의 문제점을 차근차근 지적하고, 기자 121명이 군사정권 치하보다도 엄혹한 MBC의 현실속에서 징계를 각오하고 절절한 반성과 사죄의 뜻을 밝혔지만, 들려오는 것은 ‘색출하겠다’, ‘징계하겠다’는 비정한 공포의 언어들뿐이다. ‘보도참사’와 ‘막말’의 진상을 규명하자는 조합의 공정방송협의회 개최 요청에도 ‘단협이 없으니 공방협도 없다’는 무성의한 답변뿐이다. 

  


‘성명 쓴 기자들은 징계하겠다.’ ‘조합의 진상규명 요청은 묵살하겠다.’는 사측에 확인하고 싶다. 사측은 유가족을 폄훼하고 모욕한 박상후 부장의 보도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팩트 위주로 시원했다’는 보도 당사자의 평가에 사측은 동의하는가. 보도국 간부들이 내뱉은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막말도 감싸고 덮겠다는 입장인가. 사측은 밝혀야 한다. 

  


조합은 칼바람이 몰아칠 엄혹한 현실을 무릅쓰고 ‘세월호 보도 참사’와 보도국 간부들의 ‘막말’에 대한 사측의 진상규명과 사과를 촉구하는 행동에 나설 것임을 천명한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슬픔과 상처에 대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침몰하는 MBC에 대한 위기감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사측은 희생자 가족과 시청자들에게 즉시 사과하고 머리를 숙여야 한다. 절절한 호소이자 준엄한 명령이다.

  


2014년 5월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