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경기도 교육위의 ‘예산 삭감’ 결정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논평(2009.6.25)
등록 2013.09.2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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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밥값’깎는 교육위, 비판 없는 조중동·방송3사
 
 
경기도 교육위원회가 아이들의 무료급식 예산을 깎아 ‘김상곤 교육감 흔들기’에 나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23일 경기도교육위원회는 예산결산소위원회를 열어 도교육청이 상정한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초등학교 무료급식비 예산171억1674만원 중 50%를 삭감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오는 2학기부터 도서벽지 및 농산어촌, 도시지역 소규모 학교 등 경기도내 400개 초등학교 학생 15만3000명에게 무료 급식을 실시하려했으나 어렵게 됐다. 경기도 교육위는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학급당 25명, 학년 당 6학급 이내로 하는 혁신학교 운영비 28억2762만원도 전액 삭감했다.
김상곤 교육감의 핵심 공약이라 할 수 있는 무상급식 확대, 혁신학교 운영을 예산삭감이라는 방식으로 발목 잡은 것이다. 특히 무료급식 예산을 절반으로 삭감한 것은 자신들이 반대하는 교육감을 흔들기 위해 아이들의 ‘밥값’마저 손댄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더욱이 무료급식비 예산 171억원은 2008년에 쓰고 남은 잉여예산이라고 하니 줄여야 할 아무런 명분도 없다. 이미 예산삭감에 찬성한 도 교육위원들에게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한다.
 
그러나 23일과 24일 방송3사는 메인뉴스에서 경기도 교육위원회의 치졸하고도 ‘비정한’ 예산삭감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김상곤 교육감 흔들기에 앞장서온 조중동은 말할 필요도 없다.
중앙일보는 24, 25일 관련 보도가 없었다.
동아일보는 24일 ‘김상곤의 공약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예산삭감 사실을 짧게 전했다. 아이들의 무상급식비 삭감에 대해서는 “계수조정 과정에서 절반 규모로 줄어들었다”는 언급이 전부다.
조선일보 역시 24일 ‘김상곤 교육감의 핵심 공약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는 기사 가운데 ‘무상급식 예산이 삭감됐다’는 언급을 끼워 넣었을 뿐이다.
조선일보는 25일에도 기사를 실었으나 이번에는 ‘경기도 교육청과 교육위원회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경기도 교육청·교육위원회 정면 대치>라는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23일 경기도교육위원회가 김상곤 교육감의 공약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에 대해 경기도 교육계 구성원들 간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기도교육청은 “예산 삭감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고, “김 교육감의 정책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발끈”하고 나섰으며 교육위원들도 갈등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번 예산 삭감은 보수적인 교육계의 김 교육감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분간 교육청과 교육위원들 간에 의견 대립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는 경기도교육청 관계자의 말을 덧붙였다.
 
한편, 경기도교육위의 예산삭감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곳은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정도였다.
한겨레신문은 24일 <경기도 교육위 ‘김상곤 교육감 발목잡기’>와 25일 사설 <아이들 밥그릇까지 뺏는 경기도 교육위>를 통해 경기도교육위의 예산안 심의 과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사설에서는 경기도교육위가 “전체 추경예산안 3656억6500만원 가운데 5.6%에 불과한 김 교육감의 공약 관련 예산에 대해서만 계수조정을 벌여 이렇게 칼질했다”며 “김 교육감의 발목을 잡기 위한 정파적 행동”이라고 지적한 뒤, “누구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를 떠나, 이게 아이들 교육을 다루는 대의기관의 모습인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24일 <무료급식 예산 깎는 ‘이상한 교육위원들’>에서 “정파를 떠나 학생에게 최소한의 무상급식을 제공하려는 것을 다른 사람도 아닌 교육위원이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5일 <“무료급식 예산 깎은 교육위원들 굶겨라” 항의 빗발>에서는 예산을 삭감한 경기도교육위원들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고 보도하고, 예산 삭감으로 ‘도시지역 소규모 49개 초등학교 7500여명이 무료급식 대상에서 어쩔 수 없이 제외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무리 제 입맛에 맞지 않는 ‘진보 교육감’이라지만 아이들의 무상급식비를 깎아 골탕을 먹이겠다는 발상은 ‘교육위원으로서 자격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모른 척하며 ‘김상곤의 공약이 차질을 빚게 됐다’, ‘경기도 교육계가 공방을 벌인다’는 식으로 다루는 조중동은 ‘언론으로서 자격 없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조중동은 걸핏하면 우리사회가 ‘이념으로 찢어졌다’며 그 책임이 ‘진보세력’에 있는 양 호도한다. 그러나 조중동이야 말로 자신들의 편향된 이념과 ‘친MB’라는 정파적 이해에 따라 신문을 만드는 집단이다. 조중동에게 묻고 싶다. 아이들의 밥값을 깎아서라도 김상곤 교육감이 곤경에 처하는 것이 좋은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토록 반교육적이고 정략적인 예산삭감의 문제를 외면한단 말인가?
조중동이야 ‘원래 그런 집단’이라 해도 방송3사의 무관심은 참으로 안타깝다.
방송3사에 촉구한다. 지금이라도 경기도교육위의 예산삭감을 제대로 보도하라. 이것을 방치하면 앞으로도 ‘친MB’ ‘친한나라’ 세력들은 아이들을 볼모로 ‘김상곤 길들이기’, ‘김상곤 발목잡기’를 벌일 것이며, 그 피해는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지상파방송, 특히 공영방송으로서 책임을 깡그리 망각하지 않았다면 최소한의 사실보도라도 하라.<끝>
 
 
2009년 6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