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MBC노조 성명] '유족 깡패’막말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
등록 2014.05.1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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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깡패’막말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조합이 어제 성명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 폄훼 보도의 당사자인 전국부장이 유족을 모욕하는 망언을 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이번에는 보도조직의 수장인 김장겸 보도국장까지 ‘깡패’ 운운하는 막말을 했다는 소식이 <한겨레>를 통해 전해졌다. 소문으로 떠돌던 ‘설마’ 했던 사실이 외부 보도로 확인된 터여서 MBC 구성원들은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 국장은 지난달 25일 편집회의에서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 ‘무전기를 빼앗아 물에 뛰어들라고 할 수준이면 국가가 아프리카 수준이다’ ‘유족의 감정을 고려해 그냥 넘어가야 하는 건지 잘 생각해보자’ 등의 문제적 발언을 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폄훼한 지난 7일의 ‘보도참사’는 일찌감치 보도국 수뇌부에 의해 잉태되고 있던 것이다. 


실제로 문제가 됐던 지난달 25일 현장 취재팀은 실종자 가족들이 해수부 장관과 해경청장을 ‘감금’했다는 내용의 리포트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박상후 전국부장은 회사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해수부 장관과 해경청장이 ‘실종자 가족에게 갖은 수모를 당하다 풀려난 것’과 관련해 ‘이런 사태를 있는 그대로 리포트 하는 게 어떠냐고 주문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런 배경과 <한겨레> 보도는 정확히 아귀가 맞는다. 김장겸 국장은 <한겨레>의 보도와 관련해 회사 홍보실을 통해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우리는 김 국장 본인의 책임 있는 해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해명과 사과는 커녕 오히려 진실을 덮고 억압하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보도국 수뇌부는 기자회의 사과 성명에 누가 참여했는지, 사내 게시판에 올라오는 비판적 의견 개진은 누가 작성한 것인지 가려낼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조만간 겨울바람이 몰아닥칠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적극 참여든 단순 참여든 성명에 참여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전국부장의 협박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본인의 막말은 덮어둔 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찍어 누르려는 것이다. 


우리는 진실을 밝히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언론사의 구성원들이다. 진실을 추구하는 조직에서 이를 은폐하고 숨기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고, 덮는다고 진실이 은폐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이라도 ‘막말’과 ‘보도참사’에 대한 책임 있는 해명이 나와야 한다. 

  

아울러 사측도 더 이상 사태를 방관하지 말고 하루 빨리 ‘유족 깡패’ ‘유족 그X들’ 막말 그리고, 유가족 폄훼 보도 참사에 대한 진상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보도국장과 전국부장은 이번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간부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그런 불순한 생각들을 폭력적인 형태와 내용으로 보도한 당사자들이다. 이미 심대한 타격을 입은 공영방송 MBC의 신뢰, 더 나아가 존망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이들을 비호해서 얻을 수 있는 건 국민적 분노와 비난뿐이다. 

  

2014년 5월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