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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성명] 지역유보금 투자 동원,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2015.02.09)
등록 2015.02.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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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유보금 투자 동원,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MBC C&I가 추진하는 ‘상암동 주차복합빌딩 개발사업’에 강원영동·전주·춘천MBC가 투자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기대보다는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역사 대상으로 공개 설명회 한번 없이 지역사 사장들을 개별 접촉하다 보니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남은 임기가 채 한 달이 안 되는 사장도 있고, 어느 지역사에서는 관련 내용을 구성원들과 공유한지 2-3일만에 투자를 결정하고 이사회에 부의한다고 서두르는 모양이다. 


게다가 신설법인은 아직 설립도 안 됐는데 이번 주안에 출자금 전액을 입금하라는 요구가 해당 지역사에 전해지고 있다. 강원영동 60억, 춘천 40억, 전주 30억 등 모두 130억 원이나 된다. 이 큰 돈을 누구한테 맡기라는 것인가. 당장 3월2일 서울시에 199억 원의 땅값 잔금을 치러야 하니 급전이 필요한 건 알겠지만 생명줄 같은 지역사 유보금은 그렇게 함부로 손댈 수 있는 돈이 아니다.  


과거를 되짚어보자. 지금까지 본사가 기획한 사업에 지역유보금을 투자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는가? 부산·울산·경남은 드라마 ‘김수로’로 17억 원의 투자손실을 입었다. 펀드 투자나 공연, 뮤지컬, 영화사업도 함께 추진한 사례가 있지만 대부분 원금도 건지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지역 MBC 유보금 투자는 본사 사업의 투자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투자로 포장된 강탈’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번 ‘주차빌딩 개발사업’은 600억 원이나 투자되는 규모의 사업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이 판을 치고 있다. 지난주에만 사업 계획이 3번이나 바뀌었다. 신설법인 형태가 당초 PFV (프로젝트 금융투자 회사)에서 SPC (특수목적법인)로 바뀌었고, 땅 소유를 MBC C&I로 한다고 했다가, 얼마 뒤 지분대로 나누겠단다. 여기에 유보금이 350억 원 남짓한 MBC C&I가 어떻게 430억 원을 투자해 얼마만큼의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것인지, 자금 동원에 대한 명쾌한 설명도 없고 설명할 때마다 초기 출자금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도대체 뭐가 정확한 사업계획인지 알 수도 없는 지경이다. 과연 제대로 된 사업인가라는 의심을 품기에 충분하다. 

  

이 사업에 우려를 표시하는 전문가들은 위험 부담은 큰 반면 예상 수익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연평균 수익률은 IRR(Internal Rate of Return, 내부수익률) 기준으로 4.89%에 불과하다. 2027년 사업을 마무리할 시점에 양도차액이 135억 원 이상이고, 완공 3년차부터 공실률은 0%, 연평균 50억 원 영업이익이 발생한다고 가정했을 때 나온 수익이다. 얼마를 차입하는가에 따라 이 계산식은 또 달라질 것이다. 사업이 진행되면서 건축비가 증액되거나 운영비 부담이 증가할 경우 차입에 따른 금융비용이나 대출 상환부담까지 지역사에 전가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지역MBC 입장에서는 차라리 이자율 6.9%(기획재정부 장관 고시로 해마다 변동)인 특수관계자의 당좌대출로 유보금을 빌려주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투자가 지역사 유보금 전용이 아니라면 MBC C&I는 사업내역을 완전히 공개하고 자금 동원 계획을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단 한 차례의 사업설명회로 지역사 유보금 수십 억 원을 손쉽게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지역사가 30억 원 이상의 지역유보금을 투자하려면 TF를 꾸려 최소 몇 달씩 고민하는 게 보통이다. 지역사의 유보금은 지역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소중한 씨앗이다. 이 씨앗을 어디에 뿌릴 것인가 하는 것은 지역사 구성원들의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 경영행위에 간섭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지역사 사장들이 본사의 강권(?)을 이기지 못하고 유보금을 투자했지만 성공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그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고 말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용인 드라미아 테마파크 조성 사업에 지역사 유보금을 활용할 계획이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들린다. 지역사 입장에서는 유동성 위기를 맞은 본사가 본격적으로 지역사 유보금을 빼가려는 건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 광고 배분 문제와 지역사 재전송료 문제가 여전히 왜곡된 상황에서 ‘지역사에 투자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본사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지역사 구성원들은 없다. 그동안 유보금 투자 규모가 몇 천만 원, 몇 억 원 단위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수십 억 원으로 커졌고 그만큼 지역사의 위험부담도 커지고 있다. 그런 만큼 지역사 유보금을 위험 회피용으로 활용 또는 아예 전용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조합은 강력하게 저항할 것이다. 특히 해당 지역사 대표들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 



2015년  2월  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