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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성명] 결국‘김재철 체제 굳히기’로 치닫는가
등록 2014.02.1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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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김재철 체제 굳히기’로 치닫는가

김종국, 안광한, 이진숙, 전영배 ‘김재철 2세’들 대거 사장직 지원
‘증오와 보복 경영’ 불 보듯...이들 연임·선임 땐 MBC 미래 없다

 

 

 사장 공모 접수가 마감됐다. 3년의 임기를 보장받게 될 사장을 뽑는 절차다. 앞으로의 3년이 어떤 3년인가. 이대로라면 MBC가 계속 존재할 수 있을지 여부조차 불투명해질 수 있는 시간이다. 김재철과 김종국, 두 사장을 거친 지난 4년간 MBC의 신뢰도와 경쟁력은 바닥을 모를 만큼 곤두박질쳤다. 오늘(2월 13일)만 해도 두 명의 유능한 예능PD가 종편으로 이직하는 등 실력 있는 기자, PD, 아나운서들이 너도나도 회사를 탈출하고 있다. 그 사이 상식 있는 시청자들에게 “요즘도 MBC 보나?”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좀 볼만 하다 싶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도 “MBC이기 때문에” 안 본다는 유례없는 ‘채널 이미지 디스카운트’ 현상까지 겪고 있다.

 

 이런 MBC를 만든 자들이 누구인가. 법원조차 “파업할 수밖에 없었다”는 판결을 내릴 만큼 방송의 공정성을 후퇴시켰던 자들, 견디다 못해 일어난 저항의 움직임에 ‘정치 파업’이라는 저열한 프레임을 뒤집어씌운 자들, 파업이 끝난 이후에도 사원들의 능력보다는 파업 참가 여부로 보복 인사를 자행해 경쟁력 추락을 초래했던 ‘김재철 키즈’들이 이번 사장 공모에 대거 지원했다. 이들의 ‘해사 행위’는 하나하나 열거하기에 입이 아플 지경이다.

 

김재철 사장 시절부터 강압적인 지역사 통폐합 등의 노조 탄압 기술을 인정받아 결국 본사 사장 자리를 꿰찬 뒤, 자신의 연임에만 눈이 멀어 지속적인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신뢰도 추락을 야기하고, 상여금 체불과 보복을 위한 인사제도 개악(改惡) 등을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심지어는 해고자를 복직시키라는 법원의 판결에 반발해 수억 원의 신문광고를 내는 등 몽니를 부리는 현 사장과

 

편성국장과 본부장을 거치면서 ‘PD수첩’ 등의 경영진 사전시사를 고집해 제작 자율성을 위축시키고, ‘후플러스’ 폐지 등 시사·보도 프로그램 탄압에 앞장섰으며, 김재철 체제 당시 인사위원장으로서 갖은 보복 징계의 칼날을 휘두르는데 앞장섰던 MBC플러스 사장이 공모에 지원했고,‘김재철의 입’으로 파업의 정당성을 훼손시키는 데 앞장섰고, 무엇보다 대선을 앞두고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비밀리에 만나 지분 매각을 논의하는 등 ‘자발적 민영화 시도’로 정치적 구설수에 휘말렸던 워싱턴 지사장은 ‘청와대의 낙점’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낙하산 사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

 

지난 2009년 보도국장 당시 뉴스데스크 앵커를 압박해 사퇴하게 한 일로 일찌감치 보도국 기자들로부터 불신임당한 것도 모자라, 김재철 사장을 등에 업고 보도본부장으로 컴백한 뒤 온갖 누락·편파보도를 진두지휘해 결국 파업을 촉발시켰던 MBC C&I 사장까지 지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에게 ‘과거에 대한 반성’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나 수십 년 시청자들에게, 그리고 구성원들에게 자랑스런 공영방송이었던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그 반대급부로 온갖 자리와 특혜를 누렸으면서 이제 사장직에까지 도전하는 그 뻔뻔함에는 혀를 내두를 뿐이다. 갈기갈기 찢겨진 조직, 외부와 경쟁하며 더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매진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구성원들의 좌절감이 깊어진 지금, 또 다시 그 몸서리쳐지는 이름들을 들어야 하는가.

 

묻는다. MBC를 어떤 회사로 만들려 하는가. ‘정상화’를 위한 어떤 복안이 있는가. 3년의 사장직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할 일이 ‘경영 악화’를 구실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 아닌가. 사적 보복의 도구로 전락한 개인평가 결과에 임금까지 연동시켜 ‘말 잘 듣는 조직’을 만드는 것 아닌가. 조직 장악이라는 명분으로 파업 참여와 비참여라는 지겨운 분열 책동을 멈추지 않을 것 아닌가. 이들 중 누가 사장이 되더라도 ‘증오와 보복 경영’으로 일관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심지어는 이들끼리 벌써부터 “누가 더 노조를 강압적으로 누를 수 있는가”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제대로 된 공영방송의 길을 가자는 99% 구성원들의 열망을 ‘정치노조’라는 한 마디로 일축하고 자신의 영달을 위한 도구로 삼는 데는 차이가 없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는 상식과 이성의 목소리가 사라진 자리에서 이들끼리 벌이는 ‘이전투구’에는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다.

 

MBC의 미래와 공영방송으로서의 가치에 대한 고민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이들이 사장 공모 지원자 명단의 상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며, 다시 한 번 ‘구조의 한계’에 절망하고 눈물 흘린다. 어떻게 하더라도 상식이 반영되기 힘든 여야 6:3구조가 지속되는 한, 진정한 정상화와 공영방송으로서의 가치 회복을 이끌 수 있는 인사는 사장직에 지원조차 하기 힘든 이 같은 구조가 계속되는 한 ‘MBC의 봄’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음을 절감한다.

 

그럼에, 우리의 싸움은 다시 시작이다. 늘어진 근육을 다시 탄탄히 하고, 두 눈을 부릅뜬 채 방문진의 사장 선임 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과거 수십 년, MBC가 MBC일 수 있었던 원천인 ‘공정성’과 ‘자율성’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망가진 MBC에서 어떻게 이 가치를 되살려낼 수 있는지, 이 질문에 누가 제대로 된 답을 갖고 있는지, 하나하나 따져 묻고 답을 요구할 것이다.

 

 

2014년  2월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