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자격 미달’ MBN 재승인, 납득할 수 없다
등록 2017.12.0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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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 11월 27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MBN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했다. MBN은 1000점 중 651.01점을 받아 재승인 기준 점수(650점)를 가까스로 넘겼으나, 심사 사항 중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의 이행 및 방송법령 등 준수 여부’ 항목에선 총점 100점 중 37.06점의 ‘과락’ 점수를 받았다. 방통위는 기준 점수에 미달하거나 개별 심사 항목에서 ‘과락’을 받은 방송사에 대해 재승인을 거부하거나 조건을 붙여 재승인을 결정할 수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3월 재승인 기준점에 크게 미달한 점수(625점)를 받은 TV조선에 이어 ‘과락’ 점수를 받은 MBN에 방통위가 재승인 거부 대신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

MBN은 공정성과 객관성이 가장 중요한 보도 프로그램에서 특정 업체에 광고 효과를 주고, 자사 광고판매대행사(MBN 미디어렙) 실무자를 방송편성 회의에 참석시켜 편성에 지속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한 방송이다. 저널리즘을 광고와 협찬, 즉 ‘돈’과 맞바꾸며 스스로 언론으로서 기능할 자격이 없음을 증명한 방송으로, 방통위도 지난 2015년 이 같은 행태를 확인한 후 MBN과 MBN 미디어렙에 각각 1000만 원의 과태료와 2억 4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돈 앞에서 언론의 기본을 너무도 쉽게 내팽개친, 스스로 언론의 자격을 반납한 MBN의 문제를 알고 있는 방통위에서 조건을 붙였다곤 하나 재승인을 결정한 걸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다. 또 방통위는 MBN에 협찬 수익에 대한 의존 감소와 투명한 회계 관리 방안 마련 등을 ‘권고’했다. 하지만 수익을 위해 보도와 편성의 독립성을 훼손한 전력이 있는 MBN인 만큼, 이와 같은 내용은 권고 사항이 아닌 재승인 조건으로 보다 엄격하게 감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광고와 협찬이 방송 내용과 교환의 대상이 될 수 없도록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도록 강제하고 만일 MBN이 또 다시 광고와 협찬을 방송 내용과 맞바꾸는 행태를 보인다면 즉각 재승인을 취소한다는 정도의 조건을 붙였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방통위의 이번 결정에 거듭 유감을 표시할 수밖에 없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수익을 위해 보도와 편성에 광고주와 협찬주의 개입을 허용한 MBN과 MBN미디어렙에 ‘솜방망이’ 제재를 준 3기 최성준 방통위의 책임 또한 묻는다. 3기 최성준 방통위는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제보하고 확인한 MBN의 비정상 광고 행태 54건 중 MBN 보도프로그램에서 특정 업체에 광고 효과를 준 사안 두 건과 MBN 미디어렙이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MBN 편성에 개입한 사안 네 건에 대해서만 위법을 인정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시 방통위는 MBN 불법 광고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경감하며 그 사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의 경징계를 이유로 들었는데, 당시 방통심의위는 방통위에서 위법을 확인하기 전이라는 이유로 경징계를 결정해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비판까지 나왔다. 이와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특정 방송을 위해 해태한 행정을 감수했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은 최성준 3기 방통위의 문제를 조사하고, 필요할 경우 책임도 물어야 한다.

재승인 심사의 목적은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이는 데 있다. 하지만 글로벌 미디어 그룹 탄생, 수십 만 개의 일자리 창출 등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며 의무전송, 황금채널 등의 특혜 속에 탄생한 종편은 세 번의 재승인 심사를 거치는 동안 공정성·공익성 확보, 콘텐츠 투자 등의 약속을 번번이 어겼다. 방통위가 TV조선에 이어 MBN에 대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선택을 한 데 대해 거듭 원칙적인 유감을 전하며, 재승인 심사가 요식 행위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길 촉구한다.

또한 협찬은 광고와 달리 허용범위와 시간 등이 방송법에 규정돼 있지 않아 단가의 합리적 산정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방송사와 광고주가 직거래까지 할 수 있어 규제의 사각지대로 꼽히는데, 유독 종편은 다른 방송사들에 비해 협찬 수입 비율이 높다. 종편에 협찬수익에 대한 의존을 감소하라고 권고하는 데 그치지 말고 방통위도 협찬이 더 이상 규제의 사각지대로 남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다만 방통위가 이번 심사에서 MBN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하며 외주제작사와의 상생 방안 마련·준수를 조건으로 제시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력 등을 권고한 건 주목할 만하다. 일련의 조건과 권고는 앞서 MBN에서 독립PD 폭행 등 ‘갑질’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부과됐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이런 문제들은 MBN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통위가 재승인·재허가 심사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제도 개선과 함께 방송사들이 더 이상 슈퍼 갑으로 기능하며 외주제작사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착취하지 않는 구조로 변모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에 나서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끝>

 

12월 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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