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동아일보, ‘쌍용차 해고 노동자 허위 보도’ 정정하고 사과하라
등록 2018.09.13 09:53
조회 334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허위 보도, 왜곡 보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미보도로 사안을 외면하는 수준을 넘어 오보까지 속출하는 모양새다. 오보를 낸 동아일보와 문화일보는 빠른 정정보도와 사과로 허위 사실 유포에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악의적인 고의성이 있었다면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
  
지난 10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 앞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과 노동자들은 박보영 판사와의 면담을 요청하며 집회를 열었다. 박 판사는 주심 대법관 시절인 2014년, 쌍용차 해고 노동자 153명이 ‘정리해고는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의 원고 승소 원심을 깨고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그러나 최근 이 재판이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대상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해명을 듣기 위해 박 판사에 면담을 요청한 것이다. 해고 노동자들의 요청에도 이날 첫 출근이었던 박 판사는 면담을 거부하고, 대기하고 있던 경찰과 법원 경호 인력의 보호를 받으며 집무실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박 판사는 취재진과 경호 인력 간 몸싸움에 밀려 잠시 중심을 잃었으나 큰 부상 없이 집무실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판사, 시위대에 밀렸다’는 동아․문화 
그런데 당시 상황을 전한 동아일보의 11일자 관련 기사 제목은 <험난했던 ‘시골 판사’의 첫 출근길… 시위대에 밀려 넘어지기도>다. 소제목 역시 <여수시법원 부임 박보영 전대법관 ‘쌍용차 해고 판결’ 노조 항의 받아… 신변위협 우려해 일찍 관사로 퇴근>으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폭력을 암시하고 있다. 


같은 날 문화일보 역시 <사설/대법관 출신 시골판사 선의마저 짓밟은 반법치 행패>(9/11)를 통해 “시위대를 뚫고 박 판사가 간신히 출근하는 과정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시위대에 밀려 넘어진 박 판사의 안경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했고, 취임식도 취소가 불가피했다. 박 판사 면담을 거듭 요구한 시위대는 법원 민원실에 들어가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박 판사가 신변 위협을 우려해 오후 일정은 취소하고 조기 귀가했겠는가”라는 주장을 펼쳤다. 

 

 

TV조선도 안 한 ‘거짓말’
이와 관련해 쌍용차지부는 당시 박 판사 주변에 접근하지도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민주노총 조합원 중 3명은 민원실에, 나머지 25명은 철문이 닫힌 정문 바깥에 서 있었다는 것이다. 


쌍용차지부 측 주장의 진실성은 당시 상황을 전한 타 매체의 보도로도 입증된다. 연합뉴스 <시골판사' 박보영 전 대법관 첫 출근 ‘험난’>(9/10)은 당시 상황을 “취재진과 경호인력에 뒤엉키면서 박 전 대법관이 비틀거리기도 했다”고 전하고 있다. 뉴시스 <박보영 전 대법관, 고향 판사 꿈 ‘잡음’>(9/10), 뉴스1 <박보영 전 대법관, 쌍용차 노동자 항의 속 ‘첫 출근’>(9/10) 역시 모두 ‘취재진과 경호 인력 간 몸싸움으로 박 판사가 잠시 중심을 잃었다’는 설명을 내놨다. 


심지어 보수 언론인 TV조선 뉴스9 <대법관 출신 ‘시골판사’ 항의 속 첫 출근> 보도조차 박 판사가 경호인력과 취재진에 밀려 중심을 잃는 모습을 자료화면으로 보여주며 “차에서 내린 박 전 대법관은 경호를 받으며 힘겹게 건물로 들어갑니다. 경호진과 취재진이 마구 뒤엉키면서 박 전 대법관은 중심을 잃고 휘청이기도 했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10일 작성된 동아닷컴의 <‘시골 판사’ 박보영 출근길 ‘험난’…쌍용차 노조 항의>도 “이 과정에서 질문을 하려는 기자들과 경호 인력이 엉키면서 박 전 대법관은 어렵게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동아일보의 <험난했던 ‘시골 판사’의 첫 출근길… 시위대에 밀려 넘어지기도> 기사와 문화일보의 <사설/대법관 출신 시골판사 선의마저 짓밟은 반법치 행패>(9/11)는 명백히 사실관계를 왜곡한 오보다. 

 

 

‘경찰 대테러 진압’ 사실 드러나도 반복됐던 왜곡과 침묵
해고 노동자 투쟁에 대한 악의적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의 행태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특히 쌍용차와 같은 장기 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언론의 왜곡․은폐 보도 사례는 너무나 많아 이루 다 설명할 수조차 없다. 지난 7월 28일에는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의 ‘쌍용차 사건’ 조사 결과 발표로 쌍용차 파업 농성에 대한 경찰의 ‘대테러 진압’ 수준의 무력 진압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승인 하에 진행됐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은폐, 왜곡 보도가 속출했다. 


당시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공권력을 과잉 행사해 인권을 침해했다”면서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 취하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공식 사과를 권고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발표된 직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진상조사위가 판결을 뒤엎었다는 점을 적극 비난하며 사안의 본질을 왜곡했다. TV조선과 채널A 역시 조사위의 ‘손배소 취하 권고’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쏟아냈다. 두 방송사는 노조가 파업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제대로 설명하기는커녕 ‘노조의 폭력’이 ‘경찰 진압’을 야기했음을 암시하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진상조사위 발표 직후 아예 침묵을 선택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11일 동아일보 오보가 나온 직후, 언론중재위원회에 해당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언론중재위는 추석 명절 전에 정정보도가 실릴 수 있도록 심문기일을 잡아달라는 쌍용자동차지부의 절절한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잘못된 사실관계로 해고 노동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동아일보와 문화일보는 기사의 정정은 물론이고, 이번 기사 작성과 편집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한다. 언론은 진실을 알리고 약자의 삶과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사안의 본질을 왜곡해가며 국가 폭력에 시달려 온 해고 노동자들의 상처를 헤집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끝>

 

9월 1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commemt_201809013_58.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