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무자격 이상로 추천한 자유한국당, 대국민 사과·해촉 건의 나서야
- 버티겠다는 이상로에게 자진사퇴 권고가 무슨 소용인가
등록 2019.03.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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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위원들이 5·18 왜곡·폄훼 유튜브 영상의 삭제를 요청한 민원인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이상로 위원에 대해 지난 11일 자진사퇴 권고안을 결의했다. 그동안 방통심의위에서 현직 위원에게 자진사퇴를 권고한 경우는 없었다. 그만큼 방통심의위원들이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의 당사자인 이상로 위원은 반성은커녕 남은 임기 2년을 채우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개전의 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상로 위원에게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게 과연 방통심의위가 할 수 있는 최선인지 질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해관계 사안에서 ‘위법’ 저지른 이상로, 몰랐다는 말로 책임 피할 수 없다

이상로 위원은 지난 11일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민원인 정보 유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민원인을 알리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는지 몰랐다”고 주장하더니 급기야 “명예를 훼손하는 게 아니라면 심의정보는 국민에게 알려야 할 의무”라는 궤변까지 펼쳤다.

3년 임기의 2년차 방통심의위원이 법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나 함부로 외부에 심의 관련 자료를 공개하거나 제공해선 안 된다는 걸 몰랐다는 말로 피해갈 순 없는 일이다. 방송통신에 대한 규제를 맡는 위원은 본인의 역할과 권한, 의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인식해야 한다. 심지어 이상로 위원은 5·18 북한군 침투설을 옹호하는 인물로, 그와 마찬가지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일삼아 심의 대상이 된 직접 이해관계자인 지만원 씨(뉴스타운)에게 정보를 유출했다.(2019/3/8, 미디어스 <이상로 “5·18 망언 심의정보, 내가 다 알려줬다”> https://bit.ly/2UExx3K) 규제기구의 위원이 무지를 앞세워 면피하는 행위는 애초부터 용납 불가하지만, 이상로 위원의 행태는 무지를 핑계로 삼기에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 짙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상로 위원은 “(민원인인)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은 주장이 강한 단체”라는 맥락 없는 말로 자신의 위법 행위를 정당화하려 했을 뿐 아니라, 선약이 있다는 이유로 회의 도중 자리를 떴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위법 행태가 알려진 직후인 지난 8일 뉴스타운TV와의 인터뷰에서 “사퇴 안 한다. 내 임기는 2년 더 남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했다. 방통심의위원들은 이런 인물에게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게 정말 최선이라 판단한 것인가.

 

방통심의위, 이상로 해임촉구 결의해야…자유한국당 ‘결자해지’ 나서야

방통심의위원은 법에 의해 신분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는 아니다. 이상로 위원은 심의정보를 유출했고, 이는 명백하게 법과 규정에서 정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행위다. 방통심의위원들이 작금의 위법에 대한 심각성을 정말로 깊이 인식하고 있다면 이상로 위원에 대한 해촉을 결의해야 한다. 위법을 저지르고도 반성과 책임을 모르는 위원과 함께 심의 활동을 지속한다면 심의의 독립성, 객관성, 투명성 등의 가치를 결코 준수할 수 없으며, 이는 방통심의위의 심의 활동 전반에 대한 불신을 야기할 수밖에 없음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자진사퇴 권고를 결의하고도 이상로 씨가 버틴다는 이유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동료 위원으로서 함께 심의를 하는 표리부동한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이상로 씨 같은 인물을 방통심의위원으로 추천한 자유한국당에도 경고한다. 지난 10년 동안 자유한국당은 자당에 주어진 추천 권한을 철저하게 정치적 이해에 따라 행사해왔다. 극우편향 성향을 방송통신 영역에 관철할 수 있는지, 자당에 대한 편파를 용인할 인물인지 등을 따져 추천 권한을 행사하며 방통심의위를 이념의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부정하며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집단에 심의정보를 유출한 이상로 씨와 같은 방통심의위원은 어쩌다 등장한 게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심의를 정치와 이념 대결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부적격 인사를 추천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 그리고 이상로 씨와 같은 무자격 인사에 대한 해촉을 건의하라. 이제 제발 결자해지라는 단어를 배우길 바란다. <끝>

 

3월 1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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