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공영방송 인사들의 부적절한 정계 직행을 우려한다
등록 2020.03.29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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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맞아 선거 때마다 논쟁을 불러일으킨 전·현직 언론인들의 출마가 다시 잇따르고 있다. 예비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언론인만 70여 명에 달하는 가운데 공영방송 KBS 출신의 정필모 전 부사장과 언론인은 아니지만 KBS 이사를 거쳐 시청자위원장을 지낸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도 비례후보로 나섰다.

 

정 전 부사장은 퇴임 34일 만에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한 비례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 비례후보 8번으로 배정받았다. 이 교수는 공천확정 이틀 전 시청자위원장직을 사임하고, 더불어시민당 비례후보 순위승계 예비자로 선정됐다.

 

그동안 언론인들의 정계 진출은 권언유착 수단으로 활용되며 언론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과는 정치환경이 달라졌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KBS를 바로 세우기 위한 진실과미래위원회’ 위원장까지 맡았던 정 전 부사장의 퇴임 직후 정계 직행은 국민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출신으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 시청자를 대표해 방송을 평가하고 시청자 권익보호와 침해구제 등의 역할을 부여받은 시청자위원회 수장이 임기 중 ‘번개사임’을 하고 정계로 진출한 것도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KBS는 ‘TV·라디오의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나 정치 관련 취재·제작 담당자는 해당 직무가 끝난 뒤 6개월 이내에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윤리강령을 두고 있다. 공영방송 고위 책임자로서 윤리강령 준수의 사회적, 도의적 책무는 더욱 무겁다.

 

제20대 국회까지 377명(15%)의 의원을 배출한 언론인은 법조인과 더불어 정치권에 많이 진출한 직업군이다. 그러나 이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특히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권언유착 강화와 언론통제에 앞장선 ‘부역 언론인’들은 언론 불신을 심화시킨 주범으로 지적되었다.

 

언론개혁은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이 되었다. 올바른 방향의 언론개혁을 위해서는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이 중요하다. 또한 언론개혁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진정성을 얻기 위해서는 그 과정이나 방법도 정당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선거법 개정 취지에 역행하여 급조된 위헌적 위성정당에서 언론개혁의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출사표는 기대보다는 실망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국민은 언론을 불신하고 있음에도 언론인의 정계 진출이 늘어나고 그 과정마저 온전하지 않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따라서 언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워온 부적절한 관행을 언론계 내부부터 깊이 성찰하고, 언론이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언론인의 정계 진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20년 3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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