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미디어그룹 반복되는 ‘도둑취재’, 엄벌로 근절하라
등록 2020.07.2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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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기자의 ‘협박취재’에 이어 이번엔 조선일보 기자의 ‘도둑취재’가 물의를 빚고 있다. 조선일보 정아무개 기자는 7월 17일 오전 6시 50분경 서울시청 본관 여성가족정책실장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자료를 촬영하다 발각돼 건조물 침입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송다영 여성가족정책실장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사건 조사 시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무단 침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일보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사실은 명확하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 4항 ‘정당한 정보수집’에 따르면,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항상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조선일보 윤리규범 가이드라인> 제7장 1조 ‘사생활 침해’ 1항에서도 기자는 “취재를 위해 개인 주거지나 집무실 등 사적 영역에 무단출입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해당 기자는 비단 취재윤리만 어긴 게 아니다. 서울시 출입기자단은 코로나19 감염 예방 목적으로 3월 9일부터 4월 17일까지 기자실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기자는 보건․안전상 문제로 정한 출입기자단 운영 원칙도 깨고 기자실에 계속 나왔고, 4월 27일 서울시 출입기자단 총회에서 ‘2개월 출입정지’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조선일보 기자는 중징계 이력에도 거리낌 없이 취재윤리를 무시한 채 ‘도둑취재’를 감행한 것이다.

 

조선미디어그룹 소속 기자들의 ‘도둑취재’는 처음이 아니다. TV조선 최민식 기자는 2018년 4월 18일 오전 0시경 드루킹 사건의 김동원 씨가 활동한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태블릿PC와 USB, 휴대전화 등을 훔친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수사를 받았다. 조사과정에서 출판사 내부에서 사진 180여 장을 촬영해 전송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이 조선일보․TV조선 사옥을 압수수색하려 했지만 TV조선 기자들이 ‘언론자유 침해’를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해 압수수색 영장은 집행되지 못했다. 결국 2019년 1월 18일 검찰은 “드루킹 사건 취재를 위한 공익적 목적”, “태블릿PC와 USB 등을 곧바로 돌려준 점” 등 황당한 이유를 근거로 TV조선 기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TV조선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한창이던 2019년 8월 27일 검찰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실 압수수색 종료 후 원장실 컴퓨터를 무단으로 뒤져 자료를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TV조선 등 조선미디어그룹의 반복되는 ‘도둑취재’에서 반성의 기미라곤 찾아볼 수 없다. 기자들이 취재윤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는 하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은 준수조항만 있을 뿐 위반 시 징계조항은 빠져 ‘속 빈 강정’에 그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조선미디어그룹 소속 기자들이 취재윤리를 위반할 때마다 성찰과 재발방지 시스템 마련을 요구했다. 그러나 더 이상 조선미디어그룹 스스로의 성찰과 재발방지시스템 마련만 기다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조선미디어그룹의 반복되는 ‘도둑취재’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엄벌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기자 개인 일탈이 아닌 조선미디어그룹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독 조선미디어그룹 소속 기자들이 반복적으로 취재윤리와 자사 윤리규범 가이드라인까지 어기며 ‘도둑취재’를 일삼는 배경에는 기자를 무분별한 취재경쟁으로 내모는 조선미디어그룹의 조직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경찰과 검찰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TV조선 최민식 기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던 것처럼 얼토당토않은 결정으로 면죄부를 준다면, 조선미디어그룹 기자들의 불법행위는 또다시 되풀이될 것이다. 언론은 국가권력, 정치권력, 경제권력 등의 불법행위에 추상같은 비판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기준을 언론 자신에게 맞대면 된다. 취재를 명분으로 한 기자들의 불·탈법 행위를 근절하는 지름길은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에 있다.

 

 

2020년 7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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