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전‧현직 언론인 대선캠프 직행, 언론 신뢰가 무너진다
등록 2021.06.1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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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언론인 대선캠프 직행, 언론 신뢰가 무너진다

전북일보·새전북신문 임원 이낙연캠프 참여, 선거보도 공정성 우려

 

대선 정국을 앞두고 전‧현직 언론인들의 대선캠프행이 재연되고 있다. 선거 시기만 되면 어제까진 권력 감시자를 자처하다 오늘은 권력 대변자로 변신하던 일부 언론인들의 부적절한 처신은 언론 공신력을 크게 훼손해왔다.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6월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대변인으로 영입됐다. 이달 초까지 조선일보에서 정치칼럼을 쓴 현직 논설위원이 하루아침에 야권 대선주자의 입으로 변신한 것이다. 언론인이 정계 진출 시 공백 기간을 두자는 최소한 직업윤리마저 저버렸다.

 

동아일보 법조팀장 출신인 이상록 전 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도 윤석열 캠프 대변인으로 추가 기용됐다. 그는 기자직을 떠난 지는 오래됐으나, 법조팀장 시절 윤 전 총장과 맺은 인연으로 발탁됐다고 알려졌다. 서창훈 전북일보 대표이사 회장은 언론사 사주 신분을 유지한 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선캠프인 ‘신복지전북포럼’ 상임대표에 이름을 올려 유례조차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언론사 고위 임원인 박정재 새전북신문 부사장은 공동대표를 맡았다.

 

특히 야권 대선주자 정치파트너가 된 이동훈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은 최근까지도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온 인물이다.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인 3월 29일 ‘이동훈의 촉’ 칼럼에서 “대깨문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며 여권 콘크리트 지지층인 40대가 돌아섰다고 논평했다. 4월 칼럼에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어김없이 레임덕이 찾아온 것 같다”며 비판 강도를 높였다. 정치권 입문을 앞두고 한 이러한 주장은 언론으로서 공정한 비평이기보다는 정치적 편향성과 특정 정치세력 유착의 결과라고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윤리규범 가이드라인 ‘직무 후 6개월 정치 금지’​ 

언론인의 정치권 직행은 언론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크게 훼손하기 때문에 지양돼야 한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고려하더라도 최소한 공백 기간은 거쳐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언론윤리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조선일보는 자사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에서 정치관련 취재기자와 부서장은 해당 직무를 끝낸 후 6개월 이내 정치 활동을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윤리규범을 만들어놓고 지키지도 못한다면 휴지조각에 불과할 것이다. 이동훈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은 정치관련 취재기자와 부서장이 아니다. 그렇더라도 정치 칼럼을 계속 써온 논설위원으로서 조선일보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할 의무는 공히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언론사 사주 또는 고위 임원으로서 대선 캠프로 직행한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과 박정재 새전북신문 부사장 사례는 유례조차 없는 심각한 일이다. 언론사주나 임원이 특정 대선주자를 지지하고 나선다면 해당 언론사 보도 모두가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서 회장과 박 부사장은 독자에게 언론으로서 존재 의미를 흔든 이런 행태를 사과하고, 당장 캠프 직책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여러 언론인이 잇따라 보여준 한심한 직업윤리 의식도 문제지만, 이를 비판하지 않는 언론도 문제다. 이제 언론인이 정치판으로 넘어가는 모습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흔한 풍경이 됐다. 비판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한국 언론이 신뢰도 세계 꼴찌를 기록하며 ‘기레기’로 비판 받는 이유는 이렇듯 자정작용을 잃은 탓도 크다. 언론을 정치진출의 발판으로 삼는 이런 언론인이 늘수록 한국 언론의 신뢰회복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언론 내부의 자성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21년 6월 1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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