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BC 올림픽 중계방송 사고, 근본적 성찰과 쇄신이 필요하다
등록 2021.07.2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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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올림픽 중계방송 사고, 근본적 성찰과 쇄신이 필요하다

 

MBC가 7월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 중계방송에서 다른 참가국을 비하하는 화면과 자막을 잇따라 내보내 국내외 지탄을 받고 있다. 방송 직후 MBC가 빠르게 사과했지만, 7월 25일 한국과 루마니아 축구경기를 중계하면서 상대 선수를 조롱하는 자막을 사용하는 등 방송사고는 계속됐다. 이런 비상식적 방송사고는 외국 언론에 보도돼 외교문제로 비화할 우려까지 나온다.

 

이번 MBC 올림픽 중계사고는 ‘참사’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올림픽 참가국을 소개하면서 이탈리아는 피자, 노르웨이는 연어, 루마니아는 드라큘라 사진을 쓰는 등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무지와 수준 낮은 이해를 보여줬다. 외교 결례 수준의 부정적 시각으로 소개한 경우도 있다. 우크라이나 소개 화면엔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진을 쓰더니 아이티는 대통령 암살 사건, 시리아는 내전, 나우루는 인광석 고갈, 아프가니스탄은 아편 원료 양귀비,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각각 사용했다. 외국 방송이 한국을 삼풍백화점 붕괴 사진으로 소개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스웨덴과 아프가니스탄을 소개할 땐 한심한 오·탈자까지 등장했다.

 

더 큰 문제는 MBC 방송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중계에서도 이번과 비슷한 문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MBC 는 키리바시를 ‘지구 온난화로 섬이 가라앉고 있음’, 짐바브웨를 ‘살인적 인플레이션’, 차드를 ‘아프리카 죽은 심장’ 등 문구를 넣어 소개했다.

 

그런데 MBC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개막식 중계 참사 이후에도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 반복되는 잘못은 결코 실수가 아니다. 올림픽 개막 3일 만에 중계 참사가 두 번이나 일어났다는 점에서 사태 심각성은 더욱 크다. 특히 최근 취재윤리 위반으로 물의를 일으킨 지 얼마 되지 않아 참담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방송을 비롯한 모든 콘텐츠 제작부터 검수에 이르기까지 전반 시스템을 점검하고, 쇄신해야 하는 이유다.

 

MBC는 7월 24일 자료선별과 자막정리, 검수과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튿날인 7월 26일엔 박성제 사장이 올림픽 정신을 훼손한 방송에 대해 사과하며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MBC는 이번이야말로 대국민 약속이 공언(空言)에 그치지 않도록 구성원 의식개선과 더불어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MBC의 부적절한 올림픽 중계가 반복된 점을 감안해 엄정히 심의하여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21년 7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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