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숭실대는 기자해임·발행중지 사과하고 대학언론 자유 보장하라
등록 2021.12.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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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건이 또다시 벌어졌다. 숭실대학교가 학교 비판보도를 한 학보사 ‘숭대시보’ 기자를 전원 해임하고, 예산부족을 이유로 계획된 지면 발행도 중단했다. 이후 학보사 주간과 편집국 간 합의를 통해 기자 해임은 철회됐으나 명백한 언론탄압에 대해 숭실대학교는 별다른 입장 없이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숭대시보는 지난 10월 학교의 대면수업 재개와 성적평가 방식 변경 등에 학교와 총장을 강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하고 온라인과 지면 1면 발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학보사 주간과 신문․방송국 전문위원의 제지로 무산됐다. 학보사 주간은 발행인을 대신해 교내언론 편집인 역할을 하는 교원이며 전문위원은 주간을 보좌하는 직원이다. 즉 학교와 총장을 비판하는 기사를 싣지 못하게 하려는 학교 측 개입으로 숭대시보의 편집권이 침해당한 것이다.

 

지면 1면 발행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학보사 주간은 기자 전원을 해임하기도 했다. 다행히 해임은 철회됐으나 규정에도 없는 ‘기자 임명권’을 들어 학교 비판 기사를 지면에서 빼려고 한 시도는 간과할 수 없는 언론자유 침해다. 학교 측은 숭실대 신문․방송국 규정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으나 위 규정 제7조에서 주간은 임명직 임원에 대한 추천 및 임명권만 있을 뿐 기자 전원을 면직할 권한은 없다. 일방적으로 ‘학교의 명예와 위신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며 기자 전원을 강제 해임하는 것은 80년대식 정권의 언론탄압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이 밖에도 신문배포 중단, 조기 종간, 사설 및 기사 사전검열 등으로 숭대시보 편집국에 대한 재갈 물리기는 이어졌다. 11월 23일 학생 대표자들과 총장 집행부 간 간담회에서 장범식 숭실대 총장은 “N번방 조주빈도 학보사 기자였다”고 말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조주빈이 학교에서 제지받지 않아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학교가 학보사를 제지하겠다는 맥락이었다. 이는 숭대시보뿐만 아니라 전체 학보사 기자들에 대한 모욕이며 편집권 침해를 정당화하기에는 논리도 근거도 없는 주장이다.

 

학생들은 대면수업 재개와 성적평가 방식 변경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사는 고려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학생 불만을 듣고 학사행정에 반영할 책임이 있는 대학에서 해결은커녕 불만 없는 척 덮으려는 모습만 보이니 다양한 비판과 자유, 진리탐구의 전당이 되어야 할 대학의 모습이 맞는지 답답하다.

 

기자 해임과 발행 중지 등은 대학이 대학언론을 통제하기 위해 자주 쓰던 수단이다. 대학은 발행인이 총장이고 교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학언론에 대한 전권이 학교 측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는 언론과 저널리즘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주장으로 학교 대표인 총장이 발행인이 되더라도 편집인 또는 편집위원회를 따로 두어 편집국의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는 것이 마땅하다. 운영비도 마찬가지다. 광고비를 많이 낸 순서대로 언론에 대한 영향력을 나눠 갖자고 주장한다면 누가 이를 합리적 주장이라 보겠는가? 내부 비판을 입막음하려는 용도로 가장 쉽게 꺼내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운영비 문제다.

 

대학언론은 80년대 집권세력 이익을 대변해오던 제도언론과 달리 자유로운 비판과 대안제시가 가능한 대안언론으로 평가됐다. 시대변화와 함께 역할 등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지만 대학 본래 기능인 연구, 교육, 진리탐구에 대해 균형 있게 비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를 위해 편집권은 편집국에 일임되어야 하며 어떤 이유로도 침해돼서는 안 된다.

 

숭실대는 이번 사안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조속히 학생들과의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숭대시보 기자들의 편집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도 힘써야 한다. 학교 측이 함부로 편집권을 침해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부적절함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대학사회는 숭실대에서 벌어진 언론탄압 실상을 직시하여 대학언론 편집권 침해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고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간섭을 일체 멈춰야 할 것이다.

 

2021년 12월 1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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