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논평]새누리당 민경욱 의원의 20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셀프 심사’ 발언 관련 논평(2016.10.12)
등록 2016.10.12 21:09
조회 493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셀프 심사'가 문제? '폴리널리스트' 민경욱 의원이 문제다

 

 

지난 6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민경욱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박효종 위원장에게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몇몇 위원들에 대한 ‘셀프 심사’ 의혹을 제기했다.

 

민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TV조선과 채널A가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의 건수 107건 가운데 69.2%인 74건을 차지했다”며, “왜 이렇게 특정 방송사에 민원이 쏠렸나 조사해봤더니 총선보도감시연대가 JTBC를 제외한 3개 종편에 대해 집중적으로 민원을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질의라고 믿기 어려운 함량 미달의 질의가 아닐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방송에서 가장 큰 문제는 종편이다. 막말과 편파‧왜곡은 말할 것도 없고, 약탈에 가까운 광고영업 등이 방송의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 정파를 떠나 방심위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도 이런 종편의 심각성을 알고 있고 이에 대한 제도개선안도 나온 바 있다.


직접 심의에 참여하기도 했던 20대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조해주 부위원장(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조차도 종편 선거보도에 대해 “심의규정 뿐 아니라 선거법 위반으로 문제 삼을 수도 있을 정도의 심각한 발언”, “한 두번도 아니고 매일 시사토크를 통해 편파적인 방송을 하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총선보도감시연대가 종편3사의 프로그램만 표적 삼아 심의 민원을 제기한 것도 아니다. 종편 및 지상파 3사 등 7개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와 시사토크쇼를 모두 감시했다. 그 결과 종편3사에서 편파‧왜곡 보도가 가장 많이 나온 것이다. 종편 3사는 국민에게 올바른 선거정보를 제공하고 공정보도를 통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기는커녕 사실상 집권 여당의 선거운동원 노릇을 거침없이 했다. 민 의원은 이런 종편의 현실에는 눈감은 채 정당하게 이에 대한 민원을 제기한 총선보도감시연대가 문제라고 말했다. 도둑이 들었는데 “도둑이야”라고 외치는 시민을 나무란 것이다.

 

또한 민 의원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활동한 이병남 위원(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심영섭 위원(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 전문위원)에 대해 “이들은 해당 시민단체의 단순한 회원 정도가 아니고 정책위원과 전문위원”이라면서, “심의를 신청하는 단체에 속한 활동가가 직접 심의를 하면 민원인이 직접 자기가 제기한 민원을 심의하는 것과 같다”는 논리로 ‘셀프 심사’라고 주장했다. 박효종 위원장에게는 “왜 이런 위원들이 제척이나 회피 대상으로 걸러지지 않아서 셀프심사가 가능하게 된 건지 관련 법규를 조사해 달라”, “시정 방안을 보고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시민단체가 구성한 총선보도감시연대의 심의 민원을 문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거듭 강조하건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포함한 방심위에 대해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는 보수와 진보를 아울러 다양한 위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애국단체’ 등 보수단체들의 터무니없는 민원도 많이 접수된다. 박효종 방심위 위원장은 뉴라이트 계열인 교과서포럼 회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20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역시 20대 총선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노골적으로 찬성한 인물이다. 최 교수는 기존 검정 교과서에 대해 “대한민국 정통성 폄훼”, “좌편향 친북적 서술” 등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이런 성향을 지닌 위원장들을 포함하여 방송심의 위원, 선방심의 위원들도 자신이 본 방송에 대해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셀프 심사’는 자신이 보도한 내용을 자신이 심사할 때 쓰는 용어이지 이럴 때 쓰는 용어가 아니다.


20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는 예전에 비해 종편에 대한 민원 건수가 많았고, 그만큼 의결현황도 늘어났다. 그러나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발표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의결현황 통계’를 보면 총 88건의 제재 중 법정제재(관계자 징계, 경고, 주의)는 고작 19건으로 21.6%에 그쳤다. 나머지 69건인 78.4%는 모두 권고, 의견제시와 같은 행정지도에 불과했다. 쏟아지는 종편의 왜곡‧편파 보도 민원 제기에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민경욱 의원은 이런 문제는 덮어두고 엉뚱하게도 민원을 제기한 총선보도감시연대에 생트집을 잡았다. 만일 민 의원이 총선보도감시연대가 제기한 민원이 잘못됐다고 문제 삼으려면 사례를 적시함은 물론이고, 그 이유를 밝히면서 따져야 마땅하다. 종편3사에 민원이 편중된 이유는 종편의 편파‧왜곡 보도가 심하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또 만약 종편3사를 제외한 다른 방송사의 편파‧왜곡 보도 중 총선보도감시연대가 심의신청 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면 그것도 사례를 제시해야 민 의원 스스로 제기한 ‘셀프 심사’라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 터무니없이 시민단체의 정당한 민원을 폄훼한 민경욱 의원에게 그 근거를 댈 것을 요구한다. 만일 민 의원이 이러한 우리의 공개적 요구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면, 이는 민 의원의 문제제기가 전혀 터무니없는 것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민 의원은 시민단체의 정당한 보도 감시에 화살을 돌릴 것이 아니라 피감기관인 방심위의 본질적 문제에 천착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아침에 KBS 앵커로 있다가 저녁에 청와대로 갔던 폴리널리스트의 전형, 민경욱 의원의 ‘진정성’을 국민들이 손톱만큼이라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종편의 편파왜곡 보도를 비호하고 사실상 조장하다시피 하는 민경욱 의원의 통렬한 자성을 촉구한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