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아침마당>의 황교익 출연금지 조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논평

거듭 확인된 ‘KBS판 블랙리스트’, 문재인 탓하지 말고 반성하라
등록 2017.01.2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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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KBS가 저녁종합뉴스 ‘뉴스9’에서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KBS 1TV 좌담회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하지 않았음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를 <아침마당>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통보하더니, 이번에는 보도로 자사의 출연 금지를 정당화하고 문재인 전 대표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여론을 모아 보도한 것이다.  
 
황교익 씨 출연금지를 둘러싼 정황
지난 18일, 황교익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KBS <아침마당> 제작진으로부터 문재인 전 대표 지지모임인 더불어포럼에 공동대표로 참여했다는 이유 자신이 출연금지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황교익 씨는 “KBS는 나에게 내 직업을 유지하려면 정치적 신념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말라고 협박한 것이다. 이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표현의 자유를 빼앗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그러자 KBS는 “출연 금지가 아니라 선거기간을 지나서 방송을 하자는 일정 연기를 얘기한 것”이며,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따라 출연 연기를 권유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KBS는 “향후 대선이 불확실한 가운데 3월이 되면 공식 선거기간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해 판단”했고 “방송제작가이드라인을 따라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일하게 출연 금지를 적용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KBS가 가이드라인을 적절치 않게 억지 논리로 적용했으며 형평성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작년 9월 KBS가 <아침마당>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선대인 씨도 방송 하차 시킨 사례를 언급하며, KBS가 “이전부터 집권 여당에 편향적이었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현존하는 어떤 선거방송규정과 준칙을 보더라도 황교익 씨 출연금지 명분 없어 
KBS는 <KBS 제작보도 가이드라인>에 “선거기간 중 비정치 분야 취재를 하는 경우, 특정 정당·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을 인터뷰하거나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도록 주의한다”는 구절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확인 결과 <KBS 제작보도 가이드라인>에는 이런 구절이 한마디도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20일 성명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 구절은 2016년에 개정한 <KBS 제작가이드라인>이라는 책자 안에 ‘부록’으로 별도 수록된 ‘실무자를 위한 KBS 공정성 가이드라인’ 중 ‘선거보도’ 세부준칙에 담겨있다. 또한 이 문구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KBS가 발표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선거보도 준칙>의 제 21조(후보자 인터뷰 및 출연) ②항에도 똑같이 들어있다. 다시 말해서 이 조항은 선거 기간 중 보도에 한해서 적용해야 하는 준칙이며, 황교익 씨에게 적용하는 것은 그 자체가 과잉 해석이다. KBS가 공정한 선거방송을 하겠다며 <선거보도준칙>을 정식 선거기간이 아닌 시기에, 보도 이외의 모든 방송에도 적용하겠다는 과욕을 부린 것이다.


설사 공정선거보도라는 KBS의 명목적 선의를 인정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왜냐하면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선거보도 준칙> 제 21조 ③항은 선거기간 보도에 있어 “제②항에도 불구하고 캠프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거나 특정 정당 및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이라도 선거와 관련성이 낮은 특정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로 인정되는 경우 해당 분야에 대한 인터뷰나 출연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인터뷰나 출연이 선거 과정에 편향된 영향을 끼치지 않는지 주의해야 한다. 생방송으로 진행될 경우에는 편향된 입장이 방송되지 않도록 방송 전에 주지시키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준칙 21조 ②항을 무리해서 적용하더라도 단서조항인 ③항의 취지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출연자의 권리보장이나 원활한 프로그램 제작의 필요성을 고려한 조항이다. ③항을 따르자면 선거와 관련성이 없는 <아침마당>에서 음식 관련 맛 칼럼니스트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황교익 씨를 생방송도 아닌 녹화방송에 출연 정지시킬 이유는 전혀 없다.


최대한 KBS의 행위를 선의로 해석하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를 참고해봐도 KBS의 행태는 이해할 수 없다. 특별규정 제21조(후보자 출연 방송제한등) ③항은 “방송은 특정한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공표한 자 및 정당의 당원을 선거기간 중 시사정보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출연시켜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적용 시기는 ①항에 있는 대로 선거일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이다. 여기서 핵심은 ‘시사정보프로그램’의 경우이며 더군다나 진행자로 출연시키면 안 된다는 것일 뿐, 아침 교양오락 방송의 출연자까지 적용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현존하는 어떤 선거방송 관련 가이드라인이나 준칙을 적용해도 황교익 씨를 출연금지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 백보 양보해서 현존하는 심의규정이나 가이드라인, 준칙에는 없지만 공영방송 KBS로서 최선을 다해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하려고 했다 하더라도, 이번 사안은 지나치게 무리수가 많다. △선거 일정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오로지 ‘조기대선’이라는 전제로 녹화일정까지 논의했던 방송을 일방적으로 연기요청한 점 △보도가 아닌 교양프로그램에 ‘보도준칙’을 들이댄 점 △방송 내용이 음식과 관련되어 있으며 녹화였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사후에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었다는 점 △굳이 교양프로그램에까지 선거방송규정을 적용하더라도 황교익 씨는 진행자가 아닌 출연자이기 때문에 출연자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KBS의 출연금지 통보는 명백히 잘못된 결정이다. KBS는 황교익 씨에게 사과하고 정상적으로 방송이 진행되도록 해야 마땅하다. 또한 KBS가 진정 이번 대선에서 공정방송을 하겠다고 천명하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보다 엄밀하고 분명한 기준을 세워서 모든 출연자와 시청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투명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성명을 보도로 내놓고 사실관계 왜곡까지…KBS의 방송 사유화
황교익 씨 출연금지 논란과는 별도로, 25일 KBS가 자사의 일방적 성명이나 다름없는 내용을 <‘대선주자에게 듣는다’ 문재인 출연 거부>(1/25)라는 보도로 내놓은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은 20일 보도 자료를 통해 “누군가를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방송 출연을 금지한다면 지금 사법 심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블랙리스트’와 무엇이 다르냐”고 일갈했다. 또한 “KBS의 납득할 만한 조처가 없는 한, 25일로 예정된 문 전 대표의 KBS 신년기획 <대선 주자에게 듣는다> 출연은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KBS의 출연금지 조치는 변함이 없었고, 결국 문재인 전 대표는 25일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하지 않았다. 


그러자 KBS는 자사 저녁종합뉴스인 ‘뉴스9’의 보도에서 마치 실제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황 씨 출연을 제재할 적확한 문구가 있는 양 자막처리까지 하면서 보도했다. 보도는 허완석 KBS 아침마당 CP의 인터뷰를 담았고, “KBS는 이후에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측에 자문을 한 것으로 밝혀진 모 인사를 객원해설위원에서 해촉”했다면서 KBS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한 “문 전 대표가 KBS 대담에 이어 MBC 등 다른 토론도 거부했다며 국민 검증의 기회를 박탈하는 건 오만이라고 지적”이라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발언을 전한 뒤, 다시 “뭐든지 항의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에게 검증을 받을 수 있는 그러한 기회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은 의무”라는 발언까지 녹취 인용해 거듭 강조했다. 김기흥 기자는 마지막으로 “KBS 대담 제작진은 예정된 대담이 이뤄지지 못한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고, 결과적으로 국민과의 약속이 지켜지지 못하게 돼 송구스럽다고 밝혔습니다”라고 전했다. KBS의 이 보도만 보면 공정한 선거방송을 하기 위해서 원칙에 따라 불철주야 고심하는 자신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전 대표가 국민검증 기회를 거부하며 오기를 부리는 것으로만 읽히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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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거듭 강조한 듯이, KBS가 제시한 구절은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없고 그 조항은 황교익 씨에게 적용될 수 없는 내용이다. 따라서 KBS가 자막까지 넣어서 강조한 이 보도는 명백한 거짓이다. 또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의 입장만 두 번이나 강조하면서도, 정작 ‘KBS판 블랙리스트’라는 비판적 목소리는 전혀 담지도 않았다. 이는 불공정하고 편파적 행태이다. 결정적으로 이 보도는 “방송사가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해 일방의 주장을 전달하여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9조 ➃항도 위반했다. 최근 KBS와 MBC가 자사의 이익과 관련된 내용이나 자사 경영진의 일방적 주장을 성명이 아닌 보도로 내놓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보도의 사유화는 명백한 방송심의규정 위반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엄중한 심의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 규제기관으로서 이와 같은 보도가 계속 재발하는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중단시킬 수 있는 실효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뜬금없이 거들고 나선 TV조선도 자성해야
한편 이번 논란을 전하는 TV조선의 보도에 대해서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황교익 씨 논란이 터지자 TV조선은 KBS조차 보도하지 않았던 20일, 자사 저녁종합뉴스 ‘뉴스판’에서 무려 2건이나 보도했다. 이 논란을 다룬 방송사는 TV조선이 유일했으며 보도내용마저 공정하지 못했다. 


TV조선 <KBS와 전면전, 좌담회 출연도 보류>(1/20)는 굳이 한 측근 인사가 전했다는 “문 전 대표가 화가 많이 났다”고 표현을 사용해서 문 전 대표가 감정적 대응을 하는 것처럼 부각했다. “일각에선 대선을 앞둔 문 전 대표가 KBS 등 방송에 대한 군기잡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비판을 담기도 했다. 기자는 마지막으로 “당초 헌법 침해라며 KBS 제작 가이드라인 수정까지 언급했던 문 전 대표 측은 황씨의 출연 금지 취소시 문 전 대표 출연이 가능하다”고 했다면서 마치 문 전 대표가 무리한 요구를 하다가 슬쩍 후퇴한 것처럼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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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특정 후보 지지자 출연정지 많았다>(1/20)에서도 “과거 대선과 총선 국면에서 KBS가 출마 예상자나 특정 후보 지지자를 출연 정지시킨 사례는 많”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개그맨 최형만 씨, 이만기 씨, 하일 씨도 KBS에 출연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두 보도가 모두 KBS 사측의 해명만 가득 담고, 같은 날 나온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의 반박성명 내용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TV 조선은 공정한 보도를 위해 양자의 주장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 못지않게 각종 가이드라인이나 준칙 또는 심의규칙들을 참고하여 시시비비를 따질 수 있는 기준을 세우려는 성의를 보였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또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토론회를 무산시킬 때, 이를 따끔하게 지적조차 하지 못했던 KBS와 TV조선 등 보수언론들이 이번 사안에만 유독 국민과의 검증약속을 저버린 것이라며 문 전 대표를 비난하고, KBS를 길들이려 한다며 KBS를 거들고 있다. 편파적인 쪽은 어느 쪽인지, 이것도 자문해봐야 할 일이다. 


황교익 씨의 출연을 금지시키고, 자신들의 편파적 행태를 반성하기는커녕 보도를 통해서 문재인 전 대표의 방송출연 거부를 비판하는 KBS의 현실은 ‘이명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꾸준하게 이어졌던 KBS의 ‘친정부, 친여당’ 행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KBS와 TV조선은 문 전 대표를 탓하기 전에 국민의 자사에 대한 불신을 귀담아 듣고, 편향적 보도행태를 진단하고 어떻게 개선할지 해답을 내놓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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