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불법 촬영물 공유 기자 단톡방 수사하라
등록 2019.04.2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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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정보를 공유한다는 명목으로 개설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일부 기자들이 불법촬영물과 성매매 업소 정보를 공유하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행위를 한 사실이 디지털성범죄 근절 운동단체인 ‘디지털 성범죄 아웃(DSO)’의 폭로와 미디어오늘의 보도로 드러났다. 취재·보도를 위해 입수한 자료를 목적과 다르게 사용한 이들의 행위가 기자 윤리와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에 앞서 분명히 할 게 있다. 여성을 동료 시민이 아닌 성적 대상으로만 보는 이들에게,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회 문제를 비판하고 감시할 책무가 있는 기자직을 맡길 수 없다.

이들이 계속 기자직을 유지한다면 이는 기자로서 사명감을 잊지 않고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엄청난 무례이며, 언론인과 언론 전반에 대한 신뢰를 더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여성 역시 남성과 동등한 인격을 지닌 시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들이 취재와 보도를 통해 사회의 스피커로서 역할을 할 때 그릇된 의식이 그대로 기사에 투영될 위험이 너무 크다는 데 있다.

이와 별개로 엄정한 수사는 당연히 필요하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이에게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동법 제14조 제2항에선 이 같은 촬영물·복제물을 반포·제공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한 이에 대해서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1호 역시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의 유통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를 금지하고 성매매를 한 이에게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거듭 지적하지만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성매매를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불법촬영물을 흥밋거리로 소비하기 위해 공유를 요청하고 공유한 이들의 행위는 명백한 불법인 만큼 수사 당국은 적극 수사와 처벌에 나서야 한다.

언론사와 언론인들의 자기 점검과 성찰도 필요하다. 기자들이 모인 단체대화방, 심지어 업무 현장에서 발생한 여러 유형의 성폭력 범죄들이 이미 미디어를 감시하는 미디어 전문지들의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남성 기자들이 단체대화방을 개설해 수개월 동안 동료 여성 기자들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주고받거나, 연차와 직위 등 권력 관계를 악용해 여성 기자들에게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을 했다는 사실이 적지 않게 보도됐다. 하지만 미디어 전문지를 제외한 다수 언론은 이번과 마찬가지로 언론 내부에서 벌어진 성폭력 범죄를 외면하고 관련 보도를 회피하기 일쑤다. 제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고 스스로를 엄히 비판할 줄 모르는 언론이 어떻게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짚고 개선을 말할 수 있는가.

더불어 언론 내부의 문제를 직시하기 위해선 언론 스스로 성인지 감수성, 젠더 감수성을 점검하고 개선을 위한 노력을 선행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자윤리강령 및 실천요강, 인권보도준칙,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 등 갖가지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아무리 많더라도 언론인 개개인에 체화될 수 없고, 이번과 같은 참담한 사례는 언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하라. <끝>

 

4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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