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자유한국당 미디어특위를 우려한다
등록 2019.07.08 09:53
조회 372

자유한국당이 지난 1일 미디어특별위원회(이하 미디어특위) 설립을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한 인적 구성과 첫 행보를 보면, 자신들의 극우적 색안경으로 언론의 정당한 저널리즘 활동을 겁박하려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 날 미디어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신임 부대변인을 임명하면서, “우리의 좋은 부분들은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또 거꾸로 나쁜 일들은 크게 알려져서 여러 가지로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고 했다. 이는 6월 27일, 황 대표가 “언론이 좌파에 장악되어 좋은 메시지를 내놓으면 하나도 보도가 안 되고, 실수하면 크게 보도가 된다”고 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자유한국당 박성중 국회의원과 함께 ‘세월호 보도 개입’ 책임이 인정되어 대법원에서까지 해임 결정이 확정된 길환영 전 KBS사장이 공동으로 맡았다. ‘5‧18역사학회’소속으로 각종 5‧18망언들을 옹호해 온 이순임 전 MBC 공정방송노조위원장, MBC에서 동료 기자들을 상대로 블랙리스트를 만들다가 해고됐던 최대현 현 ‘펜앤드마이크’ 방송제작 부장도 위원에 포함되었다.

이렇게 극우적 인사가 다수 포함된 한국당 미디어특위의 첫 업무도 황당하다. 다름 아닌 한국당 ‘엉덩이춤 논란’을 보도한 한겨레신문을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언중위)에 제소한 것이다. 미디어스에 따르면 미디어특위는 한겨레 제소 말고도 지난 고성 산불 당시 소위 ‘문재인 5시간’ 허위정보를 퍼뜨려 고발당한 네티즌에 대해 법률 지원을 하고, 이들을 ‘가짜뉴스를 퍼뜨린 네티즌’이라고 보도한 서울신문과 강원도민일보까지 언중위에 제소했다고 한다.

 

 

미디어특위의 한겨레 제소 어이없다

허위정보를 허위정보라고 했다고 서울신문과 강원도민일보를 제소한 것도 할 말을 잃게 하지만, 가장 황당한 것은 한국당 ‘엉덩이춤 논란’을 보도한 한겨레를 제소한 것이다. 한국당은 지난 6월 26일 ‘여성 역량을 키우겠다’는 명목의 여성 당원 행사에서 일부 여성 당원들이 바지를 내리고 ‘한국당 승리’라는 글자를 속바지에 붙인 채 엉덩이를 흔드는 낯 뜨거운 퍼포먼스로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민언련이 관련 보도들을 조사해 본 결과, 한겨레는 해당 논란을 최초 보도한 신문도 아니었고, 지면 보도량은 오히려 ‘보수 신문’으로 분류되는 조선‧중앙‧동아가 훨씬 많았다. 게다가 비판의 강도도 한겨레보다 보수신문이 덜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측에서 밝힌 언중위 제소 이유를 살펴봐도 도대체 왜 ‘엉덩이춤 논란’에 한겨레를 핀포인트로 제소했는지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미디어특위는 한겨레가 속바지를 속옷이라고 보도하여 실제보다 선정적인 퍼포먼스였던 것으로 왜곡했다고 했는데, 굳이 사실관계를 확인해 볼 가치도 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일례로 동아일보 27일자 사설의 제목은 <한국당 여성당원 행사서 ‘바지 내리고 엉덩이춤’>인데, ‘속옷’은 선정적이고 ‘바지 내리고 엉덩이춤’은 선정적이지 않다는 말인가? 또한 미디어특위는 한겨레가 속옷 퍼포먼스라는 설명 뒤에 황교안 대표의 격려를 배치해서 마치 속옷 퍼포먼스를 황 대표가 격려한 것처럼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태도는 자유한국당이 왜 비판을 받고 있는지 모르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언론과 국민은 단지 황 대표가 ‘속옷 퍼포먼스를 독려’했다고 비판한 것이 아니다. 여성 권리를 향상시키겠다는 행사에서 여성비하적 행위가 벌어졌음에도 아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자유한국당에 실망한 것이다. 한겨레를 비롯하여 많은 언론들이 황 대표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안’했던 격려사를 지적한 것도 그래서이다. 오죽하면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의 말을 빌리자면 “경악스러운 성인지 감수성”이라고 표현했겠는가.

 

 

자유한국당은 여당 시절,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미디어법 날치기로 보수언론에게 종편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선사하면서 공론장을 왜곡하고 언론환경을 내부에서 뿌리부터 파괴했다. 이로 인한 언론의 신뢰도 하락 후유증은 아직까지 남아 인터넷 등에서 허위정보가 창궐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자유한국당 미디어특위가 이에 대한 반성과 함께 문제해결에 나서기는커녕 자신들의 치부를 언론 탓으로 돌리며 언론활동을 겁박하고, 일부 보수논객의 극우적 색채를 띤 허위조작정보와 각종 혐오표현을 방치하고 조장하는 활동만 일삼는다면 이는 국민의 외면을 면치 못할 것이다. <끝>

 

 

 

 

2019년 7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comment_20190708_029.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