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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MBN 유정현 앵커가 출연한 뉴스형식의 부동산 방송광고에 대한 논평(2015.6.16)
등록 2015.06.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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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앵커가 출연한 뉴스형태의 방송광고, 당장 퇴출해야

 

 

종합편성채널인 MBN의 저녁종합뉴스 <뉴스8>의 주말 앵커를 맡는 유정현 씨가 출연한 뉴스 형태의 광고가 방송되어 논란을 빚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YTN에 방송되었다고 전한 문제의 광고는 평택의 한 호텔 분양정보를 뉴스처럼 구성한 것이다.

 

 

△ 유정현 앵커가 뉴스 형태의 광고에 나온 화면 갈무리

 

광고에서 유정현 씨는 <투자 뉴스룸>의 앵커로 분해 “먼저 방금 들어온 부동산 특보 소식입니다. 평택 ◯◯호텔이 분양을 시작합니다. 평택 ◯◯호텔, 김 기자 어떤 상품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기자로 분한 연기자들이 분양정보를 리포트로 전한다. 예를 들어 유정현 앵커가 “평택에서 딱 한 곳만 투자한다면 어떤 곳이 좋을까요?”라고 말하면, 기자가 “단연 OO호텔이지요”라고 말하며 부동산 광고를 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방송광고 법령을 위반한 것이다.


먼저 <방송광고에 관한 규정> 제 6조(방송프로그램과의 구별) ①항에 “방송광고는 방송프로그램과 명확히 구별되도록 하여야 하며 특정 방송프로그램으로 오인될 수 있는 상황설정이나 기법을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문제가 된 광고는 실제 유정현 씨가 앵커로 출연하는 뉴스와 제목과 세트가 다르지만, 일반적인 뉴스프로그램과 매우 비슷한 세트로 구성되어 시청자에게 ‘유정현의 뉴스’로 오인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유정현이라는 현직 뉴스 앵커가 뉴스와 같은 형식의 광고에 출연한 것도 “방송프로그램의 주요 고정출연자를 등장시킨 방송광고는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상황과 흡사하게 표현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방송광고에 관한 규정> 제 6조(방송프로그램과의 구별) ②항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더 나아가 해당 방송광고는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 제 20조(추천․보증)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제 20조에는 방송광고에 사용되는 추천이나 보증은 전체적으로 진실하여야 하며(①항), 방송광고에서 추천이나 보증을 하는 전문인은 그 내용에 대한 전문 지식을 보유하여야 하며, 추천이나 보증하는 내용이 자신의 판단내용에 부합되어야 함(③항)은 물론, “전문인의 추천이나 보증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대부분 지지할 수 있는 객관적인 내용이어야 한다(④항)”라고 명시되어 있다.

 

 

△ 유정현 앵커가 뉴스 형태의 광고에 나온 화면 갈무리


광고에서 유정현 씨는 “겨우 7천만 원대만 투자하면 세계적 호텔의 주인이 된다. 네! 월세처럼 임대 수입금을 받을 수 있고 신경 쓸 필요 없이 운영사가 알아서 관리해주니까 서울이든 제주도든 땅끝마을이든 어디라도 좋고요. 20대든 80대든 남녀노소 누가 투자해도 좋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방송용이 아닌 인터넷 홍보로 사용하는 8분가량의 광고 전체버전에서는 유정현 씨가 “1% 초저금리 시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시려는 분들께 저는 평택 ◯◯호텔을 추천합니다. 거대기업의 투자와 한중 FTA호재, 각종 개발호재가 넘쳐날 것으로 기대되는 평택에 믿음직한 브랜드에 안전성까지 갖춘 투자 중심지에 ◯◯호텔, 지금 전화상담 받으십시오”라고 노골적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유정현 씨는 사실 전달과 공정성이 생명인 뉴스를 진행하고 논평하는 앵커이다. 현직 앵커가 광고에 나와 특정 상품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부각하면 시청자들은 이를 전문가가 추천, 보증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유정현 씨가 출연한 뉴스 형태의 방송광고는 시청자에게 뉴스와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며, 특히 뉴스를 통해 신뢰를 쌓은 앵커가 이와 같은 신빙성 없는 투자정보 광고에 출연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지상파 방송 광고는 ‘한국방송협회’, 종합유선 방송 광고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홈쇼핑 채널 방송은 ‘한국일반홈쇼핑기업협회’에서 신청 건에 한해서만 사전심의하고 있다. 2008년 헌법재판소의 사전 심의에 대한 위헌 결정 이후 방송광고에 대한 책임은 방송사업자에게 있다. 방송법 86조(자체심의) ②항에는 “방송사업자는 허위, 과장 등 시청자가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방송광고를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되어있고, ③항은 “방송사업자는 방송광고가 방송되기 전에 자체적으로 심의하거나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한 방송 관련 기관 또는 단체에 위탁하여 심의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번 광고를 집행한 방송사 전체를 조사하고 엄중히 심의해야 마땅하다. 특히 이러한 광고가 YTN과 같은 보도전문채널이나 여타 매체의 뉴스프로그램으로 방송될 경우 시청자의 혼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보다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유정현 씨를 저녁종합뉴스 앵커로 기용하고 있어서 이번 광고에 대해 책임있게 대응해야 마땅할 MBN 측의 황당한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MBN 측은 “광고형식이 뉴스라고 해서 특별히 더 문제가 된다고 보지도 않고, 유정현 앵커는 프리랜서라 개별 광고출연까지 관여하기는 힘들다”는 견해를 밝혔다. 자사 뉴스를 맡은 앵커가 뉴스 형태의 광고에 출연해 공정성과 신뢰성을 깎아 먹고 있는데도 문제의식이 없었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MBN은 스스로 보도기능을 갖춘 종합편성채널 방송사가 아니라 홈쇼핑 채널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미 ‘종편 광고X파일’로 MBN에 대한 보도와 교양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이번 MBN의 대응은 스스로 저널리즘을 포기한 매체임을 드러낸 것이라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

 


2015년 6월 1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