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또 불거진 조선일보 기사 거래 의혹, 당장 수사하라
등록 2018.10.2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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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정부가 조선일보에 기사를 청탁해 한국은행에 금리인하를 압박한 정황이 담긴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문자메시지가 10월 21일 KBS 단독 보도로 공개됐다.

KBS에 따르면 금리 인하 직전인 2015년 2월 11일, 정찬우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은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에게 “강효상 선배와 논의했다”, “기획기사로 세게 도와주기로 했고, 관련 자료를 이모 씨에게 이미 넘겼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장이었으며, 이모 씨는 같은 신문의 경제부 차장급 기자였다.

이후 조선일보는 실제 2015년 3월 2일과 3일에 걸쳐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한은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기사를 지면에 배치했다. 심지어 정 부위원장은 이런 기사가 나간 직후인 3월 3일 “조선이 약속대로 세게 도와줬으니 한은이 금리를 50bp, 즉 0.5%p 내리도록 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안 수석에게 다시 보냈다고도 한다. 결과적으로 한은은 같은 달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p 내렸고, 석 달 뒤 0.25%p를 더 낮췄다. 박근혜 정부의 한은 독립성 훼손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도리어 정권실세와 결탁해 특정 여론을 만들어내는데 앞장선 셈이다. 이는 한국은행법 3조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하여야 하며, 한국은행의 자주성은 존중되어야 한다’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조선일보가 언론 본연의 역할을 버리고 정권실세와 결탁하고 있다는 의혹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신문, 방송, 뉴미디어 별로 각각 홍보 전략을 세워 어떻게 언론을 이용할지를 계획했는데, 특히 조선일보에 공을 들였다. 법원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사법농단 문건 410건 중 문서 제목에서만 조선일보가 거론된 것이 9건에 달한다.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전략’ 문건(2015년 4월 25일)에는 아예 조선일보를 통해 상고법원을 집중 홍보한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이런 문건 작성 일자를 전후로 조선일보는 애초 상고법원에 우호적이지 않았던 자사 보도 논조를 180도 바꿔, 지면에 상고법원 찬성 입장의 기고문과 칼럼, 기획보도 등을 연이어 실었다. 심지어 문건에 나온 내용이 실제로 조선일보에 그대로 게재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법원행정처 문건은 조선일보와 무관하다’며 관련된 것처럼 보도하면 고소하겠다는 겁박을 늘어놓기만 했다.

 

이번 한국은행 금리인하 압박 보도청탁건과 관련해서도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조선일보 출신 강효상 의원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태평한 소리를 하며 상황을 모면하려 하고 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은 모두 이 사안에 대해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당사자인 조선미디어그룹이 보도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언론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10월 23일 경향신문과 중앙일보가 한국은행 국정감사 관련 기사에서 한 줄로 언급한 수준이며, 동아일보와 서울신문은 모두 한 마디도 보도하지 않았다. 심지어 중앙일보는 조선일보라고 칭하지 않고 ‘특정 언론’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도 모두 침묵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한겨레가 기사와 사설을 각각 한 건씩 내놓은 것이 고무적이라 할 정도이다. 언론사들의 동종업계 허물 감싸기가 이처럼 심각하고 한심한 것이다.

언론사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기사를 맞바꿔먹는 것을 때, 우리는 그런 언론을 ‘사이비 언론’이라 칭한다. 우리는 이런 행태를 저지른 조선일보와 조선일보 관계자들이 스스로 ‘기사 거래’ 정황의 전말을 고백하고 죗값을 치를 리 없다고 본다. 따라서 검찰이 하루빨리 독립적이고 철저한 수사를 하여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강효상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해명하고 연루되어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다른 언론사들의 적극적이고 충실한 보도가 나와야한다. 타사의 특종이라며 경쟁의식 때문에 외면할 일이 아니다. 기사로 거래하며 여론을 호도하는 사이비 언론 행태에 단호한 책임을 물어야 언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끝>

 

10월 2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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