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반인권’ 가해 행위 감싸는 방통심의위원은 필요 없다
등록 2019.03.2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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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전광삼 상임위원이 성관계 영상을 몰래 촬영해 유포한 가수 정준영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 피해자 신원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 채널A와 이른바 ‘지라시’라고 불리는 정보지에서 근거도 없이 피해자로 지목한 여성 연예인들의 신상을 무분별하게 노출하는 방송을 내보낸 TV조선에 대한 제재를 반대했다고 한다.

해당 방송사들도 자사의 방송이 2차 피해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관련 내용을 삭제한 상황에서 방통심의위원이 “이런 것까지 문제 삼을 수 있냐. 뭘 보도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문제없음을 주장한 것이다. 방송이 소수자 등 시민의 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살피며 방송 공공성을 제고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할 심의위원이 언론 스스로도 잘못을 인정한 ‘반인권’ 가해 행위를 감싼 행위로, 전광삼 위원은 이를 통해 스스로 심의위원으로서 자격 없음을 드러냈다.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스, PD저널, 한겨레 등 지난 21일 열린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취재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다수 위원(허미숙·심영섭·윤정주 위원)은 채널A와 TV조선의 보도를 ‘2차 피해’ 보도로 규정하며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이들 다수 위원은 채널A 보도를 근거로 누리꾼들이 피해자를 추정하기 시작했으며, TV조선 또한 2차 피해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여성 연예인들의 실명을 사진과 함께 보도하면서 되레 문제를 확대 재생산 한 만큼, 방송심의규정 제21조(인권보호) 제1항(방송은 부당하게 인권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위반 여부를 심의하고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내릴 수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 제작진 의견진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우리는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 다수 위원들의 판단에 동의한다. 채널A와 TV조선의 보도는 여성을 동료 시민으로 존중하지 않고 성적 대상화하며 권력의 부산물처럼 취급한 한국 사회의 잘못된 젠더 문화와 인식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언론인들의 잘못된 보도 관행과 대중의 관음증을 노리는 상업적 선정주의가 빚은 결과물이다. 그런 만큼 제작 책임자의 진술을 듣는 건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실제로 채널A의 경우 취재기자가 기사 출고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 수차례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데스크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결국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보도를 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광삼 위원은 “채널A는 경찰이 준 자료를 갖고 기사를 썼을 건데 이런 것까지 문제 삼을 수 있냐. TV조선도 해당 연예인이 피해자가 아니라고 낸 보도자료를 내서 (기사를) 쓴 것이고, 보도자료를 낸다는 건 홍보해 달라는 것”이라며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준 자료면, 보도자료로 나온 내용이면 뭐든 다 기사화해도 문제없다는 것인가. 전광삼 위원이 기자 출신임을 감안할 때 더욱 어이없는 발언이다.

허미숙 소위원장이 지적했듯 아무리 공익 취지라고 한들 언론이 무분별하게 피해자를 특정해 보도하는 순간부터 시청자(독자)들은 관련 내용을 보고 들을 때마다 언론에서 특정한 이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언론이 성폭력 사건과 같은 민감한 사안을 보도할 때 피해자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이유이며, 방통심의위가 인권보호 등의 심의규정을 만들어 심의에 적용하고 있는 이유다.

전광삼 위원만 문제인 건 아니다. 가장 낮은 수위의 제재인 ‘의견제시’(행정지도) 의견을 낸 박상수 위원 또한 “채널A 보도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TV조선 역시 소속사 보도자료를 근거로 방송했다”며 경징계를 주장했다. 대체 이런 수준의 위원에게 언제까지 심의를 맡겨야 한단 말인가. 두 위원, 특히 전광삼 위원은 심의위원으로서의 자격은커녕 최소한의 인권 의식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입증한 만큼, 자신의 무자격·무능력을 인정하고 물러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방통심의위는 채널A와 TV조선에 대한 본 심의에서 반인권 보도를 두둔하는 위원들과 어설픈 합의를 시도해선 안 된다. 아무리 합의제 위원회라 하더라도 비뚤어진 젠더 의식과 반인권 의식의 소유자들과 적당하게 합의할 순 없는 일이다. 가해자와 가해행위에 공감하는 심의 기구는 결코 필요하지 않다는 걸 명심하라. <끝>

 

3월 2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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