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박대출 의원, 이제 그만 과방위를 떠나라
등록 2018.08.2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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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한 정치인은 얼마나 해로운가.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팟캐스트 「미디어탈곡기」 방송 내용을 왜곡하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대한 업무 협조 요청을 직권남용으로 호도했다.

민언련은 「미디어탈곡기」 제333화 방송에서 방통심의위의 심의 민원 ‘기각’ 사례와 함께 기준 없는 ‘기각’ 처리의 문제를 짚었다. 이 과정에서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등의 보도 프로그램들이 정보 전달 명목으로 특정 업체의 제품을 노골적으로 띄워주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음에도 관련 민원이 ‘기각’ 처리돼 심의 테이블에 올라가지도 못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현재 방통위에서 광고 효과와 관련한 심의를 강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방통심의위에 했다고 전했다.

당시 「미디어탈곡기」 방송 내용은 이렇다. “제가 보기에 우리가 이거를 다시 한 번 심의를 내잖아요. 그러면 지금 분위기가 바뀌었잖아요. 왜냐면 저쪽, 그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께서 아주 강하게 이 방통심의위에 광고효과 관련돼서 심의를 해달라고 요구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이렇게 허술하게 다룰 수 없을 텐데.”

박대출 의원은 이 내용을 문제 삼으며 이날 업무보고를 위해 출석한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상대로 “방통위원이 방심위에 심의를 요구할 권한이 있나”, “설치법 상 독립성이 보장돼 있으니 (방통위가 심의에) 간섭할 수 없다. 그건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하며 추궁에 나섰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했던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갖가지 방법으로 방송을 장악하며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존재하는 방통위 등의 기관들을 하수인으로 부린 원조 방송장악 정당의 시각으로 사실을 왜곡·호도하는 게 습관이 된 정치인의 당당한 무지가 국민을 부끄럽게 만든다.

박대출 의원은 지난 1일 방통위가 종편의 건강정보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제품을 곧바로 TV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연계 편성’ 현황을 점검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한 사실을 알고 있는가. 당시 방통위는 “연계편성으로 인한 시청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방통심의위와 협의해 지상파·종편의 건강정보 프로그램의 방송심의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보도자료로 밝혔다. 또한 허욱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방통심의위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집중 모니터링 한 사례와 같이 정기적으로 종편 프로그램이 납품업체에 대해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제작했는지, 아니면 효능을 과장한 표현이 있는지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사후심의를 강화하도록 방통심의위에 협조를 요청해야 할 것”이라며 “그 결과를 방통위도 공유해 종편 재승인 심사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체 어느 부분에서 직권 남용을 읽을 수 있는가. 방송심의는 민간 기구인 방통심의위에서 담당하지만 그 심의 결과의 집행은 방통위의 몫이다. 또 방통위에서 맡는 방송평가와 방송 재허가·재승인 심사에도 심의 결과는 반영된다. 국회가 만든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역할과 권한이 그렇다. 이런 관계 속에서 방통위는 방송의 공공성·공정성·공적책임 등에 대한 평가나 심사를 위해 방통심의위에 협조를 요청하기도 한다. 지난해 TV조선 등 일부 종편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하며 방송심의규정 일부를 특정해 4회 이상 법정제재를 받을시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방통심의위에서도 해당 심의규정 위반에 대해 더욱 철저히 심의해달라는 맥락이 존재하는 것이다.

민언련 「미디어탈곡기」 방송 내용 또한 같다. 방통위에서 특정 제품에 대해 과도하게 광고 효과를 주는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중점 심의해달라는 협조 요청을 방통심의위에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만큼, 방통심의위 또한 광고 혹은 협찬과 분간되지 않는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좀 더 엄격한 기준의 심의를 해야 한다는 기대와 요구를 밝힌 것이다.

박대출 의원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방통심의위에 특정 사안에 대해 심의 제재 수위를 높이라는 식의 지시나 공작이 존재했어야만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3기 방통심의위 임기 동안 자유한국당에서 추천한 방통심의위원의 지시로 방통심의위 팀장이 민원을 조작하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KBS 광복 7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뿌리 깊은 미래>를 콕 짚어 “건국 가치를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방통심의위 제재가 필요하다” 등의 발언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과방위 소속 국회의원은 방송이 상업적으로 오염되거나 시청자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박대출 의원은 그러기는커녕 방통위의 정당한 업무 협조 요청조차 직권 남용이라 막무가내로 뒤집어씌우고, 방송법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은 국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악습을 정당하다 우기고 있다. 박대출 의원의 이런 발언과 행태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방송, 공공적 책임을 다하는 방송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거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무지로 무장하고 20대 국회 전반기 과방위 간사를 맡아 방송 정상화를 위한 모든 논의를 공회전 시킨 것만으로도 이미 박대출 의원의 책임은 무겁고 또 무겁다. 박대출 의원은 이제 그만 과방위를 떠나라. 방송 정상화를 위해, 국민을 위해 국회의원으로서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염치다. <끝>

 

8월 2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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