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지상파-언론노조 산별협약, 국민신뢰 회복의 마중물 되길
등록 2018.09.05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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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KBS·MBC·SBS·EBS 지상파 방송4사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이 산별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언론노조가 2000년 산별노조로 전환한 뒤 18년 만에 이뤄진 첫 산별교섭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매우 깊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개별사의 이해관계를 넘어 방송의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이러한 협약이 체결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번 산별협약은 지상파 방송사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 6월 12일부터 △공정방송 △제작환경 개선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 강화와 진흥 부문에 대한 교섭을 진행한 결과물이다.

 

먼저 협약은 정치적 환경변화와 경영진의 성향에 따라 방송의 공정성이 좌지우지되는 일이 없도록 실질적인 공정방송 실현 의무를 부과했다. 제6조 공정방송 실현 의무는 방송의 독립과 제작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방송강령과 프로그램 제작 준칙, 방송편성규약을 제․개정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했다.

 

제7조 편성 보도 제작 책임자의 임명 및 평가와 제8조 공정방송기구 조항은 편성·보도·제작 책임자 임명과 평가에 제작종사자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토록 하고, 노-사 동수의 위원으로 구성된 공정방송기구를 설치해 보도와 편성․제작과 관련한 제반 상황을 논의토록 했다. 이와 함께 노사 대표자들은 방송의 공공성 강화와 진흥, 시청자 권익 보호를 위해 국회 및 유관 정부부처에 정책 지원과 제도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산별노사 정책 요구서를 제출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이 같은 내용의 산별협약은 방송언론인들에게 있어 ‘공정방송’이 핵심 노동조건이라는 점을 명문화했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 


2012년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며 공정방송 회복을 주장하다 무더기 해고됐던 MBC 언론인들이 정권에 협조하던 적폐 경영진을 상대로 진행한 해고무효소송에서 법원은 일관되게 방송노동자에게 있어 공정방송이야 말로 기본 노동조건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공정성과 공공성, 독립성이라는 방송의 기본 가치가 무참하게 훼손됐던 10년의 암흑기 동안 정권의 방송장악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쟁한 언론인들의 희생으로 재확인한 소중한 가치다. 어렵게 재확인한 ‘공정방송=노동조건’의 가치를 제도로 보장해 다시는 정치권의 압박이나 경영진의 정치 성향 등으로 무력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문화 하는데 성공한 노사 모두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산별협약은 장시간 노동 근절, 제작 시스템 개선 등에 대한 나름의 대안과 다짐을 담고 있기도 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제13조 장시간 제작 분야 특별대책 2항이다. 해당 조항은 드라마 제작 시 사전에 ‘방송사 책임자, 제작사 대표는 제작에 참여하는 스태프(촬영현장 스태프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그 노동조합)와 촬영 시간, 휴게 시간, 식사 시간, 휴차 등 제작 환경에 대해 충분히 협의하여 제작현장을 운용하도록’ 하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처럼 실제 현장 스태프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노동조건 협의 주체로 들어갈 근거조항이 마련된 것이다. 제11조 (노동시간 단축) 4항 ‘노동시간 단축에 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지 않는다’ 역시 시대정신을 반영한 시의적절한 조항이다. 


또 제15조 고용환경 개선은 고용 구조를 개선하고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2018년 하반기 내 ‘고용구조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복잡한 방송사 고용 구조 문제를 한 번의 실태 조사와 연구로 모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실태 조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 또한 의미가 큰 약속이다. 지속적인 실태 조사를 통해 방송사가 직접 고용 한 계약직, 직접 제작하는 프로그램 내 비정규직 문제를 넘어 외주 프로그램 제작 스태프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적절한 개선책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이제 남은 것은 실천이다. 좋은 내용의 산별협약이 체결됐다고 현장이 하루아침에 ‘알아서’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역사적인 산별협약이 일회성 선언에 그치지 않고, 지상파 방송의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끝>

 

9월 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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