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EBS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등록 2018.12.1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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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청와대가 교육 공영방송 EBS를 대통령 홍보를 위해 관영방송처럼 부린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EBS는 2015~2016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주도한 ‘희망 나눔 캠페인(드림인)’이라는 정부정책 홍보영상 36편을 제작했다. 해당 영상은 EBS에서 제작한 별도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 EBS 플랫폼을 통해 홍보됐으나, 실상은 청와대에서 주제 선정과 촬영 일정 등 일체를 주도했다고 한다. 영상 마지막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 사진을 넣으라는 지시부터 주제별 영상의 방송 스케줄 결정과 영상에 등장하는 학교명과 개인 이름 등의 노출 정도, 자막 문구까지 청와대에서 일일이 의견을 제시하고 승인을 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건 청와대의 이런 개입에 EBS가 순응한 정황이 짙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영상 말미 대통령 사진을 넣어달라고 했을 당시 실제 제작을 맡았던 독립제작사 측에선 반대했지만 EBS가 청와대 뜻에 따르자고 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EBS에 묻지 않을 수 없다. EBS는 시민의 공영방송인가, 정권을 위해 봉사하는 관영방송인가. 외주제작사조차 공영방송 EBS를 통해 제작되는 영상에 청와대 지시로 뜬금없는 대통령 사진이 사용되는 것에 반대했음에도 정작 공영방송인 EBS에선 아무 고민 없이 거수기처럼 청와대의 뜻에 따랐다면, 단언컨대 EBS는 공영방송으로서 자격이 없다.

더욱이 EBS는 해당 영상 제작 실무를 외주제작사에 맡겼음에도 EBS 내부에서 제작을 맡은 것처럼 서류를 작성한 의혹까지 받고 있다. EBS가 외주를 주려면 입찰 공고를 내 업체를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한 뒤 제작비를 지급해야 하지만 ‘희망 나눔 캠페인(드림인)’의 경우 EBS PD가 연출을 맡은 것처럼 서류를 작성하고 별도 계약서도 없이 제작사에 일을 시키며 제작비 선금에 대한 부담까지 떠넘겼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제작을 맡았던 외주제작사 대표는 EBS 내부에서 ‘희망 나눔 캠페인(드림인)’ 관련 업무를 맡기 싫어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수상한 계약이 이뤄졌다고 한다. 즉, 청와대 지시를 받으며 일하기 싫어 EBS에서 석연찮은 계약을 맺으면서까지 외주제작사에 일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EBS는 청와대의 제작 개입을 묵인 방조하고 이를 위해 외주제작사에 갑질까지 한 셈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원년과 같았던 올 한 해 동안 EBS에서는 적폐 정권 시절 발생한 문제들을 청산하기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은 사실에 주목한다. KBS와 MBC가 적폐 정권 시절 발생한 부끄러운 부역의 역사를 명명백백 조사하며 독립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EBS는 조용하고 또 조용했다.

백보 양보해서 정권을 찬양하고 홍보하는 도구로 이용된 부역의 역사를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면, 정황이 드러난 지금이라도 제대로 대응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공영방송 EBS의 구성원들은 이 사안에 대해 어떤 입장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EBS 구성원은 이번 사안의 진상을 낱낱이 조사하고 관련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과거 정권이 방송에 개입한 또 다른 사안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향후 EBS가 또 다시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 지난 정권시절의 적폐를 청산하고 건강한 공영방송으로서 거듭나기 위한 EBS 구성원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더불어 방송통신위원회도 EBS가 진상을 규명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는지 방송 규제기관으로서 자신들의 책무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끝>

 

 

12월 1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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