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노무현 후보의 언론관련 발언>에 대한 민언련 성명서(2002.4.8)
등록 2013.08.0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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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 만들어진것인가? 

 

 


그 동안 본회는 조선, 중앙, 동아 등 거대신문들이 특정 사안에 개입, 사태를 '특정방향'으로 몰고 가는 일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한 보도도 망설이지 않았음을 본회는 수차 지적해왔다. 이들 신문은 사실보도를 하고 판단을 독자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신문사별 의도에 맞게 재편집하여 재편집한 사실을 독자들에게 전달, 여론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번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은 그러한 본회의 우려가 확대 생산되어 현실화한 것으로 어찌하여 우리 언론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개탄을 금할 길 없다. 노무현 후보의 언론관련발언에 대한 조선 중앙 동아의 보도는 위와 같은 왜곡의 '대표적 사례'로 언론문제의 반면교사로 남기에 부족함이 없다.
심지어 일부에서 '조선 중앙 동아가 특정후보 죽이기에 나섰다'는 비판까지 하고 있거니와 우리는 이러한 비판이 사실무근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언론현실에 참담함 마저 느낀다.


이번 사태에서 위 신문들은 '특정단어'를 키워드로 '후보의 부정적 이미지 굳히기', '기사에 맞지 않는 제목 달기' 등으로 '사실'을 왜곡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5일과 6일 노무현 후보의 언론관련발언을 '국유화' 혹은 특정신문 '폐간'이라는 극단적인 '단어'속에서 '재생산해낸' 이들 신문은 오늘(4월 8일자)은 키워드를 '말 바꾸기'로 바꾸었다.


우선 동아일보는 오늘 2면 머리기사에서 <노무현 '폐간발언' 말 바꾸기>에서 <4일 "어떻게 그런 말을 하겠나"/ 5일 "술먹어서 했을 수도 있다"/ 6일 "대통령도 그럴 수 없다"/ 7일 "참석기자들이 발언한 듯">이라며 '말 바꾸기'를 키워드로 일련의 보도를 내보냈다. 지난 6일자 1면에서도 동아는 <노무현 "동아폐간 발언했을 수도 있다"/ 이인제 "움직일 수 없는 증거 갖고 있다"/ 한나라 "급진 과격 뛰어넘는 폭력적 언사">라는 소제목으로 노무현 후보가 '폐간 발언'을 인정한 것처럼 보도했고, 이에 대해 말바꾸기를 되풀이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이날 3면을 머리기사는 약간 느낌이 다르다. <노 "신문폐간발언 내 기억밖에 있다">는 제목이 우선 눈에 띈다. 1면 톱기사 제목과 3면 기사제목의 이러한 차이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1면과 3면 기사 중 독자는 어떤 것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까. 그 기사의 근거를 찾아보면 궁색스럽다. 당시 동석했던 한 기자가 '폐간발언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했을 수도 있다'고 기자는 말했는데 이것이 어느 사이 '했다'로 기정사실화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노무현 후보는 7일 성명에서 "국유화나 폐간은 어떤 독재자가 나오더라도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아는 마치 노후보가 말을 번복한 듯 8일 말바꾸기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조선일보 역시 마찬가지다. 조선은 4월 6일자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을 <"동아 폐간 발언했었다">로 뽑았지만 막상 기사를 보면 "참석기자 5명이 모여 당시 기억을 되살려본 결과, (동아일보는 사원지주제가 되지 않으면) 폐간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노고문) 발언을 들은 것 같다는 기자가 있었다"는 대한매일 기자의 발언을 인용했을 뿐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도 이날 4면 머리기사에서 <노 '동아폐간 발언' 이랬다 저랬다/ 5일 "어쩌면 술 먹고 말했을지도…">라며 동아와 마찬가지로 노 후보가 이 발언을 시인한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기사본문은 사실을 확인해주지 못한다. 동석 기자들의 흐릿한 기억 속에서 나온 증언일 뿐이다. 조선이 스스로 기사내용을 무색케 할 제목을 뽑은 의도는 무엇일까.


오늘 세 신문이 '약속이나 한 듯' 시작한 말바꾸기 부각보도는 오늘자 세신문의 사설 <노무현씨의 말 말 말바꿈>(조선) <노무현 후보의 말바꾸기>(중앙) <노무현 후보 왜이러는가>(동아)에서 강력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다만 중앙일보가 3면에서 노무현 후보의 7일자 성명요지를 박스로 게재하여 조선, 동아일보와는 차이를 보였을 뿐이다. 조선 동아는 노무현 후보가 7일자 성명을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반론권도 보장하지 않았다.


한편 동아일보는 오늘 새로운 '키워드'를 만들어 냈다. 오늘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제목을 '언론자유부정'으로 뽑았다. 동아는 <노무현 후보 "동아-조선 여 경선 서 손떼라"/'언론자유부정' 발언 파장>이라는 제목으로 노후보의 조선 동아에 대한 강도 높은 항의성 발언을 엄청난 논리적 비약을 통해 '언론자유부정'으로 확대 해석했다.
동아일보 말대로 왜곡보도를 적극 비판한 것이 '언론자유부정'이라면 동아·조선이 사실확인을 뒤로한 채 확대 왜곡한 것이 언론자유에 근거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게다가 동아일보는 조선, 동아일보만을 겨냥한 노 후보의 발언을 전체 언론자유의 문제로 확대함으로써 그야말로 메이저 언론의 오만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동아일보는 이 나라에 동아· 조선 외에 언론이 없다고 생각하나. 이것이야말로 '언론자유부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들 신문과 한나라당이 언론사 세무조사 정국에서 그랬듯 '핑퐁식 주고받기'를 다시 시작했다는 점이다. 세 신문이 노후보의 언론관계 발언을 '폐간' '국유화'등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해 '왜곡하면' 한나라당 관계자가 그에 대해 멘트를 단다.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총무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일제하에서도 명맥을 유지해온 동아일보를 폐간시키겠다고 말한 것은 국기문란 행위"라는 발언을 동아가 1면에서 인용 보도하고 남경필 한나라당 대변인의 "권력으로 민간신문을 폐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이라는 내용을 인용 보도한 것이 그 예라 하겠다.
동아일보가 당시 '세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았거니와 그와 관련된 어떠한 발언도 동아일보입장에서 기분 좋은 일일 수 없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비공식적인 술자리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나눈 이야기를 중요신문이 이성을 잃고 보도하는 것에 대해 본회는 자제를 당부하는 바이다.


우리는 오늘 세 신문 1면에서 '국유화'라는 단어가 사라진데 대해 주목한다. 아마도 술좌석의 기자 누구도 이 단어에 대해 '있었음'에 대한 확실한 증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렇게 슬쩍 사라지면 그것으로 끝인가. 연일 세 신문이 1면에서 그토록 중요하게 취급했던 '국유화 관련 발언'에 대해 사실의 진위를 밝히고 독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책임 있는 신문이 취해야할 태도가 아닐까.


우리는 진짜 궁금하다. 노무현 후보는 '국유화' '폐간' 발언을 했는가. 우리는 먼저 노무현 후보에게 명명백백한 사실규명을 요구한다. 다음으로 이인제 후보측이 사실을 확인해주어야 한다. 이인제 후보측이 굳이 "고발하면 증거 대겠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도 궁금하다. 그냥 기자회견을 열고 증거를 제시하면 될 것 아닌가.


본회는 이번 사태를 제대로 해결해 권력화 한 언론의 '특정사안 주무르기' 행태에 국민적 응징의 쐐기가 박히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어제 논평에 아래와 같이 요구사항을 밝혔거니와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1. 노무현, 이인제 후보는 이 사안에 대해 성실하게 진위를 밝혀라.
1. 연일 이 사안을 대서특필한 언론은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파헤쳐 사실보도하라.
1. '국유화 발언'관련 사실을 밝히고 만일 이 발언이 사실이 아니었다면 조중동은 당장 일정한 절차를 통해 사실보도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
1. 언론은 이 사안을 '특정후보 흠집내기용'으로 활용하지 말고 언론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자성하라.
1. 여야 대선후보들은 차제에 공식적으로 언론관 및 언론관련 정책을 밝혀라.

 


2002년 4월 8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