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논평]<공공부문 파업에 대한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2.2.26)
등록 2013.08.0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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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외면한 파업보도


-'민영화' 의제 사라지고 '교통불편'만 부각시켜-  
 

 

 

방송 보도는 언제까지 노동자 파업의 본질을 외면할 것인가.


25일부터 시작된 철도, 발전, 가스 등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일제 파업에 대한 방송3사의 보도태도는 깊은 실망과 우려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방송3사는 이번 파업의 핵심적인 의제인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분석보다는 '교통대란', '지옥철' 등의 표현을 써가며 파업으로 인해 시민들이 겪고 있는 불편을 집중 부각시켰다. 25일 보도에서 KBS 뉴스9은 총 13건의 보도 가운데 4꼭지를 출퇴근 혼잡을 비롯한 교통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MBC 뉴스데스크와 SBS 8시뉴스 역시 각각 5꼭지 중 2꼭지, 10꼭지 중 5꼭지를 할애해 비슷한 내용을 내보냈다. 특히 방송3사 모두 교통 혼잡으로 다소 격앙되어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주로 보도해 시민들의 감정을 악화시키는 데 일조 했다. 또 노동자들의 파업을 '경제'문제와 연결한 보도도 빠지지 않았다.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수출상품들 운송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방송3사 모두 한 꼭지씩 보도됐다.


반면 이번 노조 파업의 핵심 사안이라 할 수 있는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분석은 거의 없었다. KBS 뉴스9에선 민영화에 대한 분석보도를 찾아볼 수 없었으며, MBC뉴스데스크와 SBS 8시뉴스는 각각 <민영화 힘겨루기>와 <민영화 후퇴>라는 제목의 관련 보도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용면에서 '민영화'에 대한 정부와 노동계의 입장을 비교하고 그 허실을 분석하기보다는 양쪽의 힘겨루기 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정도로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뉴스데스크는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던 정부가 노조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누그러뜨린 것"이라며 "껄끄로운 현안인 기간산업 민영화에 대해 노동계와 정부는 모두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미뤄두는 쪽으로 해법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SBS도 "아직 정부와 여당간의 정책 조율마저 이뤄지지 않아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은 대규모 파업에 밀려 혼선이 가중될 전망"이라며 이번 파업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한편 KBS 뉴스9은 <뒷짐진 정치권>이란 보도에서 민영화 관련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계속 파행을 겪고 있는 국회에 대해 비판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관련 노동조합들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민영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민영화'로 인해 파급될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할 공론의 장은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부문 노조의 '민영화 반대' 파업을 무조건 시민 불편으로 몰아가는 것은 언론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민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우리 사회가 이 같은 이처럼 중차대한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 할 수 있는 여론의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한 언론의 역할 일 것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보도할 때마다 매번 '시민불편'이나 '경제논리' 등을 내세워 감정적으로 접근하려는 자세는 갈등해소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방송3사는 우선 '민영화'라는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에 대한 의미를 면밀히 파악한 뒤 보도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
 

2002년 2월 26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