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논평]민주당 국민경선 보도관련 민언련 논평(2002.3.27)
등록 2013.08.0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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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자제를 당부한다 !

 

 


'참여정치'의 진일보를 가져올 '국민경선제'가 난항을 겪고 있다. 이인제 후보의 음모론 제기와 이를 둘러싼 언론의 추측보도가 도를 넘어서 '국민경선제' 자체를 쥐고 흔들고 있다. 3월 19일 이인제 후보는 '김심' 운운하며 노무현 후보측에 음모론을 제기했고 언론은 음모론의 사실관계를 파헤치기보다는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확대 재생산해 심지어 '이후보 사퇴'를 부추기고 있다는 인상마저 풍겼다.
특히 조선과 동아일보의 경우 음모론과 관련 25일 사설에서 각각 청와대와 노 후보측에 규명을 요구하고 나서 책임주체를 흐리고 '노후보와 청와대 음모론'으로 기정사실화 하는 듯 보도했다.


김중권 후보의 사퇴이후 이인제 후보의 거취를 둘러싼 추측보도가 신문지면과 방송뉴스시간에 난무했다. 중앙일보와 한국일보가 3월 26일 1면에 각각 <이인제 후보 사퇴할 듯>, <이인제 후보 사퇴검토>라고 보도했고 석간신문인 문화일보는 1면에서 아예 <머리 이인제 사실상 경선 포기>라고 단정 보도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5면에 <이인제 '충격 ...중대결심하나'>라고 보도한데 이어 27일 아침 사설에서는 '민주당 경선 이렇게 막내리나'를 내보내 '본심'을 드러냈다는 조소를 받기도 했다.


방송은 아예 이 과정을 중계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26일 방송 3사 모두 <후보사퇴 임박><경선 위기>(SBS 8시뉴스), <왜 포기했나><경선파행 불가피>(MBC 뉴스데스크), <사실상 경선 포기 불사><기로에 선 경선>(KBS 뉴스9) 등으로 보도하며 이인제 후보 측근들의 애매모호한 멘트를 대대적으로 키우며 경선 포기를 기정사실화 하는 듯 했다. 보도내용에서도 "당 안팎에서는 사실상 후보를 사퇴하기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SBS'후보사퇴 임박') "승부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사실상의 경선포기 수순에 들어간 것"(KBS'기로에 선 경선') 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언론의 이러한 보도는 이인제 후보진영의 언론플레이와 모호한 거취표명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치인의 언론플레이가 하루 이틀의 일도 아니다. 언론은 이후보 측의 위와 같은 태도를 심층보도하고 그 주장의 사실성 여부를 파헤치기는커녕 '부화뇌동' 심지어 '견강부회'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우리 언론의 전형적인 폐해인 선정성, 확대과장보도, 떼거리 저널리즘, 경마저널리즘 적 병폐가 이번 사태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언론은 국민의 이목을 이 사태에 집중시켰지만 이인제 후보의 모호한 처신을 사실보도·심층해부 한 보도는 찾기 어려웠다. 경향, 한겨레, 한국일보 정도가 이에 대한 쓴 소리를 담았으나 이들 신문도 떼거리저널리즘에 영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본회는 언론의 이러한 보도행태가 이인제 후보의 며칠 간의 행동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단정짓지 않을 수 없다. 또 일부신문의 경우 이번 사태를 빌미로 국민경선을 흠집 내고 그 민주적 가치를 폄하하려는 의도까지 드러낸 사실에 대해 심히 우려하는 바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26일자 5면에서 "이인제 후보의 승리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며 "16000여표의 영남표를 사실상 노후보가 독식하는 상황을 막기 어렵게 됐다"는 등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이 후보의 사퇴를 종용하는 듯한 보도를 망설이지 않은데 대해 국민적 지탄을 받아 마땅한 것으로 보인다.
이인제 후보는 오늘(3/27)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경선 참여를 분명히 해 26일 하루 종일 언론이 보도한 많은 것들을 '부끄럽게' 했다.


본회는 언론이 모든 보도에서 그러하지만 특히 향후 국가의 앞날을 가름할 중대 사안과 관련해 좀더 진중해 줄 것을 기대하며 민주당 경선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예의 주시할 것임을 밝혀둔다.

 


2002년 3월 27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