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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국회 미방위의 수신료 인상 논의에 대한 논평(2015.6.18)
등록 2015.06.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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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수신료 논의에 앞서 KBS 독립성 담보장치를 마련하라

- 박민식 의원의 협박성 망언을 규탄한다 -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여론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1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에서는 KBS 사장과 임원들이 공개해야 할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에 의해 밝혀졌다. 이는 공공기관의 기관장 업무추진비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이참에 KBS수신료의 사용 내역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방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이날 기상천외한 발언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합의부 재판부에, 방통위원장을 부장판사 재판장에, 방통위원들을 좌우심 배석판사에 비유한 것이다. 방송․통신 전반에 대한 인허가와 정책 등 규제와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사법부에 비유한 것도 난센스일뿐더러, 독립적 판단을 요하는 합의제 기구의 방통위원을 보조적 역할의 배석판사로 비유한 것 또한 방통위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답답하다. 더구나 그것이 미방위 여당 간사로서 지난 2일 김재홍 방통위원의 KBS수신료 관련 기자회견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김재홍 위원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기존 방통위의 찬성 입장과는 달리 “KBS 수신료를 인상하려면 방송 공정성 확립, 경영 합리화 등 선행 조건들을 우선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박민식 의원은 김재홍 위원이 방통위 의결 결과를 번복한 것이라며, 김 위원이 방통위 합의제 정신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재홍 위원이 2일 기자회견을 한 시점과 배경을 볼 때, 합의제 정신을 훼손한 것은 오히려 수신료 인상에 대한 입장을 재논의하지 않고 있는 3기 방통위원회이다. 현재 미방위에 제출되어 있는 방통위의 KBS수신료 인상 검토 의견은 2기 방통위 때인 2014년 1월에 송부된 것이다. 그러나 이후 KBS의 보도는 수신료 인상의 기본 요건인 독립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한 치도 진전된 바가 없다. KBS는 세월호 참사, 정윤회 국정농단, 불법 선거자금, 총리를 비롯한 각종 인사, 메르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국가적 주요 이슈에 대해 오보, 거짓보도, 물타기 등으로 정권 비호에만 충실해왔지 정부 실정에 대한 비판과 국민의 알권리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KBS가 이처럼 청와대의 나팔수 노릇을 해 왔던 배경은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의 입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되기도 했다. 따라서 수신료 인상에 대한 2기 방통위의 입장은 3기 방통위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음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이에 김재홍 방통위원은 재논의를 제안했으나 최성준 위원장 등 여당 추천 위원들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정식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이처럼 기본 요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KBS와 EBS 사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수신료 인상을 기정사실화 하는 등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수신료를 직접 지불해야 할 국민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일이다. 이에 김재홍 방통위원은 국민의 입장에 서서 수신료 인상을 위한 선행요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KBS 수신료에 대해 가장 면밀하게 검토․분석해야 할 책무를 지닌 방통위 위원들이 ‘법적 근거’ 운운하면서 논의 자체를 거부한 것은 그들 스스로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음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박 의원은 이번 발언에서 합의제 정신을 강조한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이는 방통위의 역할과 합의제 정신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핵심 가치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구성 방법상 여야 추천에 따라 여당 3명, 야당 2명으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어 정파적 요소를 배제하기 어렵다. 합의제 정신은 이러한 정파적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수결의 숫자놀음보다는 위원 전체의 합의를 의사결정의 제일 원칙으로 함을 뜻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송위원들 스스로 정파를 뛰어넘어 건전한 상식과 양심에 입각해 국민에 봉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원이 수신료에 대한 입장을 국민에게 알린 것에 대해 미방위 여당 간사라는 자가 고압적으로 망언을 늘어놓은 것은 국민을 무시한 것이며 소신을 지키려는 방통위원에 대한 협박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비판의 논리로 방통위를 합의제 재판부에 비유한 것은 몰상식에 가까우며, 야당 추천 위원들에게 조용히 들러리나 서라는 모욕적 언사이다.

 우리는 이번 박민식 의원의 망언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정부 여당의 방통위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며 실제로 방통위가 합의제가 아닌 독임제로 운영되고 있음을 반증한 것이라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제라도 방송통신위원회가 합의제 정신을 제대로 살려 야당 추천위원의 의견을 반영해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입장을 재논의하길 촉구한다.

 

 더불어 국회 미방위에 거듭 촉구한다. KBS 수신료 인상을 이야기하기 전에 바로잡아야 할 공영방송의 문제가 얼마나 많은지 짚어보라. 민심을 거스른 채, 준조세 성격을 갖는 수신료 인상을 처리하려는 태도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공영방송의 공정성 붕괴는 우리 사회를 심각하게 망가뜨리고 있다. KBS가 공정성 확보를 위해 구체적 노력을 기울이고, 이를 제도화하기 전에는 수신료 인상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끝>

 

 

2015년 6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