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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연대 논평] ‘보도통제’, ‘언론 협박’ 이완구는 즉각 사퇴하라
등록 2015.02.0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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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보도통제’, ‘언론 협박’ 이완구는 즉각 사퇴하라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자신에 대한 각종 의혹을 취재하는 언론과 기자들을 향해 회유와 협박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내가 간부에게 얘기하면 그 기자는 자신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다.” 이런 끔찍한 말이 총리 후보자의 입에서 나왔다고 한다. 실로 경악을 금할 수 없는 일이다. 이완구 후보자는 국민 앞에 언론통제의 진상을 이실직고하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최근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한창 언론의 검증을 받아야 시기에 총리후보자가 기자들을 따로 모은 것부터 매우 잘못된 일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이 후보자가 쏟아냈다는 말이 가관이다. 이 후보자는 자신이 종편에 전화를 걸어 부동산투기 의혹 보도를 막았다고 자랑을 했다. 몇몇 언론사 간부와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간부에게 얘기하면 언론사에서 그 기자는 클 수도 있고 자신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으며 언제든지 보직을 바꿀 수도 있다는 취지의 호언장담도 덧붙였다”고 한다. 


이 발언들을 보면 이 후보자가 왜 아침부터 기자간담회를 열었는지 그 속셈을 알 수 있다. ‘난 힘이 세다. 내 전화 한통이면 종편도 입막음 할 수 있다. 조심해라.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협박을 하려고 기자들을 불러낸 것이다. 이 후보자는 상식적으로 기자들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을 아예 대놓고 함으로써 더욱 위협을 느끼도록 공갈을 쳤다. 아주 파렴치하고 악질적인 작태이다.


이 후보자가 언론사에 압력을 행사해 보도를 막고 있다는 주장이 이미 제기됐었다. 지난 달 31일 KBS <뉴스9>는  이 후보자의 “양도소득세 축소 논란”을 다룬 리포트를 내보냈다. 해당 기사는 곧 삭제됐다. KBS 기자들은 “이 후보 측이 전화를 걸어와 기사가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보도본부장을 움직인 사람이 바로 이완구 후보”라는 주장도 나왔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해당 보도는 금요일(30일)에 예정된 아이템이었으나 주목도가 떨어지는 토요일로 방송이 미뤄졌다. 이 후보자의 삼청교육대 관련 활동에 대한 리포트도 보도국에 묶여있다. 이완구 후보자의 ‘압력행사’ 때문이라는 게 기자들의 증언이다.


<조선일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2일 <8년간 안 나오던 건축허가, 이완구 후보자 매입 두 달 만에 나와>라는 단독기사를 내보냈다. “(이전 8년간) 건축허가가 잇따라 반려됐을 뿐만 아니라 (당시) 정부와 성남시가 보전녹지지역에 대한 주택 건설 규제 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이 후보자가 토지를 매입한 지 두 달여 만에 허가가 나왔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이 후보자가 로비를 통해 건축허가가 떨어질 가능성을 사전에 입수하고 토지 매입에 나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기사 역시 곧 삭제됐다. 아무 문제없는 기사들이 왜 자꾸 삭제되는지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이완구 후보자의 실토로 ‘기사 삭제 사태’의 비밀이 밝혀졌다. 이 후보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회유’하고, 때론 ‘협박’을 가해 기사를 내렸던 것이다. 우리는 이런 반민주적, 반언론적 보도통제 행위가 2015년에, 그것도 총리후보자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한편으로 이런 사람을 민심을 달래는 ‘회심의 카드’라고 국민 앞에 내놓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무능’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체 언제까지 국민들을 능멸하려는 것인가?


이 후보자는 스스로를 ‘준비된 총리’로 포장해왔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해명 자판기’가 아니라 ‘의혹자판기’였다. ‘부동산투기’, ‘병역기피’, ‘국보위 삼청교육대 활동’, ‘황제특강’까지 의혹이 자판기마냥 쏟아지고 있다. 더는 해명할 방도가 없어 언론을 협박하고 나선 것인가? 이 후보자는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다고 해서 진실이 사라지지 않는다.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언론의 기본책무이고, 언론의 감시 기능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이완구 후보자는 이런 민주적 기본질서를 송두리째 부정했다.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했다. 이완구는 민주주의를 파괴한 범죄자다. 길 게 말할 것 없다. 이완구 후보자는 즉각 사퇴하라!



2015년 2월 6일

언론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