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3기 방송통신위원회 파행 출범에 대한 논평(2014.4.10)
등록 2014.04.1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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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국회를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가

 

 

3기 방송통신위원회 출범이 지체되고 있다. 청와대는 10일 고삼석 방통위원 내정자를 제외하고 최성준 방통위원장, 허원재, 김재홍, 이기주 상임위원에 대해 임명장을 수여했다. 하지만 김재홍 위원은 고삼석 내정자가 임명되기 전까지는 상임위 전체회의 출석을 거부하고 의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렇지 않아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이동통신 불법보조금, 개인정보 보호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3기 방통위는 정상적인 출범을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면 위원 5인 중 2명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3명은 국회에서 추천하여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국회가 추천한 사람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은 형식적인 절차의 행위이지 실질적 인사의 권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함께 결정한 고삼석 내정자를 대통령이 법제처의 법해석을 이유로 임명을 미루고 있는 것은 명백히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배한 행위이다. 

이미 국회 의사과에서 고삼석 내정자에 대해 자격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 소수자 보호라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국회 추천을 법률로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입법조사처는 교섭단체 등이 의결한 상황이므로 “해석의 여지가 있을 때에는 추천당사자인 국회의 해석이 우선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법제처는 국회, 감사원, 헌법재판소 등 헌법기관의 법령에 대해서는 유권해석의 권한조차 없다. 따라서 이번 방통위원 자격에 대한 법제처의 법적 판단은 그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에 앞서 방통위가 고삼석 내정자에 대한 법제처의 해석을 이유로 국회 결정을 무시하고 국회에 상임위원 재추천을 요구한 행위는 국회를 행정부의 시녀로밖에 인식하고 있지 않은 매우 위험한 발상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가 이처럼 능멸당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회도 반성해야 한다. 그것은 그동안 국회가 행정부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고 지나치게 정파적 이해에 얽매여 행동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2009년 미디어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일사부재의 원칙, 대리투표 등 입법사상 초유의 불법을 저질렀고 2차례에 걸친 위헌심판 청구에서 국회의원의 심의의결권이 침해됐다는 헌재의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뭉개며 국회 스스로 입법절차의 오류를 지금까지 시정하지 않고 있는 것 등이 국회의 권위를 실추시켜 온 것이다. 

 

대통령은 방통위가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고삼석 내정자를 임명해야 한다. 방통위는 국회를 무시한 이번 월권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더 이상 이러한 모욕을 당하지 않도록 스스로 과거의 행적을 반성하고 정파적 이익을 떠나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회복함으로써 입법부의 권위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끝>

 

 

2014년 4월 10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