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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문화일보 등의 ‘반올림 휴가, 절박함 없는 대리 농성’ 비판 보도에 대한 논평(2016.07.15)
등록 2016.07.15 10:27
조회 1411

문화일보․서울경제․파이낸셜뉴스
반올림 피서에 ‘대리 농성’ 운운하다니 삼성 찌라시인가?

 


 

반올림 비판 기사 홈페이지 갈무리


문화일보와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의 휴가에 대해서 ‘절박함 없는 대리 농성’이라는 뜬금없는 비난기사를 내놨다. 반올림은 지난 12일, ‘인권재단 사람’의 지원으로 1박 2일 속초에 휴가를 다녀왔다.


이에 대해 문화일보는 <280일째? ‘대리 노숙농성’ 시켜놓고 피서 다녀온 ‘반올림’>(7/12)에서 “직업병 문제의 절박함을 외치면서도 농성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피서를 다녀왔다”면서 이는 “‘전문 시위꾼’이라는 점을 자인한 꼴”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이어서 “평소에도 당번제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면서 “다른 단체의 활동가 또는 농성장 지킴이로 불리는 사람들이 돌아가며 대신 자리를 채워”줬고, “반올림 소속 활동가들은 며칠 건너 한 번씩 농성장을 찾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농성장 자리가 건축법상 ‘공개공지’”라면서 “적재물을 쌓아둘 수 없으며, 울타리와 같은 물건도 세울 수 없고, 문화행사를 열더라도 60일을 넘겨선 안 된다”는 삼성전자 측의 주장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같은 날 서울경제도 <대리 노숙농성 시키고 휴가… 반올림의 이상한 농성>(7/12)이라는 기사에서 반올림이 “매일 노숙농성 날짜를 세고 이를 외부에 알리면서도, 정작 일정 기간은 쉬고, 심지어 남에게 대리 농성을 맡긴”것은 “시민운동단체의 행동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뉴스도 <대리 농성 시키고 피서...일상이 된 반올림의 농성>(7/12)이라는 기사에서 반올림이 "집회를 '대리인'들에게 맡기는 이른 바 '대리 농성'을" 했다면서 그 "이유가 바닷가로 1박2일 피서를 다녀오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뒷말을 낳고 있다"고 한 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직업병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며 시작된 농성이 절박함은 사라지고 이제 피서를 갈 정도로 ‘일상’이 된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은 ‘노동자 건강권 쟁취’라는, 반올림 투쟁이 지닌 사회적 함의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의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시작된 반올림 투쟁은 이제는 반도체 산업, 전자산업 전반의 노동안전 확보, 즉 ‘건강하게 일할 권리’ 쟁취를 위한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올림이 삼성을 향해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 예방을 끊임없이 요구해 온 것도 이 때문이며, 이들의 투쟁에 수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연대와 지지의 뜻을 보이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이들 신문들이 비아냥거리면서 보도한 이른바 “대리노숙농성”은 남몰래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지난 280여 일 동안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던 공개적인 연대활동이다.


반올림의 카페(https://cafe.daum.net/samsunglabor)에는 공지사항으로 “강남역 8 번출구 (주로) 매일 저녁 6시”에 각 연대 단체나 개인들이 자발적 발언자로 참여하는 “이어 말하기 일정”이 게시되고 있고, 연대요청 란에는 “아침/점심 저녁 도시락 연대를 기다립니다. 따뜻한 한끼를 나눠 주세요. 농성장 낮 지킴이가 가능한 단체 개인을 기다립니다. 강남 5성급 호텔농성장에 함께 투숙하실 분들 기다립니다. 예약 접수”로 연대를 공개 요청하고 있다.


게다가 반올림 카페에는 이들 신문들이 폄훼한 ‘속초 피서 사진’도 공개적으로 게재되어 있다. 그 사진 속에는 속초 인근, 강릉이 고향인 고 황유미 씨 부친인 황상기 씨는 물론이고,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인 한혜경 씨와 그를 부축하고 서 있는 어머니 김시녀 씨 얼굴도 보인다. 이런 내용의 카페 게재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았다면, 또 그들이 정상적인 심성을 가진 언론인이라면 과연 이런 악의적 기사를 낼 수 있었을까? 직업병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과 대가없이 연대하는 인권활동가들이 고난과 눈물 속에서도 모처럼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아름다운 “미담사례”로 그려야 할 것을 어떻게 이런 식의 폄훼로 그내낼 수 있을까.


특히 그 피서가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운영되는 ‘인권재단 사람’이 너무 열악한 여건 속에서 밤낮없이 고생하는 인권활동가들의 휴식과 재충전을 위해 마련한 <인권활동가 “쉼”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임을 알았다면 도저히 저렇게 폄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기사 어디를 보아도 취재기자가 반올림 측이나 인권재단 사람 측의 반론을 확인 취재한 흔적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한편 이들 3개 신문의 보도내용과 극우 인터넷언론인 데일리안, 뉴데일리의 보도 내용을 비교 검토해 보면, 너무나 천편일률적으로 닮아 있다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데일리안 <기자의 눈/잘못된 수단으로 목표를 잃어버린 반올림>(7/12)은 “돌려막기식 농성은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고, 뉴데일리 <“대리인 세우고 바다로 놀러간 ‘반올림’ 논란”>(7/12)도 “놀 거 다 놀면서 벌이는 집회”라고 비아냥거렸다. 이는 거의 삼성그룹이 청부한 기사가 아닌가? 라고 의심받을 수준이다. 

 

삼성은 지난해 7월 별도의 공익법인을 만들고 여기서 정한 기준에 따라 보상하도록 권고한 조정위원회(삼성이 스스로 직업병피해자들과 합의해 만든 기구임)의 안을 따르지 않고 사내 기금을 조성해 보상을 진행한 뒤, 그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 ‘비밀을 유지하라’는 식의 확약서를 받았다. 사과 역시 권오현 대표이사 이름으로 된 사과문을 개별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그쳤다.


그런데 문화일보와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는 이런 진정성 없는 삼성의 일방적 행보에 대한 비판이나 지적은 없이 반올림이 ‘대리투쟁’을 맡기고 ‘놀고 왔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집회는 사전적으로도 “다수인이 일정한 공동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모이는 것을 의미한다. 시위 역시 “많은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의사를 표시”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취지에 동의하는 그 누구라도 집회와 시위에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300일이 다 되어가는 반올림 집회에서 주최 측의 ‘출석률’을 따지는 것은 치졸할 뿐 아니라 뜬금없다.


대체 이들 3개 언론이 그동안 반올림 운동에 대한 의미를 짚어보기나 했나? 만약 주최 측 출석률이 높았다면, 이들 언론은 반올림의 ‘진정성을 인정했을 것인가? 이 같은 반올림 휴가에 대한 비난 보도는 반올림 투쟁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을 뿐 아니라 투쟁에 있어서의 연대 행보를 무시하는 것이며, 동시에 삼성 측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것이다. 언론이 아니라 “삼성 사보” 또는 “삼성 찌라시” 수준임을 자처한 문화일보와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는 이 같은 왜곡 보도에 대해 즉각 반올림에 사과하라. <끝>

 

 

2016.07.15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