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논평]SBS의 삼성 관련 보도 재편집에 관한 논평(2015.7.11)
등록 2015.07.1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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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눈치보며 기자의 노고 짓밟은

SBS 보도국장은 책임지고 사퇴하라
 

 SBS 보도국이 삼성이라는 대자본 권력에 굴복하여 보도를 스스로 왜곡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7월 3일 SBS <치료 책임진다더니…결국 다른 병원에>(7/3, 4번째, 남주현 기자)는 삼성서울병원이 환자 12명을 타 병원으로 이송했음을 보도했다. 앵커는 이를 두고 “약속이 번복됐다”, “별도의 음압 병상이 없는데다 방호복까지 입은 의료진 감염이 잇따르자 결국 백기를 들고 만 셈”이라고 꼬집었다. 메르스 확산에 있어 삼성서울병원의 책임을 인정하고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공언한 6월 2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보도 어디에도 사실이 아닌 내용이 담기지 않은 훌륭한 보도였다.

 그런데 당일 생방송 보도 이후 SBS 공식 홈페이지에는 원래 보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재편집되어 올라갔다. 제목부터 <치료 책임진다더니…결국 다른 병원에>가 아니라 <‘메르스 환자’ 다른 병원으로 이송>으로 삼성의 책임을 느낄 수 없도록 바뀌었다. 앵커 뒤편에 배경으로 쓰였던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과 백기를 등장시킨 이미지도 삭제되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약속이 번복되었다는 지적도 사라졌다. 게다가 앵커멘트에서 이송된 환자 수도 정확한 숫자인 “12명”에서 애매한 “10여 명”으로 축소시켰다. 사실에 근거해 적절하게 취재한 SBS 기자의 보도가 SBS 보도국에 의해 누더기가 된 것이다. 그것도 7월 3일 보도 이후 바로 재편집된 내용을 홈페이지에 업로드해놓고, 다음날에서야 취재한 기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도저히 정상적인 보도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누구나 삼성의 외압이 있지 않았겠냐는 의심을 한다. 특히 SBS 전 보도본부 부국장이 2년 전 삼성전자 홍보담당 전무로 영입된 바 있다는 점에서 SBS 보도국에 부적절한 영향력이 행사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SBS 방문신 보도국장은 오로지 자신의 판단으로 보도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방 보도국장은 “이재용 책임을 직접 묻는 형식으로 그 날 상황을 요약하는 것은 과잉보도라고 판단했다”, “제3자들이 ‘SBS가 이 부회장을 직접 겨냥한 의도가 뭘까?’라는 억측 또는 잘못된 메시지로 전파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외압설을 일축했다. 실로 어불성설의 발뺌에 불과하다.  

 

 방송사 뉴스를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것은 하나의 기록으로 정확한 명분과 근거, 절차도 없이 함부로 수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번 SBS의 삼성 보도 사후 재편집은 멀쩡한 보도를 난도질하면서까지 삼성을 비호한 것이다. 그것이 삼성의 외압에 의해서인지 SBS 보도국장 스스로 알아서 삼성의 눈치를 본 것이든 이번 사안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15년 6월의 좋은 방송보도’로 삼성서울병원 확진 의사를 은폐한 의혹을 취재한 SBS 보도 8건을 선정하고자 했다. 그러나 선정위원회는 최종 발표 직전에 이번 삼성 관련 보도 누더기 재편집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결정을 번복할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진실을 알리기 위한 기자들의 노고가 보도국장의 황당하고 비굴한 태도로 인해 가치를 잃게 된 것이다. 우리는 보도국의 수장이 자본 권력에 몸을 사리고, 그 결과 일선 기자들의 충실한 보도를 짓밟은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 이런 정도라면 SBS보도국장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 또한 SBS 보도국은 해당 보도를 원상태로 돌려놓고 이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발표하고 시청자에 사과하라. <끝>

 

 

2015년 7월 1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