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역사저널 그날> 불방에 대한 논평(2013.10.23)
등록 2013.10.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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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역사저널 그날>을 원 내용대로 즉각 방송하라
 
 
KBS가 또다시 제작‧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KBS는 오는 26일 가을개편에 맞춰 첫 선을 보일 예정이었던 <역사저널 그날>의 패널 중 주진오 상명대 교수를 문제 삼았다. 그리고는 이미 녹화까지 마친 방송을 끝내 불방 처리시켰다. 또한 22일로 예정되어 있던 2회분 제작 중단과 아이템과 패널을 교체해 1회분을 재녹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패널을 문제 삼아 불방시킨 KBS 경영진의 패악은 지난 정권 시절 일어났던 ‘KBS 블랙리스트’ 파문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KBS사측은 역사학자인 주 교수가 뉴라이트 한국사 교과서의 역사왜곡에 비판적인 활동을 벌이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는 점, 그리고 최근 뉴라이트 한국사 교과서 관련 토론회에서 “베트남에서 양민학살이 있었다”고 말해 고엽제 전우회로부터 항의를 받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제작진에 따르면 1회 방송분을 ‘고종, 흥선대원군, 명성황후’와 관련한 아이템으로 정하고, 적절한 역사학자를 물색하기 위해 많은 역사학자와 접촉하던 중 주 교수가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는 추천을 받아 패널로 섭외했고, 국장을 비롯한 간부들도 아무런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구나 KBS사측은 지난 17일 가을개편 설명회 자료집을 통해 <역사저널 그날>에 주 교수가 패널로 출연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기까지 했다. 그러고도 주 교수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등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펼치며 주 교수를 찍어내려 하는 것은 줏대 없는 정권 하수인이 피할 수 없는 자가당착의 블랙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한국사 교과서 논란의 진짜 중심인물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한 공주대 이명희 교수이다. 얼마나 교학사 교과서에 문제가 많으면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교사들이 자신을 이름을 빼달라는 요구까지 한단 말인가. 이런 상황을 모를리 없는 KBS사측이 마치 주 교수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 인양 왜곡하면서 무리하게 방송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은 윗선 혹은 외압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KBS 길환영 사장과 사측에게 경고한다. 제작·편성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송법의 정신에 따라, <역사저널 그날>을 원래 기획에 따라 제작된 내용 그대로 일절 변경 없이 즉각 방송하고, 국민과 시청자에게 사과하라. 정권에 비판적이고 입바른 소리를 하는 출연자들을 찍어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반민주적인 저널리즘 파괴의 책동을 반성하고, 당장 멈추라. 국민들의 눈과 심판을 두려워하라. <끝>
 
 
2013년 10월 23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