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문창극 동영상 보도에 대한 ‘왜곡 보도’ 우기기에 대한 논평(2014.6.25)
등록 2014.06.2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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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를 ‘왜곡 보도’라며 극단적 공세 나선 수구언론 

 

 

문창극 총리 내정자의 사퇴와 함께 2주 동안 펼쳐진 문창극 주연의 ‘막장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구 족벌언론들이 일제히 ‘KBS때리기’에 나서면서 ‘막장 드라마’ 2막이 예고되고 있다. 족벌언론들의 ‘KBS때리기’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추정된다. ‘박근혜 구하기’와 문창극 씨 못지않은 문제투성이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보호막 치기’가 그것이다. 

 

지난 11일, KBS <뉴스9>는 문 씨가 교회 강연에서 한 막말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다. “조선 민족은 게으르다”, “남북분단은 하느님의 뜻”, “제주 4·3은 공산주의자들의 폭동” 등 문 씨의 망언들이 KBS보도를 통해 방송되자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고 여당의 일부 의원들까지 문 씨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문 씨 내정 초기에 조선과 동아는 “좀 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모호한 태도를 취했지만 중앙일보는 자사 출신 총리 후보자 문 씨를 두둔하고 나섰다. 족벌언론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6월 14일 중앙일보는 <사설/문 총리후보자의 역사관 논란, 청문회 통해 가려야>에서 “일부 언론의 편향된 보도만으로 총리의 자질을 예단하거나,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에 나서는 것은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 총리 인사청문권과 인준권을 훼손하는 것이다”며 문 씨에 대한 역사관과 민족관은 “청문회에서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씨가 아무리 자사 출신이라 하더라도 국회의 인사청문권 운운하면서 총리 내정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을 비난한 것은 언론의 기본 사명을 망각한 것이며 언론이기를 포기한 모습이다. 이는 2001년 홍석현 회장이 탈세혐의로 조사받을 때 검찰청에 도열해 “사장님 힘내세요”했던 기자들의 조폭적 행태를 떠오르게 한다. 

6월 20일 MBC는 편성이 확정된 예능 프로그램을 결방까지 하면서 <긴급대담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이라는 토론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해 문 씨 옹호에 나섰다. MBC는 밤 9시 50분부터 150분 분량의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무려 40여 분에 달하는 문 씨 강연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사회를 맡은 김상운 MBC 논설실장은 토론 모두에 “언론에 보도된 것은 일부 발췌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했다. 하지만 총리실 사이트 등 인터넷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40여분의 동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토론프로에서 보여 준 것은 토론프로인지 문 씨 홍보프로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지금까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토론진행 방식이며, 엄청난 전파낭비임이 분명하다. 

MBC의 긴급토론회를 계기로 중앙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대한언론인회’ 성명서를 인용한 중앙일보 21일 <“강연 내용 거두절미 편파·왜곡…보도 책임자 문책해야”>, 같은 날 TV조선 <주말뉴스 토>의 홍성걸 국민대학교 교수의 대담, TV조선 22일 <뉴스9> 김명우 앵커의 ‘KBS 보도 인용을 반성’한다는 발언, 동아일보 23일 <김순덕 칼럼/‘광우병 선동’ 뺨치는 KBS 보도>, 이인호 서울대 교수 인용한 조선일보 24일 <“문창극 청문회 반드시 열어야” 보수인사 1만여 명 온라인 서명>, 같은 날 월주 스님의 ‘청문회 촉구’발언을 부각한 중앙과 조선의 기사 등 보수언론들은 하나같이 KBS에 몰두했다. 

특히 중앙일보의 보도는 가관이었다. 24일 <사설/KBS 문창극 보도, 저널리즘 기본 원칙 지켰는가>에서 “KBS가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며 점잖게 훈계하는가 싶더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공정성과 객관성에 입각해 KBS 보도를 심의해달라는 요청을 하며 끝을 맺었다. 그리고 문 씨 사퇴 다음날인 오늘(25일) 급기야 <“국민 눈·귀 속인 중대 범죄…KBS는 개조 대상>에서 ‘국정감사’까지 들먹이며 KBS 보도를 ‘마녀사냥’, ‘중대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보수언론에서 나타난 비판의 핵심은 KBS보도가 전체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거두절미하고 문제 발언만 발췌한 편파 왜곡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악질적인 진영의 논리도 나타나 있다. “KBS는 현재 사장이 공석인 리더십의 혼돈 상태”라는 중앙일보 21일 <“강연 내용 거두절미 편파·왜곡…보도 책임자 문책해야”>, “지금 상태는 이명박 정부 초기 광우병 사태와 대단히 유사하다”는 홍성걸 국민대 교수의 주장을 담은 TV조선 21일 <주말뉴스 토>의 홍성걸 대담, “정연주 사장 시절 뿌려놓은 씨가 ‘점령군’으로 되살아나 ‘부역자’ 거세 중이라는 웅성거림이 KBS안에서 나오고 있다”는 동아일보 23일 <김순덕 칼럼> 등은 정치판의 흑색선전에서나 볼 수 있는 악의적인 비난과 저주로 가득차서 차마 언론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어찌되었건 족벌언론들의 ‘문창극 감싸기’는 24일 오전 10시 문 씨의 사퇴 기자회견과 함께 전부 ‘헛발질’이 되었다. 그러나 KBS에 대한 족벌언론들의 공세는 '문창극 사태'를 청문회까지 끌고 가겠다는 단순한 의도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을 터이며 그 배경에는 ‘박근혜 구하기’, 문제투성이의 장관 내정자들 ‘보호하기’ 등의 의도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친일 독재찬양 경력으로 문 씨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박효종 방심위원장을 중심으로 ‘초강력 정치심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문 씨는 그의 동영상에서 조선 말기의 왕 고종이 낡은 사상에 젖어 있었으며 조선민족은 더럽고 게으르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친일파 윤치호의 일기장과 당시 기독교 전파를 위해 조선 땅을 찾았던 한 외국인 목회자의 주장에 국한되어 있으며 그것은 또한 친일행각을 했던 친일파들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동영상에서 나타난 문 씨의 식민적 역사관과 편협한 사고체계를 감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KBS 특종보도는 문 씨 동영상의 맥락을 제대로 짚었다. 비단 그 동영상이 아니더라도 국민들은 문 씨의 칼럼에서 여러 가지 막말과 망언들을 보았고 거기서 총리로서의 자격 여부를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의 자유’와 ‘종교적 특수성’ 운운하며 KBS보도를 ‘악마의 편집’이라고 주장한 보수 지식인들과 족벌언론의 천박한 역사인식과 언론관은 부끄럽고 참담한 우리사회의 민낯이다. 그래서 우리는 KBS를 흔들려는 보수언론과 수구세력들의 준동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끝>  

 
 

2014년 6월 25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