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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 망언에 대한 논평(2015.9.3)
등록 2015.09.0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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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주 이사장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방문진을 떠나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이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에 문재인 의원(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한 발언이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 고영주 이사장은 공개 장소에서 “문재인 후보는 공산주의자”라며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3일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의 보도 자료를 통해 드러난 동영상 사이트에 2014년 1월 4일 자로 게시된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을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고 이사장은 우선 부림사건에 대해 여러 차례 말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9월 공안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불법체포·감금한 뒤 고문으로 자백을 받아 기소한 사건으로 영화 ‘변호인’으로 많은 국민이 알고 있다. 고영주 이사장은 이 사건 당시 수사 검사였다.

 동영상에서 그는 부림사건을 “민주화 운동이 아닌 공산주의 운동이었다”고 확신한다면서 그 근거로 당시 피의자가 “곧 공산주의 사회가 될 텐데, 그러면 우리가 검사님을 심판할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이나 문재인 후보나 부림사건이 공산주의 운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  2013년 1월 4일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발언하는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유투브 참깨방송 화면 갈무리)

 

 

 그러나 이는 부림사건에 대해 지극히 편향적인 주장일 뿐이다. 부림사건은 피의자들은 1983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었다. 1999년 사건 피해자들이 사법부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었다. 그러나 2006년 피해자들이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재항고하였고, 2009년 대법원이 계엄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서만 무죄 선고했다. 이후 2012년 8월 피해자들은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2014년 2월 열린 재심에서 재판부는 반공법 및 국가보안법 위반, 계엄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했다. 그리고 작년 9월 대법원은 재심 확정판결을 해서 역사적으로 부림사건은 조작 사건임이 분명해졌다.

 특히 부림사건 피해자들은 수사 과정에서 대공분실로 끌려가 ‘통닭구이’와 구타 등 고문을 받거나 협박성 회유로 거짓 자백을 했다. 이런 이유로 재판부도 경찰의 불법구금과 자백 강요로 인한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하에서 작성된 검사 피의자 신문조서는 물론, 불법 수사와 영장 없이 확보한 압수물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사건의 담당 수사검사였던 사람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자숙하기는커녕 국민 절반에 가까운 지지를 받은 대통령 후보를 공산주의자로라고 막말한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자신이 노무현 정권하에서 5년 동안 핍박을 받다가 검사직을 그만두었다면서, “문재인은 내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려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정신감정을 해봐야 할 피해망상 수준의 발언이다. 이처럼 억측과 피해망상으로 가득 찬 사람이 과연 공정성과 공공성이 요구되는 공직을 어떻게 수행할지 의심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많은 시민사회와 언론단체들은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에 대해 비상식적이며 반민주적 인사로 공영방송의 이사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심도 있게 논의할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 실천할 것을 약속한다”는 대선 당시의 공약을 저버리고 그를 선임했다. MBC의 공공성과 공영성을 훼손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에게만 충성을 다할 적임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이런 사람을 방문진 이사로 선임해서 이사장이 되게 하는 것인가? 그러나 아무리 공영방송 장악 의지가 커도 지켜야 할 선이 있는 것이다. 이 정도의 막말과 역사인식이라면 고영주 이사장은 방문진 이사직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 고영주 이사장은 지금 당장 자신의 망언에 대해 문재인 대표, 부림사건 피해자, 그리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방문진을 떠나라. 그것만이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끝>

 

 

2015년 9월 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