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검찰의 세계일보 박 기자 우편물 불법 사전개봉 관련 논평 (2014.11.20)
등록 2014.11.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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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언론인 불법사찰, 책임자를 처벌하라!

- 언론의 적극적인 보도와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검찰이 현직 기자의 등기우편물을 임의로 대리 수령하여 불법으로 뜯어본 사실이 드러나 검찰의 언론인 사찰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일보 <기자 우편검열 ‘法 위의 검찰’>(11/18, 조성호 기자) 보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지난 10일 세계일보 박 모 기자를 수취인으로 한 등기우편물을 대리수령 해 운영지원과와 대변인실을 거친 뒤 14일 박 기자에게 전달했다. 박 기자가 우편물을 수령했을 때는 우편물 봉투 하단이 일부 뜯긴 후 셀로판테이프로 다시 붙여진 상태였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이 우편물에는 모 지방검찰청 모 차장검사의 금품수수에 관한 증거물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박 기자는 이전에 취재 대상인 검사의 비위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대검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바 있다. 언론이 자신들의 비리관련 의혹을 취재 중임을 알고 있던 검찰이 자기 식구를 챙길 요량으로 우편물을 통한 상황 파악에 나섰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이 상황에서 나온 검찰의 변명은 기가 막힐 지경이다. 검찰은 우편물 대리수령 및 임의 훼손에 따른 검찰의 언론인 사찰 의혹에 대해 “직원이 등기우편을 대리수령한 뒤 실수로 뜯었다가 다시 봉했다”고 해명한 데 이어 ‘우편법 시행령 43조’를 거론하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의 이러한 행태는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형법 제316조 비밀침해죄에 따르면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또는 도화를 개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검찰은 등기 우편물 겉봉에 수취인 박 모기자의 이름과 소속이 버젓이 명시돼 있음에도 타인의 우편물을 개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보자의 신원과 제보 내용이 노출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우편물의 내용이 검찰의 비리에 대한 증거물인데 이런 우편물을 검찰이 미리 뜯어봤다면,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언론취재에 대한 명백한 사찰행위이다.

 

사실 검찰이 출입기자 앞으로 온 우편물을 뜯어보는 방법으로 언론의 동향을 파악한다는 의혹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세계일보는 <‘언론인 사찰’ 공공연한 비밀…비판기사 쓴 기자 상시 감시>(11/18, 박현준 기자)에서 대검이 올해만 “출입기자실 전체 명의의 우편물 42건, 기자실에 상주하는 기자들 앞으로 직접 온 우편물 8건을” 대리 수령했다고 보도했다. 만에 하나 검찰이 대리수령 과정에서 박 기자의 경우처럼 미리 뜯어보는 방법 등을 이용해 정부나 권력기관에 비판적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의 개인정보 및 취재내용을 파악하려 했다면 이는 실로 심각한 언론자유 침해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법 집행자로서 누구보다 법을 존중하고 지켜야 하는 검찰이 권력을 악용해 불법을 자행한 것이다. 따라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및 책임자에 대한 처벌, 검찰총장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함에도 검찰은 되지도 않는 해명만 내놓고 있다. 만일 대검의 지시 또는 방침에 따라 출입기자의 등기우편물을 사찰한 것이라면 이는 중대범죄이고 지시한 사람도 함께 처벌되어야 마땅하다. 검찰이 관련자와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고 도리어 말도 안 되는 근거를 대며 감싸고 있는 현 상황에 비추어 보면 이는 단순히 담당자 개인의 위법행위 차원을 넘어서 검찰의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위법행위가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10월  ‘카카오톡’ 감청 논란의 후폭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불거진 사찰 논란이라 더욱 충격적이다. 검찰은 우편물 대리 수령 및 불법 훼손 등을 통해 일상적으로 언론인을 불법 사찰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이런 의혹이 불거지는 것만으로도 언론인의 취재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언론인에 대한 검찰의 사찰은 언론 독립성 훼손 및 국민 알권리 침해로 이어져 결국 다양성의 실종과 파시즘의 구현을 가속화하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세계일보의 보도대로 ‘언론인 사찰’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면 이는 검찰의 조직적 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는 검찰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며 국회가 나서서 진상을 밝혀야 할 사안이다. 

 

언론 역시 이 문제를 한 언론사 기자가 겪는 사소한 해프닝으로 처리해서는 안된다. 검찰의 언론인·국민을 대상으로 한 불법 사찰에 대해 제대로 분석·비판보도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말아먹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끝>

 

 

 

2014년 11월 20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