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동훈 검사장 수사해야 ‘검언유착’ 의혹 규명된다
등록 2020.07.2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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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실망 안겨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상식밖’ 결정

한동훈 검사장 수사해야 ‘검언유착’ 의혹 규명된다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7월 24일 검언유착 의혹을 받아온 이동재 채널A 기자에 대해서는 수사 지속과 기소,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서는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이번 판단이 상식적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사로 추가 수사의 불필요성이 입증되거나 당사자의 적극적인 수사 참여, 결정적 증거 확보로 혐의가 없다는 점이 소명되어야 한다.

 

수사심의위원회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러나 수사심의위원회 권고는 매우 섣부른 판단으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한 검사장은 수사에 적극 참여하지도, 충분한 수사도 받지 않았다. 수사팀은 세 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한 검사장은 거부를 반복하다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사흘 전 한 번 출석했다. 그조차도 조서 열람을 하지 않고 귀가해 재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 이 기자와 공모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인 휴대전화는 한 검사장의 비협조로 비밀번호가 풀리지 않았고,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했다.

 

결국 ‘2월 13일 부산 녹취록’ 말고는 별다른 증거가 확보되지 못하고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팀의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녹취록에서 한 검사장의 ‘공모혐의 없음’이 확실하게 밝혀진 것일까. 이번 심의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였던 녹취록에는 공모여부를 추가로 수사해야 할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녹취록을 보면 이 기자는 한 검사장에게 “그때 말씀하셨던 것도 있고 회사에 올려봤어요”, “말씀드렸다시피 신라젠 수사는 수사대로 따라가되 너는 유시민만 좀 찾아라”고 말한다. 녹취록 당일 이전부터 피의자들 간에 사안과 관련한 대화가 오고갔다는 사실을 이 기자가 직접 말하고 있다. 녹취록에서 피의자들의 범죄공모가 사전에 있었는지 수사해야 할 ‘결정적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수사심의위원회는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 불기소를 권고한 것이다.

 

우리는 이번 결과로 수사심의위원회가 목적과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 수사심의위원회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고, 외부통제로 수사를 감시한다는 목적으로 2017년 12월 설치됐다. 수사와 기소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외부기구를 도입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수사심의위원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면 그 목적과 취지가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설치된 기구지만, 국민이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이다. 150명 이상 250명 이하로 구성된 위원 명단은 비공개로 되어 있다. 수사 지속과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수사심의위원회 현안위원회는 명단뿐 아니라 심의 의견과 권고결정 과정도 확인할 수 없다.

 

수사심의위원회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니 실효성을 둘러싼 비판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최근 수사심의위원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사 중단에 이어 한동훈 검사장까지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할 것을 권고했다. 누가, 무슨 의견을 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잇따라 재벌 총수와 검찰총장 최측근 검사장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린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수사심의위원회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검찰권 남용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을 지켜주자고 만든 수사심의위원회가 막강한 재력과 검찰 권력을 가진 특권층을 위한 보호막으로 악용된다면 그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기다렸다는 듯 등장한 ‘부당수사’ 프레임

수사심의위원회 권고 이후 일부 언론은 사안을 정쟁화하며 수사팀의 수사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나왔다.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수사팀을 흔들고, 수사를 무마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이런 시도는 사건 초기 수사 시작 때부터 이어져왔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는 4월 30일 사설 <MBC는 빼고 채널A만 압수수색, 법 집행인가 정치인가>에서 “검찰은 채널A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을 하고 MBC는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이번 수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주도하고 있다”며 수사 편향성을 주장했다. 심지어는 “선거 후에 정권과 정권 편 언론들의 검찰총장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정권의 불법혐의를 덮고 자기들 마음대로 검찰을 부리겠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핵심 피의자 이동재 기자도 7월 2일 조선일보 인터뷰 <채널A기자 “권력‧사기꾼‧MBC 합작, 업그레이드된 김대업 사건”>에서 “답을 정해놓고 수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편파수사를 주장한 바 있다. 수사심의위원회 권고 이후 ‘부당수사’ 프레임을 꺼내들며 밝혀지기 힘든 음모론을 제기해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방해하려는 보도는 앞선 조선일보 보도의 연장선일 뿐이다.

 

한동훈 검사장은 지금까지 소극적인 태도로 수사를 회피해왔다. 오히려 수사심의위원회 권고가 나온 이후에는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친정부 대 반정부’ 진영논리를 끌어들였다. 한 검사장이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진정으로 결백하다면 자신과의 친분을 사칭한 이 기자를 고소해 진상을 밝히거나, 적극 수사에 임해 법과 원칙으로 입증하면 된다.

 

검언유착 의혹에 국민의 관심이 쏠린 이유는 그동안 검찰권력과 언론권력의 유착에 관한 의혹 제기는 계속 있어왔으나 이번 사건처럼 직접 수면으로 드러나 수사대상이 되고 공모관계 실체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경우가 대단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수사심의위원회는 충분한 수사와 명백한 근거도 없이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에게만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결정했다. 수사팀이 수사심의위원회 권고를 그대로 수용한다면 국민적 의혹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수사팀은 검찰과 언론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명백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다.

 

2020년 7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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