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_
[공동기자회견문] 주진우 <시사IN> 기자에 대한 구속 수사는 부당하다(2013.5.14)
등록 2013.09.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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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기자회견문>
 
 

주진우 <시사IN> 기자에 대한 구속 수사는 부당하다
 
 

검찰이 <시사IN> 주진우 기자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2년 12월8일자(273호) 시사IN에 주진우 기자와 김은지 기자가 쓴 <‘친척 간 살인’ 새 의혹, 주검에서 수면제 검출> 기사와 주 기자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방송한 내용, 그리고 외부 출판기념회에서 발언한 내용이 ‘허위사실 공표’와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하기 때문에 구속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단이 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의 고소였다. 박씨가 고소한 위의 내용에 대해 수사하던 검찰은 1) 범죄 혐의가 소명되었다 2) 범죄가 심히 중대하다 3)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높다는 이유를 들어 주 기자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에서 검찰은 “사안이 매우 중하여 높은 선고형이 예상됨에 따라 도주의 우려가 높다고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의 구속수사 요구는 부당하다. 이 고소 건을 비롯한 여러 고소고발 건과 관련해 주 기자는 네 번에 걸쳐서 성실히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문제 삼는 진술거부권 행사는 헌법상 보장된 피의자의 권리다. 이미 네 번이나 소환해 조사해놓고 ‘증거 인멸’을 구실로 삼는 것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해외 취재 중에 일부러 귀국했는데 ‘도주 우려’를 말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최근 주진우 기자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접촉하며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다. 주 기자는 ICIJ 측의 요청을 받고 이와 관련해 확인을 위해 출국하기 위해 검찰에 출국금지 조치에 대한 일시 해제를 요청했다. 그런데 검찰은 오히려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주 기자가 김 기자와 함께 작성했던 기사의 개요는 이렇다. 박근혜-박지만 남매의 5촌 조카인 박용철씨와 박용수씨가 2011년 9월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당시 경찰은 박용수씨가 4촌인 박용철씨를 죽이고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박용수씨가 자살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었다. 이에 두 기자는 의혹을 전하는 기사를 썼다.

두 기자가 의혹을 제기한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자살했다고 밝힌 박용수씨의 위에서 녹지 않은 정장제(설사약) 알약이 발견되었다. 자살을 하기 직전에 설사약을 먹었다는 얘기로, 의심할 근거가 되었다. 그의 목과 팔, 무릎 곳곳에서 긁힌 상처가 나 있었다. 목을 맨 것과는 전혀 다른 상처로 누군가와 몸싸움을 벌인 흔적으로 볼 수 있었다. 본인 필적이 확실하게 확인되지 않은 유서에는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주세요. 절대 땅에 묻지 마세요’라는 내용이 있었다. 경찰이 살해의 증거로 제시한 흉기에서 박씨의 지문이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 사건 현장에서 수거된 담배꽁초에서 자살자도 타살자도 아닌 제3자의 DNA가 검출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5촌간 살인 사건 의혹’은 당시 다른 언론에서도 보도했다. 또한 제1 야당인 민주당이 공개적으로 재수사를 요구했던 사안이다.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는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이기도 하다.

이 사건이 보도된 시점은 19대 대선 보름 전이었다. 검찰은 주 기자가 대선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사실을 왜곡해서 보도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보도할 만한 새로운 증거를 입수했고 대선후보 친·인척과 관련된 문제였기 때문에 보도할 가치는 충분했다. 정상적인 언론사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디든 보도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정당한 의혹 제기를 한 주 기자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며 영장을 청구했다. 공익을 위한 보도를 문제삼아 현직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심각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불구속 수사 원칙이 정착되고 있는 현실과도 역행되는 것이다.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 신청을 두고 ‘권력의 눈치를 본다’ ‘언론의 권력 비판·감시 보도를 위축시키려고 겁박한다’는 세간의 비판을 명심해야 한다.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있어야 할 곳은 검찰의 주장처럼 서울구치소가 아니라 취재현장이다. 잘잘못은 법정에서 가리면 될 일이다.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2013년 5월14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