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_
[기자회견문]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실태조사 촉구 언론시민단체 기자회견 (2015.03.17)
등록 2015.03.17 14:27
조회 676

 

[기자회견문]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간접고용·비정규직 파업’

미래부와 방통위가 책임져라

 

 

2014년은 유료방송 비정규직 투쟁의 해였다. 유료방송 현장 곳곳에서 노동자 투쟁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티브로드에서 시작해 씨앤앰으로 장기투쟁이 이어졌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투쟁은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오늘(3월17일)로 SK브로드밴드 총파업 118일, 노숙농성 149일째, LG유플러스 총파업 121일, 노숙농성 179일째, 그리고 강세웅, 장연의 두 노동자가 20미터 광고탑에 올라간 지 40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유료방송 비정규직 대투쟁은 오래 누적된 구조적 모순이 분출된 것이다. 바로 ‘외주화’, ‘다단계 하도급’이 원인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최고 실적을 올렸다. IPTV가 효자 노릇을 했다. IPTV 가입자와 매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반대로 비정규직 처우는 더욱 악화됐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확산·고착화됐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상시적 고용불안, 저임금-장시간노동, 각종 경비의 차감, 산재 위험 등 살인적인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재벌대기업이 비정규직을 쥐어짜서 실컷 배를 채운 것이다. 

 

유료방송 현장의 노동현실이 이런데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은 방송의 근간이 되는 설치·보수·유지업무를 맡고 있는 기사들이다. 이 기사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전봇대에 매달리고, 아파트 옥상을 오르내리며 시청자가 안방에서 TV를 볼 수 있게 해준다. 우리나라는 전체 시청자의 90%가 유료방송 가입자로, 이들이 거의 모든 시청자의 서비스를 담당하는 셈이다. 이렇게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이 차가운 길바닥에 앉아 명절을 보내고, 저 높은 광고탑에 올라 겨울을 나고 있는데도 방송의 공공성을 책임져야 할 미래부와 방통위, 그 누구도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통신3사 CEO부터 만났다. 그 후로도 지상파방송사, 종편 사장, 케이블협회 및 SO대표들과 줄줄이 간담회를 가졌다. 사업자 만날 시간은 있어도 농성장 한번 찾을 여유는 없는 모양이다.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방송통신위원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IPTV, 즉 방송사업자다. 방송은 일반 재화나 서비스보다 훨씬 강한 공공성이 요구된다. 방송사는 공적책임을 수행해야 할 의무가 누구보다 크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지금처럼 비정규직 양산에 앞장서는 것은 방송사의 공적책무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다. 

 

IPTV는 유료방송 플랫폼이다. 콘텐츠의 공익성이 우선하는 지상파방송사나 PP와 달리 유료 플랫폼에 특히 강조되는 책무는 두 가지다.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가입자인 시청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일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폐기해야할 가입자 정보를 장기간 창고에 보관하고, 불법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한 사실이 밝혀져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또 하나의 책무는 시청자에게 안정적인 방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안정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핵심 업무인 가입·설치·유지·보수 업무를 통째로 외주화해 버렸다. 시청자가 서비스에 불만이 있어도 ‘진짜 사장’에게 책임을 묻을 수 없는 비정상적인 구조다. 유료방송의 제1역무를 담당하는 핵심 인력들이 다단계 하도급 구조 하에 이중 삼중의 착취를 당하는 상황에서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청자는 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설명, 서비스의 적절성에 대한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없게 되고, 설치 및 AS 품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적압박은 불필요한 상품가입을 초래한다. 다단계 하도급은 시청자의 권리를 훼손한다.

 

따라서 유료방송의 다단계 하도급 문제는 유료방송의 공공성을 구현하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제1의 과제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하루 빨리 나서야 한다. 장기화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 미래부와 방통위가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실태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실태조사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 유료방송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참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면 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유료방송 시장의 다단계 하도급과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실태조사는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가 정부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조치이다.    

 

 IPTV를 비롯한 유료방송의 공공성을 구현하고, 시청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하고, 상시 업무를 직접고용·정규직화해야 한다. 언론시민단체들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승리를 위해 함께 싸울 것이다. 여러분의 싸움은 방송공공성 투쟁이다. 강세웅, 장연의 두 노동자가 무사히 내려오는 그 순간까지 연대하고 투쟁할 것을 굳게 약속한다.

 

 

2015년 3월 17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독립포럼,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광장,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자유언론실천재단, 전국언론노동조합, 희망연대노동조합,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