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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KBS 이인호 이사장 사퇴 촉구 역사·언론단체 공동 기자회견(2014.9.30)
등록 2014.09.3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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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인호 이사장 사퇴 촉구 역사·언론단체 공동 기자회견]

 

친일·독재를 비호하고 헌법정신을 유린하는 

이인호 KBS 이사장은 즉각 사퇴하라!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이 낙하산 인사를 강행한 이인호 KBS 이사장의 친일·독재 비호발언이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인호 씨는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했으며 김영삼 ・김대중 정권 시기에 각각 핀란드대사와 러시아대사를 역임하여 한때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합리적인 학자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에 가담한 이후의 언동을 보면, 도저히 제대로 역사연구를 한 학자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최근 KBS 이사장이 된 뒤에 내놓은 일련의 발언들은 국가차원에서 진행된 친일청산작업을 근본에서 부정하면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냉전 시대로 돌리려는 망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인호 씨는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한국 근·현대사의 왜곡에 앞장서던 뉴라이트의 선봉으로 활약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박근혜 정권에서는 역사왜곡에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을 요구할 정도의 위상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다룬 <백년전쟁>에 대해,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라고 대통령에게 고자질함으로써 이승만 양자에 의해 시작된 명예훼손소송을 공안사건으로 비화시키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였다. KBS 이사장 자리는 그동안 벌여온 역사왜곡에 대한 보상이자 앞으로 있을 더 큰 역사 왜곡을 위한 교두보인 것이다. 실제로 작년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사태나 올해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 전환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박근혜 정권은 한국 근·현대사 인식체계를 친일과 독재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려는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 이인호 씨의 KBS 이사장 낙하산 인사는 교육 부문에서 시작된 박근혜정권의 역사 왜곡을 언론부문으로까지 확대하려는 징표라 하겠다.

 

이인호 씨는 몇 년 전부터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데 온힘을 기울여왔다. 이승만은 일제강점기에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었지만 임시의정원에서 사실상의 탄핵을 받았고 해방 후에는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1인 영구 독재체제를 구축하려다가 4월혁명에 의해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났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헌법 전문에는 대한민국은 ‘3.1독립운동의 전통’과 ‘4·19 민주주의 이념’을 계승한다고 분명히 적혀 있다. 그런데도 독재자 이승만을 복권시켜야 한다는 이인호 씨의 주장은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쿠데타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인호 씨의 역사왜곡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들어서는 일제의 식민통치를 미화하고 친일파를 복권시키려는 행태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식민통치와 친일세력을 미화하는 반면 독립운동을 왜곡 폄하해 문제가 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그는 “교육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는 없다”고 적극 비호하는 발언을 하고는 실제로 교학사 교과서 구하기 운동을 주도하였다. 이인호 씨는 그것도 모자라 식민통치를 미화하는 발언을 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를 ‘애국자’라며 적극 감싸기도 하였다. 식민통치 미화가 애국이라면 식민지배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들은 매국 행위를 했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지하에 계신 선열들이 피눈물을 흘릴 일이다. 

 

특히 이인호 씨의 식민통치와 친일파옹호 망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이인호 씨의 조부 이명세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정한 1006명의 이름에 올라 있는 대표적인 친일반민족행위자이다. 물론 민주주의 사회에서 연좌제란 있을 수 없으며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손녀라고 사회 활동에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조상의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해 반성은커녕 오히려 가문의 명예를 지킨답시고 미화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인호 씨는 KBS 이사장으로 선출된 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부는) 유학의 세를 늘려가기 위해 일제 통치 체제하에서 타협하면서 사신 것이다.…그런 식으로 친일을 단죄하면 일제시대 중산층은 다 친일파다”라는 망언을 했다. 해방 이후 친일파가 들고 나온 ‘전 민족 공범론’이라는 케케묵은 변명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국가기구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적시한 사람은 단순히 일시적으로 일제와 ‘타협’한 부류가 아니다. 그들은 나라와 민족을 팔아먹은 대가로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고 일제가 벌인 침략 전쟁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인권과 평화에 반하는 전쟁범죄를 저지른 자들이다. 이들에 대한 비호는 목숨을 내놓고 항일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자 독립운동정신을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기본적인 가치로 인정하고 있는 헌법을 무시한 것이다. 

 

이인호 씨는 지난 23일 전경련 주최로 열린 <우리 역사 바로 보기-‘진짜 대한민국을 말하다’> 강연회에서 한국의 친일 청산이 ‘소련의 지령’에 따른 것이라는 충격적인 망언까지 내뱉었다. 친일잔재청산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 진영에서 일관되게 주장한 것이었다. 그리고 해방 이후에도 모든 정치 세력과 온 국민이 친일 청산을  국가의 선결 과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제헌헌법 101조에 “국회는 악질적인 반민족적인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반민특위가 해체된 지 꼭 60년만인 2009년, 여야 합의에 의해 설립된 ‘친일진상규명위원회’가 국가차원의 친일 청산 작업을 완수한 것도 온 국민의 뜨거운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인호 씨의 논리대로 한다면 친일파 청산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모두 소련의 주구가 되고 만다.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 제헌국회의원, 뒤늦게 친일 청산을 위한 두 개의 특별법을 제정할 당시의 여야 국회의원, 그리고 거기에 찬성한 국민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민족의 과제인 친일 청산을 단순히 ‘공산주의자들의 분열 책동’으로 깎아내리려는 명백한 역사왜곡이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할 헌법적 의무를 지고 있다. 국민 모두에 대한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인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실제로 김기춘 현 청와대 비서실장은, 2004년 ‘국법질서 문란’ 등을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바 있다. 친일 독재를 미화함으로써 대한민국 헌법정신을 유린하고 있는 이인호 씨는 KBS 이사장 자리에서 당장 물러나야 한다. 아니면 취임에 즈음하여,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하겠다’고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 대통령이 나서서 해임시켜야 한다. 박근혜정권이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이인호 KBS 이사장을 계속 감싸고돈다면 조만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2014년 9월 30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역사정의실천연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방송독립포럼,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전국언론노동조합,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