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_
[언론연대 논평] 씨앤앰은 비열한 술책을 중단하라
등록 2014.12.0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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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앤앰은 비열한 술책을 중단하라

- 해고자 ‘원직’ 복직을 촉구한다 -



109명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씨앤앰 사측이 간교한 술책으로 노동자를 농락하고 있다. 씨앤앰은 어제 “신설 협력업체를 통해 해고자 109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제안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여러 언론들이 ‘씨앤앰이 해고자 전원에게 정규직 채용을 제안했다’는 제목을 달아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씨앤앰의 제안은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


 씨앤앰측은 마치 협력업체를 신설하여 해고자들을 직접 채용할 것처럼 꾸몄다. 보도자료에는 “씨앤앰은 영업과 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새로운 협력업체를 신설함으로써 신규 채용의 기반을 마련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미디어스>의 보도에 따르면, 씨앤앰은 협력업체를 신설할 계획이 없으며, 본사직영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협력업체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에 대해 씨앤앰 측은 “고용 미승계자들이 직접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해고자들이 스스로 외주업체를 만들라는 얘기다. 


“정규직 채용 제안”이란 말도 기만적이다. 정규직이라면 해고자들이 씨앤앰 직원이 된다는 말인가? 아니다. 하청업체에 채용되는 것이다. 하청업체는 해마다 원청과 재계약을 해야 한다. 재계약이 안 되면 노동자들은 또 다시 거리로 내몰린다. 씨앤앰 측이 제안한 것은 허울만 정규직일 뿐, 사실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일 뿐이다. 


씨앤앰 측이 장문에 걸쳐 설명한 급여조건도 허황된 미사여구이긴 마찬가지다. 씨앤앰은 “신규 협력업체 정규직 채용 인력은 일반 외주업체 근로자 업무량의 2/3(40건)만 처리해도 실질소득이 유사”하며 “일반업체 업무량과 같은 건(60건)을 처리할 경우 36% 높은 소득을 얻게 된다”고 밝혔다. 이런 설명은 일단, 하청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협력업체의 노사문제라며 발뺌을 하던 기존 입장과 어긋나는 것이다. 외주의 외양을 쓰고 있지만, 결국 성과급 형태의 임금체계와 근로조건은 씨앤앰 본사가 결정해왔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일이다. 그런데 씨앤앰은 여전히 협력업체의 임단협, 구조개편, 급여 보전 및 위로금 문제 등에 대하여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소득을 보장할 것 같은 제시안 역시 “협력업체 문제”라고 말을 바꾸는 순간 공문구가 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씨앤앰은 원직 복직을 수용하지 않고, 기술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영업 업무를 하라고 제안했다. 현재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은 설치와 AS, 철거, 내근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에게 영업 및 설치 전문회사에 들어가라고 강요한 건 노동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원청의 영업압박이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은 불문가지다. 결국 씨앤앰은 겉으로는 해고노동자들에게 각종 시혜를 베푸는 양 생색을 내면서 뒤로는 노동 강도를 높이고 구조조정을 관철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언론들이 이러한 간교한 술책에 편승해 사태의 실상을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 언론은 씨앤앰 노동자들이 넉 달이 넘게 노숙농성을 벌이는 동안 이 사태에 눈을 감아왔다. 두 명의 노동자가 전광판을 기어오르고 나서야 보도를 시작했다. 그런데 노조에 대한 무관심과는 정반대로 사측에 대해서는 너무나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광판 아래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기자들이 장영보 대표의 기자회견장을 가득 채웠다. 언론은 사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받아쓰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노동에 대한 ‘무시’, 자본을 향한 ‘편향’으로 볼 수밖에 없다. 언론은 씨앤앰 투쟁의 본질을 왜곡하는 자본 편향의 보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씨앤앰 사측에도 경고한다. 여론을 호도하는 비열한 꼼수를 중단하라. 이 사태의 본질은 씨앤앰이 투기자본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를 쥐어짜고, 노조를 탄압한 것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인도주의니 도의적 책임 따위의 동정이나 시혜가 아니라 방송의 공공성과 노동자의 권리를 짓밟은 부조리한 행태를 바로잡고 죗값을 치르라는 것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언론플레이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착각하면 오산이다. 우리는 씨앤앰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2014년 12월 3일

언론개혁시민연대